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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금만 1조 7500억 미국…세계 각국 로또 이야기 [로또하세요?]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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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로또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 종종 묻는 말이 있습니다. "외국처럼 왜 당첨금이 이월되지 않나요?" "다른 나라보다 당첨금은 왜 이렇게 적은거죠?" 등입니다. 로또가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2004년 8월 이전까지 국내에서도 이월이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로또 역대 최고금액인 400억대 당첨금을 타 간 1등 당첨자가 나왔었죠.


지금은 국내에서 법적으로 로또 이월은 2회 가능합니다. 그러나 로또를 구매하는 이들이 워낙 많다보니 당첨금이 이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습니다. 현재 로또 1등 당첨금액은 평균 10억대 초반. 여전히 '억'소리 나는 액수지만 해외 로또로 눈을 돌려보면 작게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조' 단위 당첨금이 다른 나라에서는 나오거든요.


물론 해외 로또의 당첨 확률은 그만큼 매우 희박합니다. 특히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로또 1등 당첨자는 신분을 공개해야 당첨금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국내와 사뭇 다른 부분이죠. 가끔 국제뉴스를 보다보면 거액의 1등 당첨자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사진을 찍은 모습이 나오는데, 이러한 이유가 숨어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다들 랜선여행을 떠납니다. '조 단위'의 당첨금은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게임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저는 '로또'로 세계여행 한번 떠나보겠습니다.


올해 1월초 미 전역에서는 '메가밀리언' 광풍이 불었습니다. 메가밀리언은 미국에서 유명한 로또입니다. 지난해 9월 15일 이후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자 당첨금이 계속 쌓였기 때문입니다. 그 액수가 무려 10억달러(약 1조1050억원)나 됐습니다.


4개월만인 지난 1월 23일 드디어 10억달러를 거머쥔 당첨자가 나왔고, 미국 로또 사상 세 번째로 많은 금액의 1등 당첨금을 타갔습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타 간 당첨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은 지난 2016년 1월 파워볼 15억8600만달러(1조7525억원)였습니다. 이어 2018년 10월 메가밀리언 15억3700만달러(1조6983억원)가 2위였고요.


미국에서 로또 양대산맥으로는 '메가밀리언'과 '파워볼'이 있습니다. 파워볼은 1~69 숫자 중 5개를 맞히고, 1~26 숫자 중 또 하나(red powerball)를 추가로 맞혀야 하는 게임입니다. 메가밀리언의 경우 1~70개 숫자 중 5개를, 또 다시 1~25 숫자 중 하나(the gold Mega Ball)를 모두 맞혀야 하죠.


그러다보니 파워볼과 메가밀리언 모두 1등 당첨확률은 자그만치 '3억분의 1' 가량 됩니다. 물에 알레르기 반응을 가진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이 2억3000만분의 1이라고 합니다. 미국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이보다 더 희박한 것이죠. 포틀랜드주립대의 수학자이자 통계학자인 스티븐 블레일러 교수는 이같은 확률을 너비 12m, 길이 36.5m, 깊이 152cm의 수영장 풀에 M&M 초컬릿을 모두 다 깔아놓고 그 중 녹색인 알 하나를 집어드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는데, 감이 좀 잡히시나요?


매우 희박한 당첨 확률 탓에 미국 파워볼과 메가밀리언에서 1등 당첨자는 1년에 열손가락 안에 꼽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미국 전역에서 사람들은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언의 인기는 대단합니다(둘 다 장당 가격은 2달러).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월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무한정' 말입니다. 무한정 커지는 1등 당첨의 꿈은 외국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비거주 외국인도 현지에서 얼마든지 메가밀리언과 파워볼을 살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파워볼과 메가밀리언 1등에 당첨이 되면 단순히 관계자들 사이 신분 확인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신분을 공개해야 합니다. 모든 주에 다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주에서 그렇다고 합니다. 1등 당첨자의 신분은 철저히 보호해줘야한다는 우리나라 분위기와는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유럽에는 '유로 밀리언'이라는 로또가 유명합니다.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스위스, 스페인 등 총 9개국이 연합해 만든 유럽통합 로또인데요. 1~50까지의 숫자 중 5개와 '행운의 별'이라 불리는 1~12까지의 숫자 중 2개를 다 맞혀야 1등에 당첨이 되는 구조입니다. 1등 당첨확률은 7627만분의 1. 1등 당첨금은 최대 1억9000만 유로로 제한돼 있습니다. 그러나 1등 당첨자가 없는 경우 다음 회차로 계속 이월이 되는 것은 미국과 같습니다.


어느 나라 국민이냐에 따라 떼가는 세금이 달라집니다. 유럽 국민일 경우 6~13%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비거주 외국인일 경우 해당 국가와 당첨자가 소속된 국가가 맺은 협약에 따라 과세되는 식입니다. 코로나가 하루 빨리 종식 돼 유럽 여행을 자유롭게 하게 되는 날, 유로밀리언을 산다면 우리나라와 보다 유리한 과세 협약을 맺은 국가에서 구매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무려 1763년부터 복권을 발행하기 시작해 복권 문화가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나라가 있습니다. 일명 '크리스마스 복권(Loteria de Navidad)'으로 유명한 스페인입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1년에 단 한번 발매되다보니 얻은 별칭인데 정식 명칭은 '엘 고르도( El gordo)'입니다.


1812년 처음 판매를 시작한 엘 고르도는 이미 두 세기를 넘은 긴 역사를 자랑하는데요. 스페인어로는 '뚱보'를 의미합니다. 이는 총상금이 매년 총 24억890만유로(3조2060억원)로 세계 최대 규모이고, 1등 당첨자 역시 가장 많이 뽑는 복권이어서 그렇습니다.


엘 고르도는 00000~99999 사이의 숫자, 그러니까 총10만개의 번호를 인쇄해 발매됩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1등 당첨자는 172명이 되게끔 해놓았습니다.


1장당 가격은 20유로(약 2만6900원)이어서 꽤 비싼 편입니다. 보통 10장씩 1세트 개념으로 구매를 하는데 그러면 200유로(약 26만원)란 비용이 듭니다. 그래서 스페인에서는 가족 친구 등과 돈을 모아 엘 고르도를 주로 사고, 당첨금 역시 나눠 갖는 문화가 퍼져 있습니다. 단 한 명 또는 소수에게 당첨금을 몰아주는 다른 나라의 복권들과 다른 특징입니다.


매년 스페인 국민 90% 이상이 살 정도로 '국민 복권'이란 지위를 톡톡히 누리는 엘 고르도의 추첨은 크리스마스 직전 이뤄집니다. 안 그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시즌에 엘 고르도의 추첨일이 다가올수록 스페인들은 축제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행운의 다섯자리를 뽑는 방법 역시 독특합니다. 8만5000개의 나무 구슬을 황금빛 철창 안에 넣어 돌린 후 여기서 뽑힌 숫자를 아이들이 발표합니다. '세상에나, 아이들이라고?' 되묻는 분들이 계실 수 있는데, 취지는 그렇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로또 추첨의 공정성이 중요합니다. 스페인은 누구보다 순수한 눈을 가진 아이들에게 이를 맡겨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죠. 전국 각지에서 1등에 동시 당첨된 이들은 샴페인을 터트리며 얼싸 안습니다. 당첨이 안 된 이들은 그들대로 내년의 행운을 기대해봅니다.


코로나가 길어질수록 '코킷리스트'에 추가할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그 날이 오면, 다양한 로또를 꼭 사보고 싶습니다. 현실적인 고민 역시 뒤따릅니다. '과연 외국에서 로또에 당첨이 되면 그 많은 돈이 정말로 내 돈이 되는 걸까? 세금은?' '해외로또 구매 대행이 있다는데 문제는 없는 걸까?' 등등.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쓸데없는 고민일지 모르지만 동시에 일주일 간 활력소가 될 수 있는 로또에 관한 궁금증이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 주십시오. 한 주간 또 열심히 취재해 보겠습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byd@mk.co.kr]



* 기자라고 말을 다 잘하는 건 아닙니다. 특히나 처음 보는 사람과는요. 소재가 필요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재밌어할 만 한것, '로또'입니다. 로또는 사행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초점을 맞추면 희노애락이 보입니다. '당첨금'에 초첨을 맞추면 세금·재테크·통계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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