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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12시간 동안 쇠창살에 찔려 죽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3살 곰순이, 진주 애견호텔서 처참한 죽음…무허가 호텔 사장은 "법대로 하라", 처벌 해도 고작 '벌금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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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자식 같았던 반려견 곰순이(3살, 사모예드)가 보호자를 향해 웃고 있다. 집안을 늘 꽉 채웠고, 취업으로 힘들 때 큰 위로가 되어준 녀석이었다./사진=곰순이 견주

하얗고 북실북실한 털에, 까맣고 동그란 눈, 쫑긋한 귀, 촉촉한 코. 마치 아기곰처럼 통통하고 순해 이름도 '곰순이'라 지었다. 3년 전, 녀석은 그리 보호자에게로 왔다. 금세 사랑하게 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20대인 곰순이 보호자는 사실 강아지를 키우는 게 오랜 꿈이었다. 학창시절부터 사모예드가 좋았다. 결혼하고 여건이 생겨 곰순이를 입양했다. 취업 준비를 할 때, 혼자 공부하느라 너무 힘들 때, 아이는 다가와 가만히 기댔다. 그 온기에 온갖 외로움을 다 견딜 수 있었다.


그런데 존재만으로 온 집안을 가득 채우던, 자식 같던 녀석이 처참하게 숨졌다.


애견호텔 맡겼더니…쇠창살에 가두고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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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에 있는 애견호텔 사장이 곰순이를 가둔 쇠창살 케이지./사진=곰순이 보호자 제공

경남 진주에 있는 애견호텔, 거기 곰순이를 데려간 게 시작이었다. 곰순이 보호자는 취업 시험을 보느라 서울로 가야 했다. 맡긴 기간은 2박 3일(10월 9일부터 11일까지), 2018년부터 네 번이나 곰순이가 이용했던 곳이라 믿었다. 오랜만에 맡기는 터라 신신당부하며 사료까지 챙겨줬다.


그렇게 처음 맡긴 시간은 9일 오후 4시30분이었다.


그리고 약 3시간 뒤인 저녁 7시40분. 애견호텔 사장은 곰순이를 쇠창살이 삐죽삐죽 솟은 좁은 케이지에 가뒀다. 그 안엔 물과 사료를 두지 않았다. 배변 공간도 없었다. 천장 없는 철창이라 플라스틱 판을 얹고, 케이블 타이로 묶었다. 그렇게 해놓고, 그는 저녁 8시쯤 '퇴근'했다.


저녁부터 새벽 내내, 다음날 사장이 출근할 때(낮 12시)까지, 장장 16시간. 그 긴 시간 동안 곰순이는 꺼내달라고 울부 짖고 몸부림을 쳤다. 그 여파로 올려뒀던 플라스틱 판이 내려 앉기도 했다.


12시간 동안 쇠창살에 찔려, 서서히 죽어간 곰순이

다음 날인 10일 낮 12시, 출근한 사장은 오픈 준비를 다 한 뒤에야 곰순이가 갇혀 있는 케이지를 열었다. 목이 말랐던 녀석은 나오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그날 저녁 7시 20분, 사장은 곰순이를 쇠창살 케이지에 다시 가뒀다. 전날처럼 플라스틱 판을 위에 올려놓고, 케이블 타이로 고정시켰다. 이어 10분 뒤 퇴근했다.


저녁 7시 30분, 곰순이는 다시 울부 짖고 바깥으로 나오려 몸부림쳤다. 절박한 몸짓이었다. 결국 케이블 타이를 끊고 쇠창살에 올라탔다.


밤 9시 20분, 녀석은 살겠다고 나오다 쇠창살이 뒷발 허벅지와 배 사이에 꽂혀버렸다. 그후 곰순이는 아파서 계속 울부짖으며 발버둥을 쳤다. 그럴수록 이미 꽂힌 철근은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그리 12시간 동안 거꾸로 매달려 비명 지르던 곰순이는, 다음 날(11일) 아침 9시 20분 숨졌다.


호텔 CCTV엔 곰순이가 살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사장은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


사과하며 보상 약속한 사장, 하루 뒤 "법대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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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서 시험을 마친 보호자는, 날벼락 같은 전화를 받고 애견호텔에 왔다.


보호자와 만났을 때, 곰순이는 이미 죽어 있었다. 그 순간 기억에 대해 그는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믿기 힘들었다"며 "내 옆에서 보내줘도 아까울 만큼 소중한, 자식 같던 아이가 너무 괴롭고 아프게 갔다"며 울먹였다.


병원 검안 결과 사인(死因)은 '감염과 순환 장애로 인한 사망'이었다. 오른쪽 허벅지 부위에 찔린 상처가, 입안엔 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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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장은 과실을 인정하고, 곰순이 보호자에게 보상하겠다고 했다. 보호자는 이미 돈이 문제가 아니었으나, 아픔을 똑같이 느껴보란 맘으로 1000만원을 보상해달라 했다. 사장은 갖고 있던 160만원을 주고, 나머지 840만원도 주겠단 각서를 썼다. 진심으로 뉘우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하루 뒤인 12일 낮 12시쯤, 사장은 돌연 태도를 바꿨다. 곰순이 보호자에게 전화해선 "돈을 아무리 해도 구할 수 없다"며 "법대로 하라"고 했다. 또 "앞으로 개인적인 연락은 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무허가 업소'인데…3년간 몰랐던 진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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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순이 보호자는 14일 진주시청 농축산과 동물방역팀에 애견호텔을 신고했다. 그러나 담당 부서에선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계속된 항의 끝에, 5일 뒤에야 해당 업체에 조사를 나갔다.


확인 결과 해당 애견호텔은 사업자 등록만 해놓은 '무허가 업체' 였다. 애견호텔과 미용을 겸하면 2018년 3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동물미용업동물위탁관리업 등록을 하도록 돼 있다.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영업자가 준수해야 할 조건이 부여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위탁 관리 동물을 위한 개별 휴식실 △사료와 물 주기 위한 설비 △정기적으로 운동할 기회 제공 △위탁 관리하는 동안 관리자가 상주하거나, 해당 동물 상태 수시로 확인 등이 영업자가 지켜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무허가 업체'라 영업하는 3년이나 이 같은 관리 밖에 있었다. 관할 지자체인 진주시청은 사고가 날 때까지도 이 사실을 몰랐다. 동물보호법 제38조 2항에선 지자체가 '영업자에 대해 매년 1회 이상 점검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용지물 조항이었던 셈이다.


'무허가'여도 신고에만 의존…"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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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공무원의 방만, 그러나 여기엔 시스템 문제도 있었다. 구조를 바꿔야 같은 문제을 막을 수 있다.


진주시청 농축산과 동물방역팀 관계자는 "식육점 관리만 700개라, 실질적으로 다 돌기 힘들다"고 했다. 무허가 영업 업체가 어딘지, 구석구석 찾기 어렵단 항변이었다. 그는 "한 명당 2.5명분의 일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관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에 묻자, 정지원 동물복지정책과 주무관도 비슷한 얘길 했다. 정 주무관은 "신고나 동종 업계 사람들이 투서를 해야 아는데, 그게 아니면 불법 업체가 어딨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포털 사이트에 검색만 해봐도 아는 것 아니냐고 재차 물으니 그는 "지자체 담당자가 거의 한 명이고, 대부분 동물보호과도 없이 축산과가 함께 맡아서 하고 있다"며 "계속 모니터링 할만한 여력이 안 될 것"이라 답했다. 실제 대다수 지자체 현실이 그렇다.


게다가 그마저도 생산업과 장묘업 위주로 단속한다 했다. 위탁관리업이나 미용업 같은 서비스업이 법 규제 안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탓이다.


그러니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무허가 영업이 얼마나 판을 치는지 알 수 없다. 그나마 현재 할 수 있는 건 소비자들이 애견호텔, 훈련소, 미용실 등에서 등록증, 허가증을 꼼꼼히 확인한 뒤 신고하는 게 최선으로 보였다.


약해빠진 동물보호법, 처벌은 벌금 500만원 이하

그렇다면, 애견호텔 사장의 '무허가 영업'에 대한 동물보호법의 처벌 수위는 어떨까.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7장 46조 벌칙 조항에 따르면 '등록 또는 신고를 하지 않은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니 곰순이 보호자는 "동물보호법이 약하니, 법을 따져 하루만에 태도를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상세 입장을 듣기 위해 호텔 사장에 26일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답이 없었다.


그러나 진주시청은 해당 애견호텔 사장에 대해 "무허가 영업 뿐 아니라 '동물학대'까지 적용해 고발했다"고 했다. 곰순이 보호자도 "별도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4조에 따르면 '동물의 습성 또는 사육환경의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흑서, 흑한 등 환경에 방치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명백한 동물 학대다. 이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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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순이 보호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을 올렸다. 그는 청원 글에서 "동물보호법의 허술함을 알고 악용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며 "동물 관련 사업에 대한 허가 기준도 강화해달라"고 청했다. 무허가 영업을 방관한 지자체에 대해서도 처벌해달라고 했다. 해당 청원은 27일 오후 기준 8707명이 동의했다. 청원은 11월 25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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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말


안녕하세요, 기사 작성한 남형도 기자입니다.


기사 제목에 <내 딸이>라 표현한 걸 불편해하는 분들이 있으시지요.


댓글은 늘 보기 때문에 잘 알고 있습니다.


사실은 일부러 그리 달았습니다.


'동물은 동물이지'라는 그 인식 때문에,


동물권은 여전히 갈 길이 너무나 멉니다.


잔인하게 동물을 학대해도 대부분 벌금형,


쉽게 데려오고 함부로 버리고요.


동물보호법이 너무 약한 건,


여전히 이런 인식이 굳건하기 때문입니다.


곰순이는 애교 많은 이고, 좋은 친구이고, 다정한 배우자이고, 편안한 자매이고요.


그저 사랑하는 가족입니다.


제게 반려견 똘이가 그런 것처럼요.


공감하지 않아주셔도 괜찮습니다.


생각은 누구나 다 다르니까요.


그러나 단 한 번만 고민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이 표현이 불편하지 않은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저도 제 자리에서 노력하려 합니다.


그래서 제목은 수정하지 않겠습니다.


기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형도 기자 드림.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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