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 만에… 이란의 축구장을 가득 채운 '블루 걸스'의 함성
2022년 8월25일 이란 테헤란의 ‘자유’라는 의미를 가진 아자디 스타디움은 흥분과 열기로 가득 찼다. 테헤란의 에스테그랄 FC와 케르만의 메스 케르만 FC의 경기가 있었던 이곳에서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히잡을 쓴 여성들이 연신 “독타레 어비(블루 걸스)!”를 외쳤고, 일부 여성 팬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비록 500여명의 여성만이 분리된 경기장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었지만, 이날의 의미는 특별했다. 이슬람 혁명 이후 금지됐던 이란 여성들의 프로축구 경기 관람이 41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수년간 이란 안팎에서 진행됐던 #LetWomenGoToStadium 운동이 미약하나마 실현된 순간이었다.
에스테그랄의 포르투갈 출신 핀투 감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블루 걸스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우리의 노력으로 또 한 번의 승리를 이루어낸 역사적인 날입니다. 홈 경기장에서 에스테그랄 여성들과 이 승리를 함께해 큰 영광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에스테그랄 선수들은 블루 걸스의 응원에 감사와 축하의 인사를 남겼다. 하지만 모두들 게시물이 아닌 24시간 후에 사라지는 스토리에 포스팅을 남겼다.
2022년 8월 25일 수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스테글랄FC와 메스 케르만 FC의 경기 도중 이란 여성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날 이란 여성들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처음으로 전국 축구 선수권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AFP 연합뉴스 |
블루 걸스의 관람석에는 열성적인 블루 걸이었던 사하르 코다야리(Sahar Khodayari)의 자리도 있었지만, 그녀는 끝내 자신이 응원한 팀의 경기를 볼 수 없었다. 코다야리는 2019년 남장을 하고 축구 경기장에 들어가려다 들켜 재판을 받게 됐다. 재판 과정에서 오랜 투옥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코다야리는 테헤란 법원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은 성명을 통해 여성들의 축구 경기장 출입을 막는 이란 당국을 비판하고, 지속적으로 여성들의 자유와 안전을 요구해 왔다. 이번 결정 역시 지속적인 FIFA의 압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한편 그날 경기장에서는 얼마 전까지 에스테그랄에서 주장으로 활약했던 ‘보리아 가포리’의 이름을 외치는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쿠르드 소수민족 출신인 가포리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특히 블루 걸 코다야리의 죽음 당시, 가포리는 검은 하트와 블루 걸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용감하게 사회적 발언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정권으로부터 ‘쿠르드 분리주의자’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듣고,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가포리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에스테그랄에서 방출되어야 했다.
한 여성이 8월 25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에스테글랄FC를 응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하지만 ‘블루 걸스’들이 입장한 경기장에 모인 많은 팬들은 영원한 캡틴인 가포리의 이름을 연호하며 용감한 축구 영웅을 소환했다. 그의 백넘버 21을 기억하며 21분 동안 가포리의 이름은 경기장을 채웠다.
이란 핵협상이 재개되어 타결이 임박하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진다. 미국의 일방적 핵협상 탈퇴로 이란은 수년간 외교적·경제적 위기를 겪었고, 그 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물 부족, 살인적 물가 상승과 경제 상황에 고통받아야 했다. 이제 이란이 국제무대에 다시 등장할 시기이다. 이란 국민들이 국제적인 기준에 맞게 보다 나은 자유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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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교복 치마와 함께 자전거와 멀어진 여자들을 다시 자전거에 태우는 건 너무 어려웠다. 태권도 4단의 생활체육인도, 선수 출신인 나의 운동 선생님도 시내에서 자전거는 무서워서 못 타겠다고 했다. 우리 집만 그랬는 줄 알았는데 남의 집도 그랬다면 그건 ‘사회문제’다. https://t.co/4Dxc2S2lbc
— 플랫 (@flatflat38) July 14, 2022
플랫팀 twitter.com/flatflat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