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범식에 깜짝 등장한 서빙 로봇, 알고 보니…
대선 출범식에 등장한 서빙 로봇
라벨만 바꾼 중국산 밝혀져
한국 시장 70% 중국산이 점령
출처 유튜브 ‘wonik jeong’ |
부산 금정구의 식당엔 손님들이 가득합니다. 새로 들어온 ‘고양이 서빙 로봇’ 때문인데요.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말도 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며 장애물을 알아서 척척 피해 가는 모습을 보고 손님들은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이 신기한 서빙 로봇은 최근 열린 대선 출범식에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서빙 로봇을 들여온 경위가 밝혀지며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유튜브 ‘델리민주’ |
무대 위 중국산 서빙 로봇… “국산 구분도 못해” 비판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로봇이 등장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재명 후보가 경선 상대였던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서빙 로봇이 파란 점퍼를 가져다 준 것입니다. 이 과정은 별도의 조종 없이 자율 주행으로 이뤄졌죠.
이는 유권자들에게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연출이었지만, 정작 무대의 로봇이 중국산임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로봇은 중국 선전의 로봇 업체 ‘푸두테크’가 개발한 서빙 로봇 ‘벨라봇’으로, 올해 초 한국의 ‘브이디컴퍼니’가 한국에 유통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여러 식당에서 쓰이고 있는 로봇이죠.
중국산 로봇 사용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행사 기획사가 맡아 진행한 일”이라고 했고, 기획사는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고 있다”라고 답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내 대학교수는 “정치권과 정부에서 로봇 산업을 키우겠다는 구호는 넘쳐 나는데, 실제로는 어떤 로봇이 국산인지도 구분하지 못한다”라고 비판했죠.
출처 ‘에프이타임즈’ |
서빙 로봇의 70% 이상 중국산 “가격 면에서 상대 안돼”
서빙 로봇은 주로 식당과 카페에서 음식을 나르고 안내하는 로봇입니다. 현재 국내 서빙 로봇 시장 규모는 약 3000대 수준으로, 내년엔 1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국내 서빙 로봇 시장은 중국산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로봇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보급된 서빙 로봇의 70% 이상이 중국 업체 제품이죠.
문제는 서빙 로봇 사업을 시행하는 국내의 많은 업체들이 중국산 로봇을 들여와 라벨만 바꿔 국내산인 것처럼 대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로봇 업체 관계자는 “중국 제품을 한국 업체가 개발한 것처럼 마케팅을 해도 현재는 이를 막을 근거가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출처 ‘전자신문’ |
국내 업체 중엔 LG전자, 현대로보틱스, 베어로보틱스, 로보티즈가 자체 기술로 서빙 로봇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산 로봇들의 저렴한 가격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실제로 배달의 민족에서 식당, 카페 업주들에게 빌려주는 LG전자 서빙 로봇은 대여료가 한 달에 155만 원인 것에 비해, 중국 푸두테크의 로봇 대여료는 한 달에 130만 원으로 저렴합니다.
출처 ‘로봇신문사’ |
자국 로봇 산업 보호하는 미국, 한국은 특별한 조치 없어
중국은 광둥성 선전과 둥관에 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로봇 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퍼붓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은 이들 기업 이익의 20%를 차지하죠. 미국 또한 2018년부터 중국산 로봇을 수입할 때 관세 25%를 매기며 자국의 로봇 산업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특별한 보호 조치가 없어 수입산 로봇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IT 업계에서는 중국산 서빙 로봇의 확산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서빙 로봇이 길거리나 식당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수집한 정보는 고스란히 기업에 ‘빅데이터’로 차곡차곡 쌓이기 때문입니다. 자칫 한국이 중국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죠. 한 교수는 “서빙 로봇들이 수집하는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보안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