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JTBC '아는 형님'은 최근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톱7의 촬영분을 3주 분량으로 편성해 내보냈다. 한 회 녹화를 3주에 걸쳐 방송한 건 '아는 형님'이 2015년 방송을 시작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방송은 3주 내내 15%(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는 형님'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나오기 전 '아는 형님' 시청률은 5~6%대를 오갔다. JTBC는 물론이고 종편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최고 수준이었다. 문장이 과거형인 건 TV조선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종편 시청률 역사를 다시 썼기 때문이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각각 최고 시청률 18.1%와 35.7%로 종영했다.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주인공이 된 '사랑의 콜센타'의 시청률은 20%를 넘겼고, '미스터트롯' 톱4가 나오는 '뽕숭아학당'도 10%대 시청률을 유지 중이다.
JTBC는 한때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을 선두했었다. 2014년 시작해 지난해 막을 내린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 열풍의 시초로 꼽히고, '썰전'은 '시사 예능'이란 신대륙을 개척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들이 모여 토론하는 '비정상회담'은 (프로그램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국내 연예계에 외국인 남성들을 침투시키는 발판이 됐다. '마녀사냥'이 표방했던 '솔직한 연애 토크쇼'는 오늘날 KBS조이 '연애의 참견'이나 동영상 서비스 시즌(Seezn)의 웹 예능 '고막메이트'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또한 이제 과거의 얘기가 됐다. 현재 방영 중인 JTBC 예능 프로그램들에선 예전만큼의 화제성이나 파급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JTBC가 새롭게 선보인 '정산회담'은 연예인의 소비 습관을 점검한다는 점에서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을 떠올리게 만들고, 외국인 남녀의 연애 이야기를 들어보는 '77억의 사랑'은 방영 내내 '비정상회담'과의 비교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20일 방송을 시작한 '1호가 될 순 없어'는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 TV조선 '아내의 맛'이 이미 수년 전부터 선보여왔던 '연예인 부부 관찰 예능'의 문법을 반복하고 있다.
TV조선은 중,장년 세대에게 맞춘 소재와 편집으로 로열 시청 층을 휘어잡았고, '트롯맨'들을 치트키 삼아 공격적으로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출연진 겹치기 논란도 불사할 정도다. 그 사이 채널A는 '하트시그널3'의 천안나,이가흔,김강열, '아빠본색'의 길 등 출연자들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동력 삼아 화제성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JTBC는 익숙한 재료를 익숙하게 요리해 보여준다. 이목을 끌기 위해 반칙을 쓰진 않는다는 점에서 일견 점잖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전략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타깃 시청 층은 흐릿해졌고 소재의 참신성도 떨어져서다.
다만 돌아오는 장수 프로그램에 희망을 걸어볼 순 있겠다. JTBC는 '비긴어게인'의 네 번째 시즌을 오는 6월6일부터 방송한다. 하반기엔 '히든싱어' 여섯 번째 시즌도 공개된다. 지난달 막을 올린 '팬텀싱어3'는 3~4%대를 오가는 시청률로 이전 시즌 평균 시청률을 지켜내고 있다. JTBC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다. 하던 대로 하면서, 나오던 만큼의 성과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것. 전성기는 이미 저물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 사진=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