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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타석 홈런' 임영웅의 특별한 음악적 성공 비결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에디터] [김고금평의 열화일기] 임영웅의 노하우…잇따른 OST 성공과 특별한 가창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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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임영웅이 부른 OST 수록곡 2개는 발매하자마자 단숨에 차트 1위를 찍었다. /사진제공=물고기뮤직

KBS 2TV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OST 제작팀이 주제곡 '사랑은 늘 도망가'를 부를 주인공으로 가수 임영웅을 '0순위'로 꼽고 제의했을 때, 임영웅의 답변은 1주일을 넘겨서야 도착했다.


그의 지체는 △대선배 이문세가 부른 원곡을 다시 부를 만큼 나는 자격이 있을까 △부른다면 어떻게 불러야 할까 △OST에 어울리는 가수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도로 요약된다.


이 곡의 작사가 강태규씨는 "곡의 구조, 흐름, 리듬, 멜로디, 스토리 모두 이문세 후임으로 적합한 가수가 임영웅이었다"며 "그가 아니었다면 이 곡은 2012년 이후 10년 만에 폐기됐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관심 밖의 곡은 단박에 '대박곡'으로 거듭났다. 주말드라마의 절대적 강자인 KBS 덕도 컸으나, 무엇보다 곡에 대한 관심은 오로지 부르는 자의 역할 때문이었다. 이후 모든 차트 석권 스토리는 이제 입이 아플 정도다.


그가 정규 음반이나 일반 음원도 아닌 OST에서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른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주말드라마의 삽입곡은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김국환이 부른 '타타타' 정도를 제외하면 그간 시청률과 반비례 성향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삽입곡은 보통 '시크릿 가든'처럼 주중 드라마에서 노래에 민감한 젊은 세대를 겨냥하기 십상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임영웅이라는 가수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의 'OST 성공'을 충성도 높은 팬덤을 꼽는 이가 적지 않다. 17만명에 육박하는 팬카페 회원 수, '미스터 트롯'을 통한 유명세, 중년들의 아낌없는 사랑 같은 이유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견인하는 근원은 오로지 그의 '소리'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소리는 그가 목과 머리, 가슴으로 부르는 '가창'과 음악을 다루는 '태도'로 구성된다.


그는 노래를 부를 때 다음 3가지 특징을 잃지 않는다. 우선 박자를 농단하지 않는다. 멋을 위해 뒤에 있는 음을 밀거나(레이백) 당기는(싱코페이션) 법이 없다. 괜히 한 박자나 반 박자 정도 가지고 놀면서 장단을 쥐락펴락하는 행위를 하나의 고급 가창 기술로 인식하는 몇몇 가수와는 결이 다르다.


그것이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작곡자가 정해준 박자의 정도(程度)에서 벗어나지 않음으로써 곡을 있는 그대로 정의(定義)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주는 효과는 작곡자의 의도가 살아있는 오리지널의 질감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임영웅은 심지어 트로트를 부를 때조차도 이 기교 위주의 박자 놀이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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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유도 박자와 연관성이 있다. 바로 박자를 지킨다는 건 스트레이트한 음악에 대한 기본 능력이 살아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장혜진(가수) 한양여대 실용음악과 교수는 몇 년 전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실기(보컬)하러 온 수험생들은 기교 위주의 리듬앤블루스(R&B)나 솔(soul)을 기성 가수 못지않게 너무 잘 부르는데, 스트레이트한 팝이나 기본 발라드를 불러보라고 하면 맥락이나 핵심을 건드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맛도 내지 못한다고 했다.


임영웅이 부르는 노래 대부분은 트라이어드(3화음) 코드 위주다. 도미솔, 레파라, 시도레 같은 우리가 너무 쉽게 이해하는 곡들 중심으로 부른다. R&B나 솔, 재즈에서 쓰는 7도 화음(도미솔시)으로 곡에 세련미를 듬뿍 선사해 기교미를 높인 스타일의 곡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하면 간결하고 스트레이트한 팝이나 트로트 음악 위주의 기본 음악에 충실하다는 얘기다.


위 두 가지 기본적인 자질에 '표현'과 '해석'이라는 세 번째 능력은 임영웅 음악의 요체다. 그는 곡을 부분적으로 숙달하지 않고 전체로 이해한다. OST에서 성공한 수많은 가수들은 대체로 가창의 '특징'이 살아있다. 대표적인 가수 백지영은 구구절절한 감성에 허스키한 음색이라는 독특한 특징을 통해 OST의 여왕으로 군림했다.


임영웅은 이에 비하면 나름 미성에다 음색이 특출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에겐 곡 전체를 노래가 아닌 드라마처럼 흡수하는 능력이 스며있다. 백지영이 슬픈 곡을 피를 토하며 밑바닥 감성을 짜낼 때, 임영웅은 애이불비(哀而不悲) 정신으로 속으로 머금고 내색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의 덤덤한 가창이 시작되고 한숨 길게 늘어뜨리며 호흡을 가다듬고 다음 얘기를 이어갈 때 듣는 이의 머리와 심장은 그의 스토리를 맹렬히 추격한다.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특별하고 별 감정이 없는 듯한데 가슴 깊이 맺힌다. 묻힌 듯 도드라지고 튀는 듯 가라앉는 이 특별한 정서는 음악에 대한 그만의 독특한 해석을 이해하지 않고선 받아들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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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의 첫 성공을 우연으로 치부할 때 즈음, 그가 부른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동명 OST 곡인 '우리들의 블루스'을 듣고 또 한 번 직선(3화음의 스트레이트), 정박자, 해석으로 다져진 임영웅 가창의 진수를 발견했다. 역시 발매하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찍었다.


3가지 가창 요소와 함께 돋보이는 음악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이 음악이 자신의 소리를 타고 어떻게 안착할지에 대해 적지 않게 고민한다는 점이다.


나훈아의 '사랑'을 부를 땐 초콜릿보다 달콤한 소리를, '거짓말'에선 착 감기는 트로트 리듬의 향연을, '오래된 노래'는 듣는 이의 감정을 깡그리 낚아챌 정도의 흡인력을 안긴다. 하지만 임영웅은 어떤 곡에서도 힘을 주지 않는다. 되레 부르는 곡마다 힘을 뺀 그는 잘 부르려고 노력하지 않고 제대로 부르려고 마음을 쓴다.


그래서일까. 원곡자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가 부른 다른 가수의 노래들은 모두 임영웅이 원곡자 같다. 이 곡이 이런 느낌을 안겨줄 것이라는 자신의 해석과 믿음, 음악을 대하는 남다른 자세가 자기 곡처럼 만드는 비결인 듯했다.


2일 6년 만에 내놓은 정규 음반 '아임 히어로'(IM HERO)도 잇따른 OST의 성공 궤도에서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6일부터 시작되는 단독 콘서트 역시 그렇다. 영웅은 우연이 빚은 행운이 아니라, 필연이 낳은 (대중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김고금평 에디터 dann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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