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치료실패?"…31번 확진자 퇴원 못하는 이유
대구 지역 코로나19(COVID19) 확산의 출발이었던 31번 확진자가 국내 최장 입원 환자가 됐다. 12일로 55일째를 맞이한다.
지난 10일(발표일 기준) 국내에선 208명의 안타까운 사망자가 나왔지만, 7117명(전체 확진자의 68.1%)이 격리해제 되면서 코로나19 치료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추세다. 그러나 사태 초기 감염됐던 31번 확진자가 여전히 병상을 지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31번 확진자 입원 장기화 …사실상 '치료 실패' 사례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전용 치료제가 없어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 보존치료에 집중한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처방하고, 호흡곤란이 있다면 산소 호흡기와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치료를 병행한다.
2차 감염 방지를 위해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쓰기도 한다. 또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 항말라리아제인 '클로로퀸' 등 일부 약품이 쓰이기도 한다.
31번 확진자 대상 치료법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평균 입원 기간의 2배 이상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다양한 치료법이 시도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치료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튜브 채널 정례브리핑에서 "'치료 실패'는 치료했는데 완치 또는 사망이 아닌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며 "신천지 31번 확진자는 장기간 바이러스가 검출돼 나온다는데, 현시점에서는 계속 양성으로 나오는 만큼 일종의 치료 실패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제 유·무보다는 개인 '면역력'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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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치료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개인의 면역력 차이를 주목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체내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려면 면역력에 의존하는데, 감염이 이뤄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체내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없애지 못하는 것"이라며 "바이러스가 하나도 안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지만, 퇴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도 "허가된 약물을 대상으로 시험관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반응을 시켜 억제 효과를 연구 중이지만, 실험 결과가 실제 환자 치료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며 "인체에 들어가면 용량도 달라지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모든 환자에게 100% 같은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 치료제는 없다"며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와도 개인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부작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케이스를 통해 임상을 거치며 더 안전한 약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치료비 '수천만원'…정부, "구상권 청구는 어려워"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사진제공=뉴스1 |
31번 확진자의 입원이 길어지면서 치료비 논란이 커졌다. 하루 수십만원에 달하는 음압병실 입원료와 기타 치료비를 고려하면 수천만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특히 31번 환자가 대구 코로나19 감염 폭발의 무대였던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로, 이른바 '슈퍼 전파자'로 비판받았던 만큼 국가가 모든 치료비를 부담하는 대신 환자에게 구상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31번째 확진자는 대구의료원에 입원해 있는데 격리병원비는 산출해보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