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드러난 전 세계 민낯…문제점 3가지
'코로나19'가 전 세계 185만 명에 달하는 사람을 감염시키는 등 유례 없는 위기를 만들어내면서 국제사회 대부분이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에 무방비에 가까운 상태라는 게 드러났다.
보건 체계만 무방비였던 게 아니다.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 의료 접근성에서 차이가 났다. 또 국민 생명이 달린 위기상황 속에서 많은 국가가 초당적인 해결에 서툴렀고 잘못된 정보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경제력 격차가 곧 생명권 격차
푸드뱅크를 이용하기 위해 줄 선 미국 시민들/사진=AFP |
미국의 높은 의료 비용과 낮은 의료보험 가입률이란 고질적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최대 400만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진 비용은 무보험 빈곤층이 병원가는 걸 주저하게 만들었다.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뉴욕시에선 8일 기준 사망자의 62%가 흑인과 히스패닉이었다.
이들은 미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경제 취약계층이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 지사는 "뉴욕 내 인종에 따른 피해 편중에 충격을 받았다"며 "왜 가장 빈곤한 사람들이 언제나 최대 피해자가 돼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피해 각국 정부가 자가격리와 외출금지를 주문했으나 이 역시 빈부격차를 드러내는 도구가 됐다. 스스로를 격리할 집이 있는지,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종인지, 며칠간 휴직하고도 생계를 이을 수 있는지에 따라 생명권에 격차가 생겼다.
인도에선 정부의 외출자제령에도 하루 생계를 위해 많은 사람이 외출을 감행했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저개발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내 56만 명에 달하는 노숙자는 코로나19 확산의 복병이 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시는 공공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격리가 불가능해진 노숙자들을 주차장 맨바닥에 재웠다가 비판에 휩싸였다.
전염병 못 막는 무능력한 정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FP |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빠르게 정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정치가 문제인 곳도 있다. 정치적 유불리를 겨루느라 대응을 소홀히 하거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기싸움 때문에 시민이 피해보는 경우다.
이란은 집권 세력이 선거에 몰두하면서 확진 조짐을 보이던 코로나19 관련 대응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소독 작업과 마스크 등 방역 조치 없이 수백 만명이 투표소에 몰리도록 하면서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단 비판도 있다. 실제 증가폭을 보면 이란 총선이 열린 2월 21일 이전보다 이후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 개최를 위해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대내외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지적에 직면했다. 올림픽 개최 연기를 결정한 이후 갑자기 코로나19 검사 수와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최근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조치 수위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시민들이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브라질에서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경제 활동 지속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주정부는 자체적으로 사회적 '셧다운'을 시행하면서 부딪혔다. 대통령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 간 정치적 유불리 계산이 갈등 원인이다.
거짓정보 전파에도 속수무책
사진=AFP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포데믹'(거짓정보 유행)이 소셜미디어를 휩쓸었다. 코로나19가 5G 이동통신망을 타고 번진다는 괴소문에 영국과 벨기에 등에서는 지난 2월부터 5G 기지국에 방화가 잇따랐다. 또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국영방송을 통해 미국이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다가 코로나19를 퍼뜨렸다는 가짜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생필품 관련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일본과 미국, 유럽에서 휴지 등 물건 사재기가 일어났다. 각국 정부가 잘못된 정보라고 정정했으나 가짜뉴스는 힘이 셌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휴지를 사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웃돈까지 얹었다.
이밖에 소 분뇨로 목욕하거나 특정 음식을 먹으면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등의 잘못된 의학 정보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쉽게 퍼졌다.
WHO는 코로나19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 '홍수'를 이루면서 인포데믹(infodemic)에 도달했다며 우려했다. 이에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글로벌 소셜미디어 기업은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