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자르고, 참수"…사우디 언론인 피살 과정 공개
터키 언론 "손가락 자르고 7분만 약물로 살해…음악 들으며 시신 해체하기도"
살해된 자말 카슈끄지의 사진을 들고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 앞에서 5일(현지시간) 시위 중인 201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 타우왁쿨 카르만의 모습/AFPBBNews=뉴스1 |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정황이 밝혀졌다. 터키 언론은 입수한 오디오 파일을 근거로 카슈끄지가 손가락이 잘리는 고문을 당한 후 7분 만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터키 친정부 성향 신문 예니 샤파크는 17일(현지시간) 자말 카슈끄지가 죽는 상황이 녹음된 오디오 파일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슈끄지는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손가락이 잘리는 고문을 당한 후 7분 만에 살해됐다. 신문은 카슈끄지가 영사관 집무실에서 고문을 받은 후 바로 옆방 서재로 옮겨져 심문 절차 없이 살해당했다고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오디오 파일에는 주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인 무함마드 알 오타이비 총영사의 육성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오타이비 영사가 고문이 진행되는 도중 암살 요원들을 향해 "밖에서 해라", "당신들이 나를 곤경에 빠지게 할 것 같다"라고 하자 신원미상의 남성이 "사우디로 돌아갔을 때 살아남고 싶다면 조용히 해"라고 말했다고 구체적인 상황을 전했다. 오타이비 총영사는 17일 터키 경찰의 수색을 앞두고 전날 리야드행 민항기 편으로 귀국한 상태다. 귀국 전 오타이비 총영사는 카슈끄지 사건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수차례 밝혔다.
또 다른 중동매체인 미들이스트아이(MEE)는 이날 오디오 파일을 확인한 예니 샤파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충격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카슈끄지의 비명이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은 후 멈췄고 암살단의 일원인 법의학 권위자 알투바이지가 영사 집무실 옆 서재의 책상 위에서 시신 훼손을 했다고 당시 상황을 보도했다. MEE는 오디오 파일에서 알투바이지가 시신을 훼손하면서 다른 암살 요원들에게 "나는 시신을 해체할 때 음악을 듣는다"며 "너희들도 노래를 들으면서 해봐"라고 말하는 음성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카슈끄지는 약혼녀와의 결혼을 위해 사우디 영사관에서 들어간 후 종적을 감췄다. 그는 평소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 대해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왕세자가 과거의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진 사우디를 아무런 협의도 거치지 않고 '내가 이끄는 개혁에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는 극단주의로 몰고 가고 있다"라고 말하는 등 빈 살만 왕세자에게는 눈엣가시였다.
김준석 인턴기자 rejune11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