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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경향신문

품 안의 가을…#알려지지 않아 #가족과 함께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자연 친화적 여행지

여름에서 가을로 들어가는 때다. 가을바람을 타고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감염병의 기세가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아 불안하다. 코로나 시대 여행 트렌드는 바로 ‘안전’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가을맞이 비대면 안심 여행지 25곳 중 알려지지 않아 가족과 함께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자연 친화적 여행지 7곳만 추렸다. 거리 두기가 가능해 호젓하게 여행할 수 있는 여행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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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대명유수지·달성습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대구 달서구 대명유수지와 달성군 달성습지는 가을 여행지로 딱 알맞다. 은빛 물결 일렁이는 억새밭 사이로 산책로가 나 있고, 광활한 습지 사이로 숲길이 나 있다.


대명유수지는 낙동강 범람을 막기 위해 1995년에 만든 인공저수지다. ‘사진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대구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축구장 30개 정도의 규모인 26만㎡ 습지에서 억새들이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다. 물억새 군락은 맹꽁이들의 국내 최대 산란처로 자리 잡았다. 맹꽁이는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정한 환경지표종이다.


대명유수지 둑길은 달성습지로 이어진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 쌓인 퇴적물이 형성한 습지다. 200만㎡에 달하는 면적을 자랑한다. 이곳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와 황조롱이, 희귀식물인 쥐방울덩굴 등 230여종의 생물이 서식·자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습지는 20여년의 생태복원 사업 후 최근 시민에게 개방됐다. 습지 안에는 약 2.5㎞의 숲길이 나 있다.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누릴 수 있도록 길을 냈다. 은행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느티나무숲이 이어진다. 달성습지 생태학습관 운영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며 입장 마감은 오후 5시다.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대명유수지 생태탐방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한다.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야간 출입이 제한된다.

■북한산 자락 따라 역사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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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봉구 ‘간송 옛집’과 도봉산 둘레길

도봉산 둘레길은 산행에 익숙지 않은 이들도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한 북한산 둘레길 21개 구간 중 도봉산을 돌아보는 8구간을 편의상 도봉산 둘레길이라 부른다. 이 중 비대면 안심 여행지는 19구간(방학동길)과 20구간(왕실묘역길)이다. 두 구간 모두 합쳐 5㎞가 채 되지 않는다. 도봉산 19구간의 출발점은 무수골이다. 무수골은 ‘근심이 없는 골짜기’란 뜻이다. 지하철 1호선 도봉역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둘레길을 걷다 중간 지점쯤에서 신방학중학교 쪽으로 향하면 간송 옛집이다. 일제강점기에 사재를 털어 훈민정음 해례본과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신윤복의 ‘미인도’ 등 수많은 국보와 문화재를 지켜낸 간송 전형필이 생전에 머물렀던 집이다.


간송 옛집은 한때 폐허처럼 버려져 있었다. 이동진 도봉구청장이 2011년 산행 중 파손 상태가 심한 이 고택을 발견했고,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듬해 문화재청 국가등록문화재 521호로 지정됐다.


도봉구는 간송미술문화재단과 함께 집을 복원해 2015년 9월 ‘간송 옛집’이란 현판을 달고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간송 옛집 문화해설은 중단됐다.


간송 옛집에서 다시 둘레길을 걷다 보면 나오는 정의공주묘가 20구간의 시작점이다. 이 구간에는 조선 왕실의 묘역이 있어 길 이름이 왕실묘역길이다. 정의공주는 세종의 둘째 딸이다. 공주의 묘 바로 옆은 남편인 양효공 안맹담의 묘다. 20구간은 1.6㎞다. 건너편에 연산군묘역이 있다. 연산군묘 인근의 원당샘공원도 둘러보자. 공원 옆에는 수령이 600년을 훨씬 넘긴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서울시 보호수 1호로 지정된 나무로 높이만 25m가 넘는다.

■하루 두 번, 강물이 거꾸로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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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고양대덕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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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대덕생태공원은 방화대교가 있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현천동, 가양대교가 있는 덕은동에 속한 강변 공원이다. 길이는 3.8㎞, 면적 81만㎡ 규모다.


고양대덕생태공원 앞을 흐르는 한강의 하구는 바닷물과 강물이 섞이는 기수역이다. 기수는 낮은 염분의 민물(담수)과 높은 염분의 바닷물(염수)이 섞여 중간 정도의 염분을 가지는 물을 뜻한다. 그중에서도 고양대덕생태공원은 기수역 상부 지역으로 물때에 따라 드러나는 갯벌과 하루 두 번 강물이 거꾸로 흐르는 모습을 이 곳에서 볼 수 있다.


공원의 생태 탐방로는 두 가지다. A코스는 가양대교 인근 종로구 한강 다목적운동장 주차장에서 시작해 용치탐조대와 용치다리, 자갈톱과 갈대군락지, 물망초다리와 물망초군락지로 이어진다. 왕복 5㎞의 길로 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방화대교 인근에서 시작하는 B코스는 왕복 2㎞의 길이다. 공원 주차장에서부터 잉어다리, 제1돌다리, 갈대군락, 야생화마당, 나비마당, 행호탐조대, 말똥게다리, 제2돌다리와 마름군락을 지나 다시 잉어다리로 돌아오는 코스다.

■선비들이 풍류를 즐긴, 비밀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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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백운동 별서정원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안운마을에 있는 백운동 별서정원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꼭꼭 숨겨져 있는 비밀의 정원 같다.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의 부용동과 함께 호남의 3대 정원으로 꼽힌다.


별서는 선비들이 본래의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자연과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은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별장이다. 백운동 별서정원은 조선 중기 선비 이담로(1627~1701)가 별서를 짓고 원림(집터에 딸린 숲)을 꾸민 곳이다.


별서정원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01년 ‘백운첩’이 발견되면서다. ‘백운첩’은 다산 정약용이 1812년 초의 선사를 비롯한 제자들과 함께 월출산을 등반하고 백운동에 들러 하룻밤 유숙한 뒤 백운동의 풍광에 반해 그 감동을 시와 그림으로 담은 시화첩이다.


강진군은 백운첩과 백운동 5대 주인 이시헌의 ‘백운세수첩’ 등을 근거로 2007년 복원공사를 시작했다.


별서정원은 강진군 향토문화유산과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됐다. 백운동 별서정원으로 가려면 월출산 다원 주차장에서 계곡 쪽으로 내려가면 된다. 언덕 아래 안운 주차장에서 가는 숲길은 운치 있다.

■탈 것은 두고…그 섬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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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 소무의도 무의바다누리길

소무의도는 해안 둘레길 2.5㎞의 작은 섬이다. 소무의도로 가려면 광명항까지 이동한 뒤 인도교를 걸어서 건너야 한다. 차는 들어갈 수 없다. 다리를 건너면 떼무리선착장이다.


선착장에서 무의바다누리길 코스를 시작할 수 있다. 무의바다누리길은 소무의도 인도교길부터 마주 보는 길, 떼무리길, 부처개미길, 몽여해변길, 명사의 해변길, 해녀섬길, 키 작은 소나무길 등 섬의 독특한 지형의 이름을 따서 8구간으로 나눴다. 한 바퀴를 둘러보는 시간은 1시간반 남짓이다.


소무의도 입구에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자리 잡기는 쉽지 않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용유역까지 자기부상열차도 무료로 운행된다.


용유역에 도착하면 잠진도 삼거리 정류장에서 광명항까지 왕복 운행하는 무의 1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소요 시간은 약 30분이다.

■벼랑길과 오솔길이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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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남지개비리길

경남 창녕 남지읍 용산마을과 영아지마을을 잇는 강변길이 남지개비리길이다. ‘개가 다닌 비리(벼랑)’라 해서 ‘개비리’ 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개비리’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이라는 뜻의 고유어 ‘개’와 벼랑의 사투리인 ‘비리’를 합친 말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강가 벼랑을 따라 난 길이라는 뜻이다. 영아지마을 위쪽에 도로가 생긴 이후 인적이 끊기고 잡초만 무성했던 이 벼랑길이 되살아난 건 2015년 무렵이다. 강가 벼랑길과 마분산 자락 오솔길을 이어 6.4㎞ 트레킹 코스로 재탄생했다.


남지개비리길은 용산마을 창나루 주차장에서 출발해 창나루 전망대∼영아지 쉼터∼영아지 전망대∼야생화 쉼터∼죽림 쉼터∼옹달샘 쉼터∼용산 양수장∼용산마을로 돌아오는 순환형 코스로 총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제주의 비경은 끝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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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시 차귀도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섬. 차귀도는 면적이 0.16㎢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무인도지만, 유람선을 타고 들어가 탐방할 수 있다.


차귀도는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 포구에서 배를 타고 10분이면 닿는다. 차귀도는 제주도에서 가장 큰 무인도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 않지만, 1970년대 말까지 몇 가구가 터를 잡고 살았다. 이후 30여년 동안 출입이 제한되다 2011년 말부터 개방됐다. 오랫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신비로운 자연 경관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질학적, 생물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차귀도 전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차귀도는 영화 와 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차귀도를 즐기는 방법은 트레킹 코스를 걷는 것이다. 차귀도의 본섬인 죽도에는 너른 초원과 해안 절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정상까지 다녀오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차귀도로 가는 유람선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운항에 변동이 많으니 반드시 사전에 전화로 예약해야 한다.


이명희 선임기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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