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조 매출” 대기업 CEO가 22세 여비서를 후계자로 임명한 이유
중국 최고의 여성 CEO
“2년 안에 여비서를 후계자로”
업계 관계자들 불신하는 이유
많은 언론은 한국의 특이한 기업 문화로 ‘재벌 경영 세습’을 꼽고 있습니다. ‘한국의 5대 그룹’이라고 불리는 삼성, 현대, SK, LG, 롯데의 현 회장 모두 가업을 물려받은 ‘재벌’들이죠. 한편 미국과 일본 등 해외의 많은 국가들은 철저한 검증 없이는 경영 세습을 사실상 금기시하고 있죠. 중국도 최근 많은 재벌들이 가업을 거부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의 대기업 CEO가 평범한 22세 여비서에게 회사를 주겠다고 선언하여 업계에 큰 소란을 일으켰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입사 후 11년 만에 회장…
둥밍주의 성공 신화
중국 기업 ‘거리(格力)전기’는 중국 최대의 전자 제품 제조업체 중 하나인데요. 2018년 2000억 위안(약 32조 원)의 매출을 찍었던 중국의 명실상부한 대기업입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가 5년 안에 거리전기의 매출을 넘어서면 1위안을 달라”라며 제안했다가 완패한 것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거리전기 성공 신화의 배후엔 중국 최고의 여성 CEO인 둥밍주(董明珠) 회장이 있었습니다. 올해로 67세인 그녀는 최근 연임에 성공하면서 현직 CEO로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거리전기 전 직원에게 집 한 채씩 쏜다”라는 파격 제안을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둥밍주 회장은 36세의 나이에 거리전자의 영업직으로 입사해 11년 만에 CEO의 자리에 오른 인물로 유명한데요. 2012년부터 거리 전기 수장을 맡아온 둥 회장의 임기는 2023년까지입니다. 둥 회장은 거리전기를 임기가 끝나는 2023년까지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 총 6000억 위안의 총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죠.
방송 프로그램 통해 입사 후
4달 만에 일어난 일
한편 둥 회장이 최근 22세 여비서인 멍위퉁(孟羽童)을 후계자로 임명하여 화제가 되었는데요. 둥밍주 회장은 지난 8일 공개 석상에서 “그녀는 내 비서다. 나는 그녀를 미래에 제2의 둥밍주가 되도록 훈련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멍위퉁(孟羽童)으로 저장대학교 스페인어과 출신으로, 지난 4월 중국 망고TV에서 방영된 직장 리얼리티 프로그램 “초입직장적아문(初入职场的我们)”에 출연하며 알려졌습니다. 멍위퉁은 방송 내내 활발하고 긍정적인 성격과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며 최종적으로 둥 회장의 선택을 받았는데요. 거리전기에 입사해 3개월 인턴 생활 후 비서로 승진한지 1달도 되지 않아 후계자로 임명된 것입니다.
후계자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 인터넷엔 멍위퉁의 이야기로 가득했는데요. 그녀의 SNS 팔로워 수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찬사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온갖 루머와 질투가 난무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멍위퉁은 “나보다 더 훌륭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해명했죠.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
실효성 없다는 주장도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둥밍주 회장의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전자 업계의 부진과 잇따른 제품 다각화 실패, 신 에너지 사업 확장 실패로 거리전기의 시가총액은 급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둥 회장이 예능 출연과 후계자 임명 등의 논란을 통해 대중의 시선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려 하는 쇼를 벌인다고 지적했죠.
류부진 가전업계 분석가는 인터뷰에서 “둥 회장의 임기가 종료되는 2023년까지 단 몇 년 사이에 멍 양을 후계자로 키운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알렸습니다. 이어 “후계자 지정에 대한 언급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공개 석상을 통해 이뤄졌으나 둥 회장은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를 지정할 자격이 없다”면서 후계자 언급의 불확실성에 대해 말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