"나 잘리는거 아냐?" 넥슨 매각추진에 직원들 '좌불안석'
6000명 직원들 고용불안…"중국계로 팔릴까봐 걱정"
© News1 박세연 기자 |
넥슨의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지분 전량을 매각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넥슨 직원들의 분위기는 침통하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사업을 구조조정하거나 분리 매각하게 되면 실직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4일 넥슨의 한 개발자는 "회사 매각 소식에 깜짝 놀랐다"면서 "지금 직원들은 새 직장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직원은 "이제 겨우 3년차고 한국 최고의 게임회사에 들어왔다는 자부심이 컸는데,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며 중국자본으로 넘어갈 것이라는데 두려움을 나타냈다.
현재 넥슨의 직원은 전계열사를 포함해 약 6000명이다. 그중 넥슨코리아와 네오플, 넥슨지티 등 국내 개발인력만 5000여명에 달한다.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직원들대부분은 오너가 바뀌는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데 우려하는 모습이다.
특히 넥슨코리아 산하에서 3년 이상 장기간 게임개발이 진행된 스튜디오의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공포감이 더욱 크다. 넥슨 내부의 한 개발자는 "이미 5년 이상 개발이 진행된 개발팀이 가장 먼저 쪼개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면서 "이미 트렌드에 뒤처졌거나, 비슷한 게임류가 중국에서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새주인'이 해당 프로젝트의 존속을 용인할지 여부도 알 수없다"고 토로했다.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급받는 넥슨코리아의 자회사 네오플 직원들의 불안감도 다른 계열사 직원들과 다를 바 없다. 네오플의 한 직원은 "재무적투자자로 주인이 바뀌게 되면 결국 기존 개발문화가 사라지고 속도전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중국계에 팔리면 네오플 역시 IP 공급 역할만 남고 개발진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개발팀의 한 직원은 "25년이라는 역사를 믿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기술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넥슨으로 이직했는데 회사가 사분오열돼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에 이직을 후회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직원들은 중국계업체 인수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속도전에 강한 중국계업체가 기술만 빼가고 넥슨 자체의 개발 역할은 축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력 인수업체로 꼽히는 중국 텐센트의 경우, 국내에선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불과 반년도 안돼 개발해 유통까지 완료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넥슨을 인수할 경우, 굳이 국내 개발팀을 존속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넥슨의 또다른 관계자는 "넥슨은 수익도 중요하지만 '듀랑고'처럼 새로운 도전을 통해 게임의 저변을 넓히는 기업문화가 존재했는데, 게임개발자가 아닌 재무적투자자가 최대주주가 될 경우, 이같은 문화가 사라질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일부 개발자들은 넥슨의 매각 자체가 한국게임산업의 장기불황 신호탄이 될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최근 넥슨에 입사했다는 한 중간급 개발자는 "김정주의 엑시트(매각)는 넥슨 수익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이 어려워진데다, 신규시장 공략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며 "수백여명이 동시에 잘려나갈 경우, 국내 게임분야 고용시장은 경색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lsh599868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