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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흔, 은퇴 앞둔 사장님 50년간 키운 '가업' 팔기로 했다

전세계에서 대주주 상속세율(60%)이 가장 높은 나라 대한민국. 직계 비속의 기업승계시 더 많은 할증 세금을 물려 벌주는 나라. 공평과세와 부의 재분배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전국민의 3%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자세이면서도 전체 세수에서의 비중은 2%가 채 안되는 상속세. 100년 기업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상속세의 문제점을 짚고, 합리적 대안을 찾아봤다.

[100년기업 막는 상속세](하)자본이득세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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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 자동차부품 업체를 설립한 김 모 사장은 올해 나이 일흔이다. 은퇴준비를 고민하던 끝에 그는 최근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상속세율 50%에 대주주 경영권 승계 할증까지 붙어 세금 부담이 크다.


그런데도 업력에 따라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정부의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최대주주 지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50%) 10년 이상 보유, 근로자 수 유지 등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김 사장은 가업승계 대신 기업을 매각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중견·중소기업 대표의 평균 연령이 점차 높아져 가고 있는 추세지만, 과도한 세부담 등이 가업승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하루빨리 가업승계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IBK경제연구소의 ‘우리나라 가업승계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창업주가 회사를 운영 중인 중소·중견기업 5만1256개 가운데 창업주가 60세를 넘은 회사는 1만7021개로 33.2%에 달한다. 하지만 승계를 완료한 기업은 전체의 3.5% 수준이다.


특히 업력이 높은 중견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창업주가 60세를 넘은 중견기업은 68.5%인 반면 허리층이라 할 수 있는 40세 이상 50세 미만은 6.6%에 그쳤다.


또 중소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서도 2018년 중소기업 대표자 평균 연령은 53.5세이고 60세 이상인 기업의 비중은 22.7%로 나타났다.


때문에 기술과 경험의 축적을 위한 가업승계를 활성화시키려면 현실과 맞지 않는 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희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 과정에서의 세부담으로 인해 아예 회사를 접고 외부에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창업주들이 한국 M&A거래소(KMX)나 사모펀드에 회사매각을 의뢰하거나, 적대적 M&A에 노출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 주요 국가들의 추세에 맞춰 현행 가업승계지원제도의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상속공제 이용 요건인 피상속인의 최소 가업 영위기간을 10→5년으로, 보유지분율은 50→30%로 완화하고, 업력에 따른 공제한도를 중소기업의 평균 업력(약 12년)에 부합하도록 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사후 유지관리요건 중 자산유지요건(20% 이상 처분 금지)은 완화하고 업종유지요건은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금의 사후유지요건은 기업들의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신축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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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처럼 상속 전 가업승계주식에 대해 증여세 과세를 유예한 뒤 상속시점에 상속세를 통해 정산 과세하는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상속세를 장기 납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연부연납제도'와 관련,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비상장회사인 점을 고려해 납세담보 종류에 비상장주식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아울러 상속주식의 고평가로 과도한 세부담을 불러오는 '최대주주 할증평가제도'에 대해서는 가업상속 대상 모든 기업에 대해 적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BK경제연구소도 "현행 가업승계 지원제도의 요건 검토 및 다양한 지원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며 "승계 후 고용 유지 조건과 업종 변경 제한, 사후관리기간, 최대주주 할증 평가제도도 미국과 일본·독일의 사례 등을 참고해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IBK경제연구소는 "장수기업의 경영성과는 타기업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며 "CEO 은퇴에 따른 기업 영속성 단절로 국가 경제 손실이 커 고령화 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돕기 위해 정부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승계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며 "상속재산을 담보로 한 경영안정자금 대출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세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민 기자 kmk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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