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마이크와 플랫폼의 차이
‘트럼프가 쓰는데’와 ‘트럼프도 쓰는데?’
원조 SNS인 트위터가 2월 9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순손실이 1억671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9000만달러에서 크게 늘어났어요. 근 2년간 이어지는 침체기가 끝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광산의 카나리아는 지저귀는 트위터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위험하다”
사실 트위터가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이상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라이브 스트리밍 전략 및 기본적인 초연결 인프라 등 트위터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뚜렷한 실패 포인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트위터는 소위 셀럽들에게 묘한 매력을 자랑하기도 합니다. 물론 셀럽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셀럽의 존재는 큰 힘이 되어주지요. 네이버의 브이가 MCN같은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한류스타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배경은 셀럽이라는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트위터를 볼까요. 정말 많은 셀럽들이 트위터를 사랑합니다. 물론 트위터 셀럽들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트위터가 유독 셀럽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스펙트럼 자체가 넓거든요. 당장 많은 정치인들도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 영국의 메이 총리 등은 소소한 자신의 일상부터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을 트위터에서 종종 발표합니다.
‘갑 오브 갑’은 아마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로 보입니다. 대선 기간 그의 파격적인 생각을 충실하게 전파한 수단이 바로 트위터라는 말이 나올 정도에요. 대통령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공장 설립 기사를 링크하며 “땡큐!”를 외치는 장면은, 그가 얼마나 트위터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 이렇게 미국 대통령의 사랑을 듬뿍 받고있는 트위터. 그런데 왜 트위터는 어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셀럽이 모인다고 흥(興)하는 것은 아니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짚고 넘어가자고요. 셀럽의 존재가 도움은 되겠지만 그것이 트위터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 당연한 말입니다. 지난해 4분기 트위터의 일일 이용자수는 전년 동기 대비 11% 올랐고, 월간 이용자수는 4% 증가했다고 합니다. 딱 여기까지가 셀럽을 통한 주목효과의 한계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뒷통수를 잡아당기는 의문은 남습니다. “셀럽들이 트위터를 주목하는 이유가 있을텐데…”라는 찝찝함. 사실 이 부분이 중요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역설적으로 트위터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거든요.
트위터는 개방형 SNS입니다. 초연결의 기조를 바탕으로 각자를 향하는 목소리의 진입장벽이 낮아요. 말 그대로 용광로처럼 끓어오르는 축제의 장. 플랫폼적 측면으로 보면 건강한 수준을 넘어 강렬한 매력 덩어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시끄럽다보니 소수의 목소리가 묻히는 장면이 연출되는 것.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지저귀기 때문에 처음 생태계에 들어온 사람이나 별 영향력이 없는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작부터 오프라인 지인 기반의 폐쇄형 SNS를 제공하는 페이스북과는 전혀 다른 방법론으로 보입니다.
“리슨, 내 말을 들어봐” |
하지만 셀럽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은 ‘마이크’가 없습니다. 하나의 셀럽이 다수의 이용자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소통은 가능하지만, 트위터의 소통은 폐쇄형 SNS와 비교해 더욱 상하관계가 뚜렷합니다. 맞팔보다 팔로를 더욱 추구하기 때문이죠. 물론 트위터의 원래 취지가 이렇지 않았지만, 개방형으로 만들어진 트위터가 보여준 의외의 현상이라고 해석될 수 있어요.
140자 제한은 생명력을 잃었으나 여전히 트위터를 설명하는 중요한 핵심입니다. 여기서 간결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측면에서 트위터는 더욱 강력한 인사이트를 가집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이용하는 장면과, 정치인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라는 것은 묘한 교집합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트위터는 가장 플랫폼스러운 콘텐츠의 소란함을 무기로 삼고 있으나, 바로 그 소란함 때문에 역설적으로 초연결의 플랫폼이 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시작부터 오프라인 지인 기반의 수평적 연결을 지향하고, 그 범위를 한정시켜 각자 철저한 비밀의 정원을 보장합니다.
경계가 쳐진 플랫폼의 연속이 폭발적인 플랫폼의 총합을 넘어 진짜 의미있는 플랫폼이 되어가는 것. 트위터는 셀럽의 마이크가 되었고 페이스북은 플랫폼이 된 아이러니한 현상입니다.
By 최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