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된거 아냐?" 로또 '45분의 진실'을 파헤쳐봤습니다
* 기자라고 말을 다 잘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나 처음 보는 사람과는요. 소재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재밌어할 만 한것, '로또'입니다. 로또는 사행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초점을 맞추면 희노애락이 보입니다. '당첨금'에 초첨을 맞추면 세금·재테크·통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또 조작설이요? 휴~"
동행복권 측에 '로또 조작설'에 관해 묻자 담당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동행복권은 정부의 복권 수탁사업자다. "우리는 '조작'이란 단어조차 사용하는 것을 꺼려한다"고 담당자가 말했다. 그만큼 공정하게 운영을 하고 있고, 추첨 과정에서 조작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선 각종 조작설들이 난무하고 있는 게 사실. 로또가 도입된 2000년대 초창기부터 그러했다. 특히 로또 당첨 번호가 특정 번호대에 몰리거나 당첨자 수가 예상보다 많은 2~30명이 나올 때면 로또 조작설이 스멀스멀 흘러나와 사람들의 심리를 동요시킨다. '야, 이거 조작된 거 아니야?'
대표적으로 제기되는 것 중 하나가 이른바 '45분 조작설'이다. 즉 로또 판매가 마감되는 토요일 저녁 8시부터 추첨을 하는 8시45분까지 45분 가량이 비는데, 이 시간 로또 당첨 번호를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설이다. 이같은 설은 로또 추첨 방송이 녹화방송이란 잘못된 정보와 합쳐져 눈덩이처럼 커지곤 한다.
동행복권은 우선 로또 추첨 방송은 100% 생방송으로 진행됨을 강조하고 나섰다. 추첨 현장을 돕기 위해 나가는 직원들, 다수의 MBC 방송 관계자들이 증인이라고 했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 사태로 중단됐지만 방청객 아르바이트생들이 남긴 생방송 관련 후기도 찾아보면 많다.
그렇다면 '왜' 로또 판매 마감 후 바로 추첨을 하지 않는 것일까. 45분의 시차는 왜 생겨서 조작설을 양산하는 것일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일주일 간 판매한 데이터의 '마감 과정'을 위해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동행복권 측이 말하는 이유다.
동행복권에 따르면 현재 로또6/45는 일주일에 약 900억원어치가 팔리고 있다. 로또 한 게임당 구매 가격이 1000원이므로 참여 게임수만 9000만 게임에 이른다. 그야말로 '억소리' 나는 판매 금액에 방대한 게임수다.
이 때 9000만 용지에 적힌 번호들이 바로 판매 데이터가 된다. 해당 데이터는 판매점에서 로또를 내가 샀을 때부터 동행복권의 '메인시스템'과 '백업시스템',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감사시스템' 등 3개 시스템으로 실시간 전송·저장된다.
동행복권 측은 "당연히 3개 시스템은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며 "어떤 해커도 뚫을 수 없는 데이터 최종 수치를 저희 쪽과 기획재정부의 감사기관에서 크로스 체크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 마감이고, 이 과정에 15분 가량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컴퓨터 시스템상 더 빠르게 확인 작업을 마칠 순 없냐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감사위원의 감독과 데이터 일치 여부를 확인한 최종 보고서를 팩스로 주고 받으려면 최대 15분 정도 걸린다는 게 동행복권 측 설명이다. 45분의 조작설 중 15분에 대한 의혹은 일단 풀렸다.
나머지 30분의 차이를 설명해야 하는데 이는 방송사 편성 계획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것이라고 동행복권 측은 밝혔다. 즉 8시 40분까지 주말 뉴스가 편성돼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툭 방송을 끊고 로또 추첨을 할 순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시간 차란 얘기다.
동행복권 측은 "방송사에서 뉴스가 끝나자마자 가장 빠르게 편성해 주는 시간이 바로 8시 45분경"이라며 "그래서 불가피하게 로또 판매 마감 후 추첨 방송을 하기까지 45분 가량이 차이가 나는 것이지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