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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회 박탈" vs "흉악범죄 알려야"…조진웅 사태로 불거진 '소년범' 논란

조진웅 사태를 계기로 소년범 기록 공개를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교화 취지와 알 권리 사이에서 제도 개선 여부를 놓고 사회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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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 /사진=김창현 기자.

배우 조진웅 소년범 논란으로 수십 년 전 미성년자 시절 저지른 범죄를 공개해 사회적 제재 대상으로 삼는 게 적절한지를 두고 논쟁이 불거졌다. 현행법상 소년보호처분 기록의 경우 열람이 불가능해 조진웅 사건처럼 뒤늦게 알려지기 어려운 구조다. 전문가들은 처벌보단 교화에 초점을 맞춘 제도 취지에 맞춰 소년범 기록 조회와 공개 기준을 완화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는 고위공직자에 한해 소년기 흉악 범죄 전력을 검증하고, 선출직의 경우 선거 전 유권자들에게 공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31년 소년보호처분 드러나…현행법상 '열람 불가' 원칙

9일 디스패치 등 관련 보도에 따르면 조진웅의 소년범 논란은 1994년 고등학생 시절 성폭행·절도 등 범죄를 저질러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으로 인해 불거졌다. 범죄 시점으로부터 31년이 지난 뒤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배우 데뷔 이후 폭행과 음주운전 의혹도 불거지면서 조진웅은 은퇴를 발표했다.


법제처에 따르면 소년보호사건 관련 기관은 재판·수사·군사상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사건 내용에 대한 어떠한 조회에도 응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소년보호처분은 범죄 등을 저지른 10~19세 미성년자에게 형벌 대신 품행 교정과 교화 등을 목적으로 내리는 조치다. 해당 처분에 미성년자 장래 신상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


조진웅의 소년범 전력 보도를 두고 열람 제한 규정을 어긴 불법 행위라는 주장과 공인에 관한 도덕성 검증과 2차 가해 차단 목적에 부합한다는 반박이 엇갈린다. 단독 기사를 보도한 디스패치 기자는 김경호 법무법인 호인 변호사로부터 소년법 제70조(조회 응답 금지)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전문가들 "교화 취지 맞춰 열람 제한 유지돼야"

전문가들은 교화에 초점을 맞춘 소년보호처분 제도 취지에 맞춰 열람 제한 규제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년기록 접근은) 미성년 시절 저지른 범죄에 대해 갱생의 기회를 주자는 소년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라며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기회를 침해하고 낙인 찍는 행위"라고 말했다.


서정빈 법무법인 소울 변호사도 "어떤 형태로든 소년기 범죄 기록의 공개나 열람을 쉽게 하는 방향은 신중해야 한다"라며 "열람 조건을 완화하면 처벌보다 교화에 무게를 두는 소년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소년범 전력을 공개하더라도 대상을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국민 알권리를 고려해 소년범 전과가 있는 고위공직자가 성인이 된 이후 또다시 전과가 있으면 '교화가 안 됐다'라고 보고 소년 기록을 공개할 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 "고위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검증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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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8차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야권에서는 조진웅 사건을 계기로 고위공직자의 소년기 흉악 범죄 전력을 국가가 검증해 공개하자는 주장을 내놨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소년법·공직선거법·형실효법 개정안을 묶은 '공직자 소년기 흉악범죄 조회·공개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 등에 대해 국가기관이 소년기 중대 범죄 여부를 조회 및 확인하고, 선출직 선거 출마자의 경우 해당 정보를 유권자에게 공개하자는 취지다.


다만 신중론이 많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위공직자의 소년기 범죄 기록 접근은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어린 시절 행위를 현재의 평가 기준으로 삼는 건 회의적"이라고 했다. 이어 "소년법은 미성년자의 행위가 교정 가능하다는 전제를 두고 있고 소년기 기록이 성인 이후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려는 취지가 있는 만큼 이 부분이 알 권리보다 우선돼야 한다"라고 했다.


차진아 교수도 "공직에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소년범 시절 기록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녀야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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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소년범이었던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6일 전격 은퇴를 선언한 배우 조진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범죄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활동을 이어온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한 것인 만큼 은퇴가 합당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조진웅이 받은 소년보호처분의 목적은 처벌이 아닌 재사회화인데 지금의 상황은 소년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뉴스1.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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