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 앵커 아니었어?…MBN, AI아나운서 시대 열었다
김주하 AI 앵커가 지난 6일 민경영 MBN 기자와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 MBN] |
종합편성채널 MBN(매일방송)이 국내에서 처음 인공지능(AI) 앵커를 도입하며 AI 방송 시대를 열었다.
9일 MBN은 김주하 앵커를 본떠서 만든 AI 앵커가 지난 6일 'MBN 종합뉴스'에서 실제 방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AI 앵커는 민경영 MBN 산업부 기자와 대담 형식 리포트인 '국내 방송 최초 AI 앵커…라이브 뉴스 스튜디오에 서다'를 시작으로, 실제 김주하 앵커와 AI 앵커가 대담을 나누는 '인간 앵커 VS AI 앵커…승자는 누구?',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온라인 공간에서 활약했던 AI 앵커 모습을 담은 '"진짜 똑같네"…온라인상에서 이미 검증된 MBN AI 앵커'까지 리포트 세 편을 방송했다. 김주하 앵커가 직접 원고를 읽으면 AI 앵커가 곧바로 따라서 읽는 테스트에서는 감정적인 부분은 아직 부족하지만, 발음이나 톤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아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AI 앵커는 MBN과 AI 전문업체인 머니브레인이 함께 개발했다. 김주하 앵커가 방송하는 모습과 동작, 목소리를 녹화한 뒤 AI가 이 영상을 딥러닝해 만들었다. AI 기술과 딥러닝 학습, 컨벌루션 신경망(CNN) 학습을 통해 실제 사람이 말하는 것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성을 갖출 수 있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AI 앵커와 대담을 나눠본 김주하 앵커는 "'AI 기술이 언젠가는 내 자리를 위협할 수 있겠다'는 불안감도 들었지만, 아직 AI가 줄 수 없는 인간의 따뜻한 감정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사람을 대신해 뉴스를 진행하는 AI 앵커는 2년 전 중국에서 처음 만들었다. 국영방송사 신화통신은 2018년 11월 7일 중국 우전에서 열린 세계 인터넷 대회에서 AI 앵커를 최초로 공개했다. 신화통신에서 근무하는 장자오 앵커 모습과 목소리를 학습해 탄생했다.
이번에 MBN이 만든 AI 앵커는 한층 더 진화된 형태다. 머니브레인 영상·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최대 1000자 분량 텍스트를 1분 안에 영상으로 합성할 수 있을 정도다.
이날 실제 방송에 앞서 MBN은 지난 9월 21일부터 '김주하 AI 앵커가 전하는 정오 주요 뉴스'와 '주요 뉴스 예고'를 제작해 온라인 뉴스에서 먼저 활용해왔다. 미국 대선 소식처럼 정규 프로그램 외에도 국민에게 빠르게 전해야 할 속보 뉴스가 생기면 이 역시 김주하 AI 앵커가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AI 앵커는 실제 앵커와 방송 스태프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도 언제든 활용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뉴스 공백 시간대에 유용하다. 실제 방송 현장에선 5분 남짓 방송을 위해 PD, 작가, 방송 부조정실 스튜디오를 담당하는 감독, 카메라 감독까지 10명 넘는 방송 스태프를 투입해야 한다. 앵커 역시 방송 의상을 입고 메이크업을 받은 뒤 리허설을 하는 등 최소 2시간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반면 AI 앵커는 준비 과정 없이 방송에 투입할 수 있다. 시청자로서는 재난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속보 뉴스를 빠르게 접할 수 있고, 방송사도 이에 들어가는 인력·시간·비용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투자할 수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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