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서 있기만 하면 14만원 주는데도 다들 안하겠다는 알바
수능 감독관 기피하는 교사들
체력적, 심리적 부담감 심해
서약서 관련 인권침해 논란도 불거져
감독관 수당 14만 원으로 알려져
연합뉴스 |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느새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걱정과 스트레스로 밤을 지새우는 수험생만큼이나 교사들도 수능날을 걱정하는데요. 수능 감독관 공문이 내려오면 한숨부터 쉰다는 교사들. 교사들이 수능 감독관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체력적, 심리적 부담감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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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에는 평균 3명의 교사들이 배정됩니다. 매 교시별로 2명의 감독관이 들어가고 마지막 4교시의 경우에는 3명의 감독들이 모두 시험장에 들어가는데요.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시험감독관을 맡아야 하는 교사들은 시험이 진행되는 6-7시간 내내 시험장에 서서 학생들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죠.
게다가 수험생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움직임이나, 말소리 등 어떤 행동과 발언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만큼이나 체력적 부담이 큽니다. 무엇보다 담당 교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강한 책임감과 압박감을 느끼는 교사들이 많은데요. 실제로 지난해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부감독관이 학생들 옆을 지나가다 실신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감독관을 위한 의자 배치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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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 감독관을 경험한 교수들은 꾸준히 감독관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해왔습니다. 그 결과 작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험장에는 감독관을 위한 의자가 처음으로 설치됐습니다. 길게는 9시간까지 서 있어야 하는 감독관을 위해 의자를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인 건데요.
‘수능 감독관 업무 안내’ 지침서를 살펴보면 감독관 의자는 교실의 뒤편에 2개가 배치됩니다. 지침서에 따르면 “감독관 의자는 시험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시험실에 비치된 의자에 잠시 앉아 감독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감독관 의자에는 사용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잠시 동안 앉아서 감독할 수 있고, 3명의 감독관이 입실하는 4교시에도 2명의 감독관이 동시에 앉을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동시에 앉을 수도 없어 감독관끼리 의자 이용에 눈치를 보게 됐다”라고 전했는데요. 게다가 수시로 감독관들이 앞뒤로 움직이며 의자를 사용하게 되면 시험을 보는 학생들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부담감도 있다는 것이죠. 감독관 의자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감독관석은 교사들에게 쉬라고 마련한 것이 아니다”라며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전했습니다.
수능 감독관 인권 침해 논란
뉴스1 |
수능 감독관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각 지자체의 교육감에서는 수능 감독관에게 ‘임무에 충실함은 물론 시행과정상 지켜야 할 모든 사항을 엄수하며, 만일 그러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의 서약서 제출을 요구했는데요. 지난해 수능 감독으로 차출된 한 교사는 ‘수능 감독관 서약서 제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지자체의 서약서 제출 요구는 교사들에 대한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습니다. 인권위는 서약서 제출이 ‘징구’라는 표현으로 기재되는데다가 일부 지역에서는 감독관이 모두 서약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아 임의제출이 아닌 강요로 기능하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그러자 교육부는 서약서 대신 ‘수능 감독 위촉 확인서’를 받기로 결정했습니다. ‘위촉 확인서’에는 “임무에 충실함은 물론 시행과정상 지켜야 할 모든 사항을 엄수할 것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죠.
서약서 대신 위촉 확인서를 받기로 했다는 결정에 대해 교사들은 “수능 감독관 업무에 강제 차출하면서 서약서 작성까지 강요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서약서를 쓰지 않아도 감독관에게 문제 발생에 대한 책임이 이미 부과돼 있다”라고 전했는데요. 서약서, 위촉 확인서 등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수당은 얼마나 될까?
연합뉴스 |
기본 7-8시간 이상을 극도의 부담감 속에 서 있어야 하는 수능 감독관의 수당은 2020년 기준 서울은 14만 원, 인천은 15만 원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특별 관리실에서 방호복을 입고 감독관을 선 교사는 20만 원을 지급받았는데요. 매년 수당이 오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수능 감독관을 경험한 교사들은 최대한 감독관을 피하려고 하죠.
수능 감독관의 고충을 접한 누리꾼들은 “수능 감독관은 내가 14만원을 나라에 내고 안하고 싶을 때가 많음” “선생님들이 수능 감독관 에피소드 얘기하면서 진짜 가기 싫다고 그러는 거 많이 들었다” “수능 감독관 정말 힘들다 조금만 잘못하면 민원들어올까봐 불안하고” 등이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