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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 국민은행서 나온 호소 “살아있을 동안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은행, 디지털 주력에 사라지는 지점

노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 불편 호소


그동안 흔히 접할 수 있었던 은행 점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디지털 시대라는 대격변 속에서 은행들은 점포를 빠르게 줄여 나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스마트폰에 설 자리를 잃은 은행 점포의 폐쇄를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이지만 디지털에서 소외된 이들은 이제 금융서비스에서 마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사라진 은행 점포 주위에서 점포 폐쇄에 대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홍능갈비 건너편 국민은행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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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 폐쇄된 국민은행 홍릉지점 /사진=조계원 기자

청량리에 위치한 50년 넘은 홍능갈비 길 건너편에는 지난달까지 국민은행 홍릉지점이 있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던 홍릉지점은 지난 7월 10일부로 폐쇄됐다. 국민은행은 지점 폐쇄와 함께 홍릉지점을 이용하던 고객들에게 앞으로는 도보 12분 거리에 위치한 쳥량리 지점을 이용해 줄 것을 안내했다.


홍릉지점이 폐쇄되고 2주 정도 지난 후 방문한 결과 지점이 위치했던 건물에는 아직도 지점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국민은행 간판이 달려있던 자리, 입구를 막아서고 있던 입간판들, 벽면 한편에는 이전을 안내하는 현수막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유리문 안으로는 국민은행이 영업했던 매장의 모습도 그대로 였다. 지점 폐쇄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먼저 길거리에서 국민은행 홍릉지점을 이용하던 주민을 찾기 시작했다.

“장보러 가던 할머니, 전화를 어떻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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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홍릉지점과 청량리지점 사이에는 청량리 농수산물 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당시 길거리에는 오전 시간이였기 때문인지 노년층의 행인 몇몇 분들이 눈에 띄었다. 국민은행 홍릉지점을 이용하던 분을 찾던 중 다행히 장바구니 캐리어를 끌고 가시던 한 할머니를 만날 수 있었다.


할머니는 홍릉지점 페쇄에 대해 “나이 들면 오래 걷기가 힘들어, 무릎이 아프다”며 “은행이 없어지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오랫동안 거래해 온 곳인데 이제와서 다른 은행 찾아가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스마트뱅킹에 대해서는 “요즘 휴대폰으로 사람을 속여보려는 놈들이 많다”며 “전화를 어떻게 믿고 돈을 맡길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제 살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우리는 쓰던 대로 쓰면된다”며 “살아 있을 동안에는 은행(점포가)이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년의 한 아주머니는 “요즘 은행 점포가 많이 없어지기는 했다”며 “스마트폰으로 다 가능한 만큼 은행 점포가 없어진다고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말해 할머니와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자 양반, 직접가서 청량리 지점 상황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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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릉 지점과 청량리 지점의 통페합 안내문

길거리 인터뷰를 마치고 찾아간 곳은 길건너 공인중개사 사무소. 사무소 안에 들어가자 동내 할아버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할아버지들에게 길건너 국민은행 지점의 폐쇄에 대해 물어보자 생각보다 반응이 격했다.


한 할아버지는 홍릉지점이 통합된 청량리 지점을 두고 “청량리 시장 입구에 있는 지점은 평소에도 시장상인과 외부 사람들로 복잡한 곳인데 이제 거기까지 가서 은행 일을 봐야 한다”며 며 “은행들이 비용절감 하겠다고 지점을 페쇄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ATM기기는 남겨두고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 역정을 냈다.


다른 할아버지는 “어제는 부인이 11시에 은행에 가서 2시가 넘어서 왔다. 홍릉지점 폐쇄하고 청량리지점 이용하라는 이야기는 여기 실정을 하나도 모르고 결정한 것”이라며 “기자 양반도 지금 청량리 지점에 가서 상황이 어떤지 살펴봐”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들에게 스마트뱅킹 또는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지는 않는지 질문들을 드렸지만 확실히 연령때에 따른 디지털 접근성에 큰 차이가 있었다. 그곳에 계셨던 할아버지들은 모두 ‘디지털뱅킹’, ‘스마트뱅킹’ 이라는 용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 했고, 전화로 은행 업무는 안보시냐는 질문에 “그런거 안한다”고 일축했다.

“직접 가본 청량리 지점, 사람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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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시간, 국민은행 청량리 지점의 모습, 사진 뒤쪽으로 대기하는 고객들이 더 많다.

직접 가서 확인해 보라는 말에 도보 12분 거리에 있는 청량리 지점으로 이동했다. 사실 말이 12분이지 30대인 기자도 이동하는 데 15분은 더 걸려 청량리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점안에는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으로 실제 앉을 곳이 없었다.


이들의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창구는 10여 곳에 달하는 것을 보였으나,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교대근무를 하는 듯 실제 업무가 돌아가는 창구는 4~5곳에 불과했다.


업무를 보고 나오시는 한 할머니는 “평소 다니던 곳인데 사람이 더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직원들은 밥 먹으러 갔다”고 오랜 기다림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면 직원들이 좀 나와봐야 하는 것”아니냐고 지적했다.


또다른 할아버지는 “저 위에 다른 지점(홍릉지점)이 없어져 이리로 왔다”며 “너무 멀고 사람도 많아서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은행에서 이걸 어떻게 해주든가 해야지 매번 이렇게 기다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은행을 방문한 두 할머니와 할아버지 역시 디지털 뱅킹 서비스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은행의 점포 페쇄가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은행 점포가 빠른 속도로 폐쇄되고 있는데 저희도 걱정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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