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는 왜 '빗썸' 주인이 되려하나[이진욱의 렛IT고]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편집자주] IT 업계 속 '카더라'의 정체성 찾기. '이진욱의 렛IT고'는 항간에 떠도는, 궁금한 채로 남겨진, 확실치 않은 것들을 쉽게 풀어 이야기합니다. '카더라'에 한 걸음 다가가 사실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는 게 목표입니다. IT 분야 전반에 걸쳐 소비재와 인물 등을 주로 다루지만, 때론 색다른 분야도 전합니다.
[세번째 가상자산거래소 인수 추진에 업계 관심…게임사업 연계보다 가상자산 업계 장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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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인수를 추진하다는 소식에 업계가 떠들썩하다. 엔씨소프트가 빗썸 인수에 가세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게임산업과 가상자산 간 시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김 대표의 빗썸 인수설이 계속되는 진짜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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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가상자산 시너지?…국내서 블록체인 게임 사업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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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넥슨 지주사 NXC는 빗썸 지분 약 65%를 5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빗썸 측과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말도 나온다. 김 대표가 그간 가상자산에 관심을 가져왔다는 점도 인수설의 한 배경이 됐다. 엔씨소프트는 인수설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NXC는 긍정도, 부정도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이미 가상자산 거래소 두 곳을 인수했다. 지난 2017년 9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지분 65.19%, 913억원)과 2018년 10월 유럽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지분 80% 4억달러)를 품었다. 2018년 말에는 미국의 가상자산 중개회사 '타고미'에 투자했다. 지난해엔 자체 금융거래 플랫폼 업체 '아퀴스'도 설립했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빗썸 인수 배경을 게임과 금융의 결합에서 찾는다. 위메이드, 엠게임 등 일부 게임사들이 가상자산과 게임 연계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게임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블록체인 게임 규제 체계가 정립되지 않아 당장 서비스가 여의치 않다.
18세 이용가 게임은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심의 절차가 필수다. 그런데 게임위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요소의 블록체인 게임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며 등급 분류에 부정적이다. 게임위는 2018년 플레로게임즈 '유나의 옷장', 2019년 노드브릭 '인피니스타'의 등급분류를 거부했다. 위메이드트리의 '버드토네이도'가 전세계 149개국에 출시됐지만 한국에선 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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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빗에 빗썸까지' 독보적 입지 노려…특금법 시행 빗썸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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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도 코빗, 비트스탬프를 인수한 후 가상자산과 게임을 연계하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18)'에서 "가상화폐와 게임사업을 연계할 계획이 전혀 없다"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김 대표가 가상자산 업계 장악을 위해 빗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에 힘이 실린다.
빗썸은 업비트와 국내 양대 가상자산 거래소다. NXC는 코빗에 이어 빗썸까지 품으면 국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다. 시황도 좋다. 최근 비트코인이 4000만원을 돌파하는 등 폭등장에 거래소는 성수기를 맞았다. 빗썸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이미 지난해 연매출을 넘어섰다. 거래량 폭증으로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가 늘어난 덕이다.
오는 3월 시행되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김 대표의 구미를 당겼을 것이란 시각도 작지 않다.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VASP)의 ‘실명계좌’를 통한 금융거래를 의무화하는 법이다. 현재 은행 실명계좌를 받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네 곳 외엔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다.
사업자 요건이 까다로워지면 빗썸과 코빗 등 기존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김 대표가 빗썸, 코빗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할 여건이 마련된다는 얘기다.
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