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2만원에 배도 안 차"…가성비 '꽝', 서민 간식의 배신?
소비자 "치킨, 이제는 부담되는 음식"
가맹점은 "부대비용 상승…우리도 힘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1인 1치킨은 해야 배가 차니까, 저희 둘이서 3만8000원 나왔네요. 음료수 없이요."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의 간식이던 치킨이 이제는 한 마리에 2만원, 식사로도 비싼 음식이 됐다. 치킨 먹는 이들 사이에선 ‘가성비 꽝’이라는 볼 멘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15일 오후 12시 치킨으로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을 찾았다. 이 지점은 프리미엄 매장으로 치킨을 비롯 각종 식사 메뉴를 통해 직장인 점심 손님을 모으고 있었지만, 손님은 5명씩 2팀 총 10명 정도에 불과했다.
가격은 '한 끼 식사', 양은 '한 입 간식'?
조금 비싼 식사 값이 된 치킨. 치킨으로 정말 '한 끼'를 채울 수 있을까 궁금해 점심시간에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으로 식사를 해 봤다. 1만9000원의 비싼 값을 냈지만 총 8조각이 나왔다. 20대 남성 둘이 먹기에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7000~8000원에 배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인근 식당가와 대비되는 '가성비'였다.
20대 남성 2명이 한 끼 식사로 먹은 치킨. 1만9000원./사진=조해람 인턴기자 |
'2만원대 치킨'에 소비자들도 대체로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A씨(20대)는 "예전에는 세 번 시켰을 것을 1~2번으로 줄이게 됐다"며 "치킨이 '서민 간식'이었는데 이제는 '간식'이 아니라 한 끼 '식사'라 생각하기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자취를 하고 있는 직장인 B씨(30대)도 "원래 '치맥(치킨+맥주)'은 간단한 야식의 대명사였다. 친구들과 만날 때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며 "요즘은 '야식'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값이 비싸서 친구들을 만나도 그 가격에 훨씬 맛있고 양도 많은 다른 음식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B씨는 "자취생 입장에서 주문해 먹기 망설여지는 음식이 됐다"고 덧붙였다.
가맹점도 '울며 겨자'…"가맹점 탓은 아냐" 지적도
가격 상승은 치킨 가맹점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서울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 C씨(60대)는 "치킨 한 마리에 본사 공급가가 약 6000원이다. 여기서 각종 파우더, 기름 등에 치킨무·소스값 등 부대비용까지 더하면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다"며 "남은 이윤에서 다시 임대료, 인건비, 재료비 등으로 나가는 돈을 빼면 정말 빠듯하다"고 말했다.
C씨는 "사장이지만 아르바이트생보다 돈을 못 벌 때가 많다"며 "나이를 먹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 일한다는(몸을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치킨집 홀./사진=신희은 기자 |
치킨 가맹점을 비난할 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소비자 D씨(20대)는 "가맹점이 가격을 올리고 싶어 올리는 게 아니다"라며 "사람들의 분노가 프랜차이즈를 향하지 않고 집근처 가맹점을 향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본사 납품비와 가맹비, 임대료 부담 등이 치킨값 인상의 주된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치킨값과 함께 소비 여력도 올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비자 E씨(50대)는 "치킨 값이 오르는 것은 물가상승 등의 요인도 있으니 납득할 수 있다"면서도 "주머니 사정은 그대로인데 지출해야 하는 다른 여러 비용이 오르니 치킨값 인상도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시민들은 치킨값 한 두 푼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다. 소득도 치킨값만큼 올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해람 인턴기자 chrbb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