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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by 머니투데이

떨어진, 그 많은 '벚꽃잎'은 누가 다 치웠을까

쓸어내려 애써도 날아가고, 돌아서면 또 떨어져 있던, 봄의 낭만을 깨던 벚꽃잎 청소…매일 치우는 환경미화원과 경비원의 노고, "앞만 보고 치워요, 일할 맛 안 나니까"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장애인들 심정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자 생전 안 보였던,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뭐든 직접 해보니 다르더군요. 그래서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제가 만든 말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하나로 합쳐 봤습니다. 사서 고생한단 마음으로 현장 곳곳을 몸소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의 진실을 알리겠습니다. 소외된 곳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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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 윤중로에 떨어져 한쪽에 모인 벚꽃잎들. 비오는 날이라 평소보다 열 배 정도는 쓸어내기 힘든 거라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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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슥, 헉헉, 슥슥, 헉헉, 슥슥슥, 삭삭삭, 슥슥슥슥, 헉헉헉, 헉헉.


연분홍빛 벚꽃잎들은 밤새 내린 비로 인도에 찰싹 들러붙어 있었다. 평소라면 꽃길을 걷는다며 기뻤을 터인데, 난 빗자루를 들고 반짝이는 꽃잎들을 쓸어내고 있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그제야 팔랑, 하고 움직이는데 자그마해서 모으는 건 또 왜 이리 힘든지.


벚꽃은 봄눈, 꽃비는 환호성, 꽃잎은 여운인 줄로 알았건만, 이 새벽에 적막한 윤중로의 벚나무 아래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쉴 줄은 몰랐다. 선선한 새벽 시간이건만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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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늘 낭만일 거라 여겼고, 누군가 치우는 일의 묵직함에 대해선 차마 생각하지 못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어렵게 뭉텅이로 모아낸 벚꽃잎들을 붉은색 쓰레받기에 담았다. 한 손으로 쓰레기봉투에 넣으려 하니 묵직해 손목이 꺾일 듯했다. 두 손으로 고이 들어 기울이니 반죽 같은 연분홍빛 꽃잎들이 후두둑, 쏟아졌다.


아, 해냈다는 긴 한숨과 함께 빗자루를 쥐고 허리를 추켜세웠다. '끄으응' 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그때였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 벚나무를 흔들었다. 나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방금 쓸어낸 만큼의(어쩌면 더 많은) 꽃비가 내렸다. 잠시 깨끗했었던 인도가 다시 어여쁘고 우울한 꽃잎들로 수놓아졌다.

꽃비가 내리던 사진 속 경비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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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예뻐 찍었을 때 그 안에 사람이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지난해 봄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 수많은 꽃잎 역시 누군가 쓸어서 치워야 한다는 걸. 낙엽 쓰는 고충까진 헤아렸어도 꽃잎은 뭐랄까, 그저 예쁘고 사라짐이 아쉽다는 생각밖에 못 했다.


우연히 동네를 걸을 때였다. 벚꽃을 보며 '올해는 펴있는 시간이 참 짧다'며 나도 모르게 찰칵, 찰칵, 사진을 찍었다. 꽃비가 내릴 땐 주위 주민들도 '와아아' 하며 카메라를 켰다.


집에 돌아와 다시 본 사진 속에는 초록을 품기 시작한 벚꽃이 있었고, 꽃비가 내렸다. 예뻤다. 그런데 그 사진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떨어진 꽃잎을 빗자루로 연신 쓸고 있는 동네 경비원님이었다. 사진을 확대해 봤다. 그는 연세가 많아 보였고 허리를 잔뜩 숙이고 있었다.


그런 거였다, 당연하게도. 떨어진 꽃도 치우는 이가 있는 거였다. 예쁘기만 했던 벚꽃잎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은 벚꽃이 많은 여의도 윤중로로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벚꽃잎 안 치우면 안 되나요?"…이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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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깨어나기 전, 새벽에 일하는 게 편하다고 했다. 그러나 달리는 차 등 위험이 늘 존재하기에 헬멧에 이런 안전장치를 부착하고 일하는 환경미화원./사진=남형도 기자

윤중로에 도착한 시간은 13일 새벽 4시 30분. 그리 안 막히는 도로는 오랜만이라 차창을 열고 시원스레 달렸다. 윤중로에 다 왔을 무렵, 벚꽃잎 하나가 하늘하늘 흩날려 차 안으로 들어왔다. 이것은 낭만인가, 일거리인가, 평소답지 않은 생각을 했다.


배정신 반장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고요한 새벽의 윤중로 벚꽃길은 처음이라 묘했다. 3년 만에 개방돼 시민들이 설렜고, 그에 따라 그의 비상 근무도 4월 9일부터 5일째 계속됐다. 그날이 마지막이라 했다. 배 반장은 "그나마 이번엔 벚꽃축제에 노점이 금지돼 쓰레기가 덜 나왔다"고 했다.


휴게실에서 믹스커피를 마시며 배 반장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 궁금했던 걸 물었다.


"벚꽃은 떨어져도 예쁘잖아요. 안 치우고 좀 놔둬도 괜찮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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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변도, 흙도 아닌 벚꽃잎이 변한 거라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랬더니 그는 잠깐 나와보라고 했다. 따라가니 손으로 바닥 어딘가를 가리켰다. 가까이 가서 쭈그리고 앉아 보니, 인지 같은 것이 바닥에 번져 있었다. 배 반장이 말했다.


"그게 떨어진 벚꽃잎이에요. 햇볕 쐬고, 사람이 밟고, 하루하고 반나절이면 그렇게 새까매져요. 시민들이 보면 벌레인가, 똥인가, 그럴 거예요. 예쁠 때는 꽃비 맞는다고 좋아하지만요."

예뻤던 벚꽃이 두렵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구나, 보들보들한 연분홍빛 꽃잎이 저렇게 변하는구나. 그러니 어쩌면 봄날, 윤중로의 환경미화원들은 누군가의 낭만을 지키는 일을 하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나와 벚꽃잎들이 배변 빛깔을 띠기 전에 몰래 다 치우는 거라고. 꽃의 뒷모습조차 아름답게 간직할 수 있도록.

치워야 할 대상이라 생각하니 줄줄이 늘어선 벚나무들이 무섭게 보였다. 바닥엔 분홍 쓰레기들이 줄지어 쌓여 있었고, 하늘에선 실시간으로 일거리가 무수히 쏟아지고 있었다.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움켜쥐고 침을 삼켰다. 일단 믿는 구석이 있었다.


살수차 두 대였다. '삐삐삐'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움직이더니, 차도에 시원스레 물줄기를 뿜어냈다. 그러니 흩어져 있던 벚꽃잎들이 끝쪽으로 몰리게 됐다. 물을 쏴도 쓸리지 않은 벚꽃잎들은 여전히 차도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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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엔 거의 다, 사람이 치워야 하는 일이었다. /사진=남형도 기자

살수차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뿜어낸 물에 둥둥 떠 있는 꽃잎들을 보다가, 함께 일하던 미화원님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다음에 오는, 더 신박한 청소템은 없냐는 간절한 눈빛으로.


"이젠 어떻게 하면 되지요?"(기자)


"다 쓸어내야지요. 물도 쓸고, 벚꽃잎도 쓸고요."(미화원 님)

낭만적이지 않은, 낭만을 지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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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하늘 흩날리는 벚꽃비만 생각했지, 물에 젖어 뭉텅이로 치우는 힘듦에 대해선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힘들고 또 힘들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러나 봄의 낭만을 지키는 일은 절대 낭만적이지 않다고. 산더미 같은 벚꽃잎을 치우는 일이 시작되고 바로 깨달았다.


살수차가 뿜어낸 물에 뜬 벚꽃잎들을 빗자루로 쓸어내야 하는데, 이게 녹록지 않았다. 물과 벚꽃잎을 한 방향으로 쓸어내면, 다시 거꾸로 밀려서 몇 번이고 첨벙첨벙, 빗질해야 했다. 차도의 흩어진 벚꽃잎을 한데 모으는 것도 힘들었다. 찰싹 들러붙어서 옴짝달싹하지 않아 진땀이 났다.


물을 쓸고, 또 쓸고, 또 쓸어서, 배수구 있는 데까지 밀어 넣어야 했다. 배수구가 20~30m에 하나씩 있다더니 체감상으론 너무 멀고도 멀었다. 물을 집어넣고 남은 벚꽃잎을 쓰레받기에 담았다. 조금만 넣었는데도 물을 머금고 있는 벚꽃잎 더미가 엄청나게 무거웠다.


미화원님은 나보다 몇 배나 빠른 속도로 휙휙, 능숙하게 물과 벚꽃잎을 쓸어냈다. 시간이 쌓아 올린 내공이, 기술이 엄청나게 느껴졌다. 벚꽃잎과 씨름하는 내게 그는 "뜻대로 잘 안 되죠? 비 오는 날은 더 무겁고 바닥에 들러붙어서 꽃잎 쓸기가 몇 배 더 힘들다"고 했다.


우왕좌왕, 오른손과 왼손을 번갈아 가며 낑낑댔다. 물의 무게가, 빗자루의 끝에서 손목으로, 팔에서 허리로 전해져 욱신거렸다. 죽겠다 싶어 진땀이 날 때쯤 배 반장이 "이렇게 잡아보라"며 빗자루 쥐는 법을 가르쳐줬다. 허리는 조금 나았으나 이번엔 팔꿈치와 손목이 아팠다.

어디든 안 아플 순 없겠구나 싶을 때, 배 반장이 내게 말했다.


"팔 아프지요? 그래서 환경미화원들이 테니스 엘보(손목 관절을 무리하게 써서 통증이 생기는 질병)가 많아요."

동네에서 끝없는 꽃잎 쓸기…결국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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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쓸어 한쪽에 모아둔 벚꽃잎들. 바람 한 번 불면 말짱 도루묵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윤중로에서 벚꽃잎을 다 쓸고 녹초가 되어 동네로 왔다. 차를 세워두고, 편의점에 가서 따뜻한 꿀 홍삼 음료를 하나를 샀다. 벚나무 아래에서 한없이 빗질하던 경비원님이, 이제야 제대로 보였다. 음료를 건네니, 경비원님은 그제야 몸을 일으켜 허리를 두드리다 "아이고, 감사하다"며 받고는 미소지었다.


매일 쓰시는 거냐고 물으니, 그는 "그렇죠, 꽃잎이 자꾸 떨어지니 어쩔 수 없지요"라고 답했다. 그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아버지 정도 연세로 보이던 경비원님은 음료를 벌컥벌컥 드시더니, 다시 빗질을 시작했다. 성실히 쓸어냈으나, 바람이 만든 꽃비 한 번에 치운 곳이 다시 꽃잎으로 메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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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쓰는 만큼은, 누군가 덜 고생스러울테니. 막막하지만 해보자는 마음으로./사진=비장한 남형도 기자, 녹색 쓰레받기엔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쓰여 있었다.

동네 철물점에 가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샀다. 그리고 집에서 20리터짜리 종량제 봉투를 가지고 나왔다. 예쁜 벚꽃을 잘 봤으니 치우는 것도 스스로 하겠다는 맘으로, 꽃잎을 쓸어내기 시작했다.


젖은 벚꽃잎은 들러붙어 무겁더니, 말라서 가볍고 작은 꽃잎은 돌돌돌 굴러다녔다. 빗질을 살짝만 해도 꽃잎이 확 떠올라 뒹구르르, 뱅그르르, 춤추며 날아다녔다. 이건 이거대로 쓰는 게 보통 일이 아녔다. 겉옷을 벗고, 반소매 티셔츠만 입은 채 사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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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도 모였다. 그러나 더 많이 남아 있었다./사진=남형도 기자

한쪽에 열심히 모아둔 벚꽃잎들이 거센 바람에 흩날렸을 때, 나도 모르게 하하하, 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시 쓸고, 또 모으고, 이번엔 바로 쓰레기봉투에 집어넣고. 행여나 경비원님이 봤다가 부담을 느끼진 않도록,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꽃잎을 치웠다.


20리터 쓰레기 봉지를 가득 채워 버리니 온몸이 욱신거렸다. 느릿느릿 돌아오는 길에, 잘 치워낸 도로를 다시 빼곡하게 수놓은 벚꽃잎과 목련잎을 보며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하하, 허허허, 호호호, 나도 모르게 그리 허탈하게 웃게 됐다.

2200여 명에게 물으니…응답자 92% "매일 안 쓸어도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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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SNS(인스타그램)를 통해 독자 2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사진=남형도 기자

집에 돌아와 피로감에 떡실신을 한 뒤 깨어날 무렵,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벚꽃잎을 꼭 이리 매일 쓸어야만 하는 걸까.


기자의 SNS를 통해 독자 2199명을 대상으로 "떨어진 벚꽃잎을 매일 쓸어야 할까요?"라고 자체 설문 조사를 했다. 전체 응답자의 92%'아니오(어느 정도는 둬도 된다)'라고 답했다. '예(그게 미관상 좋다)'라고 응답한 이는 8% 정도였다.


이유가 궁금했다. 벚꽃잎을 바로 치우지 말고 두자는 이들은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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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꽃잎 또한 봄이니까, 늘 짧게 느껴지는 벚꽃 엔딩의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으니까. 그리 답하는 이들이 많았다./사진=뉴스1

"떨어진다고 해서 그 아름다움이 바래는 건 아니니까요."(최윤지 님)


"벚꽃 덕분에 행복했는데, 그 기억을 조금 더 간직하고 싶어요."(김지현 님)


"봄을 오래 기다렸는데 짧게 피었다 지는 게 아쉬워서, 떨어진 꽃잎마저 좀 더 보고 싶어요."(아름 님)


"떨어진 꽃잎은 한 계절과 시간의 흐름 같은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풍경이지요."(강산 님)


"'꽃길을 걷는다'란 표현이, 길에 떨어져 있는 벚꽃잎에 아주 잘 어울려서요."(River 님)


"꽃잎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만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게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서도 그렇다고 생각해서지요. 매일 쓸지 않는 것이, 꽃을 피워내기 위해 수고한 나무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범인(凡人) 님)


그러나 대다수가 그렇더라도, 생각과 의견은 다양한 법이라 다른 이야기도 나왔다. 하수구에 쌓일 수 있다거나, 모이게 되면 보행 약자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의견 등이었다.


그런 민원 하나만 있어도, 별수 없이 매일 치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고급 빌라에 근무한다는 한 경비원 독자도 그리 말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쓸어 깔끔함을 유지하길 바라는 주민들도 있어요. 벚꽃철에는 매번 쓸어내려면 장시간이 필요할 정도로 쉽지 않은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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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잎을 손에 모아 날리며 이리 좋아하는 이도 있었다. 해맑게 웃는 모습에 나도 함께 따라 웃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렇지만 이 설문 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건, 더 많은 이들은 봄에 바닥에 쌓인 꽃잎을, 봄눈을, 더 오래 보고파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한 노부부가 동네를 걷다가 쌓인 꽃잎을 손에 들고, "꽃비다!"하고 위로 흩뿌리며 아이처럼 좋아하기도 했다고. 그러니 조금은 너른 마음으로 사라질 꽃의 뒷모습까지 천천히 바라봐주면 어떻겠냐고.


그게 자연의 섭리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누군가를 덜 고되게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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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epilogue).


윤중로서 벚꽃잎을 치울 때 환경미화원 반장이 들려준 말이 있었다.


"우리끼리는 청소할 때 뒤돌아보지 말라고, 앞만 보고 가자고 해요. 뒤를 보면 쓸어낸 곳에 꽃잎이 또 떨어져 있거든요. 그럼 일할 맛이 영 안 나니까요."


그러니 치운다는 보람도 없이, 묵묵히 매일 벚꽃잎을 쓸어냈을 이들을 위해 이 이야기를 건네고 싶다. 두 명의 독자 이야기다.


"벚꽃이 피던 시기에 늘 일에 치여 바빴습니다. 봄비에 일찍 떨어진 꽃잎만 봐왔어요. 떨어진 꽃잎이어도 꽃은 봤다며 매년 사진을 찍었답니다." (서니 님)


"어제 힘들게 길을 걷고 있었는데, 꽃잎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떨어진 꽃잎만 봐도 기분이 전환되더라고요."(정세린 님)


길에 떨어진 꽃잎이 여전히 연분홍빛이라는 건, 당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 오래된 어제의 꽃잎을 치우고 갔다는 것. 그러지 않았다면 예쁜 빛깔은 아마 아니었을 거라는 것. 그러니 떨어진 꽃잎의 아름다움도 실은 누군가의 노고 덕분이라고.


걸어가는 길의 한쪽에 꽃잎이 줄지어 있다면, 그 역시 누군가 부지런히 쓸어뒀기 때문이란 것. 발에 밟혀 뭉개지기 전에 예쁘고 정갈하게 모아뒀다는 것. 벚꽃이 그리 가지런히 떨어지는 법은, 도무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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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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