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부끄러웠던 일왕, 막 내리는 헤이세이 30년史
[1일 자정부터 '레이와 시대' 개막...과거 돌아보며 반성 메시지 보낸 아키히토 일왕 퇴위]
/AFPBBNews=뉴스1 |
아키히토 일왕의 '헤이세이' 시대 30년사가 30일 막을 내린다. 그는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부끄러워했던 일왕으로 평가받는다. 내달 1일 자정부터는 나루히토 새 일왕의 '레이와' 시대가 열린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일왕 거처인 도쿄 지요다구 고쿄에서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식이 열린다. 올해 만 85세인 일왕은 30년 4개월간의 시간을 뒤로하고, 장남 나루히토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202년만에 생전 퇴위라는 기록도 남긴다.
이날 퇴위식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먼저 일사말을 건네면 아키히토 일왕이 마지막 소감을 밝히는 짧은 순서이다. 일왕은 이후 '상왕'이 된다.
아키히토 일왕이 아베 정권을 겨냥해 평화와 헌법 수호의 메시지를 보낼지도 주목된다. 일왕은 1989년 1월9일 즉위 당시에도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를 증진시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줄곧 '평화'와 '반성'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외적으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아베 총리처럼 과거에 대한 언급이나 반성이 없었던 것과는 달랐다. 일본을 부끄러워할 줄 알았다.
아키히토 일왕은 재임기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한번도 찾지 않았고, 중국이나 필리핀 등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피해를 입힌 국가 방문해 사과하기도 했다. 한일 외교관계와는 상관 없이 우호적인 손짓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1994년 3월 한국을 방문해 "한반도에 (일본이) 큰 고난을 안겨준 시기가 있었다"면서 "수년 전 깊은 슬픔을 표명했고, 지금도 변함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4년뒤에도 비슷한 발언을 했다. 2011년에는 깜짝 발언을 하기도 했다. 생일 기자회견에서 "헤이안 시대 간무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녕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紀)'에 쓰여 있어 한국과 인연을 느끼고 있다"고 한 것이다.
2005년 사이판을 방문해서는 일정에 없었던 '태평양한국인평화탑'을 참배했고, 이후에도 "언젠가 한국을 방문하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재임 마지막 공식석상이었던 지난해 12월 생일 기자회견에서 "헤이세이가 전쟁 없는 시대로 끝나게 된 것에 진심으로 안도한다"면서 "전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역사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