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보니]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안정적인 코너링···소음 차단은 거의 안돼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로 한국의 대기 환경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디젤자동차는 여전히 잘 팔리고, 전기차나 수소차 보급은 더디기만 하다. 이는 공공기관부터 전기차나 수소차를 업무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미세먼지를 한 주먹도 내뿜지 않으면서 대배기량 내연기관차들과 스타트에서 맞짱 뜨는 르노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 국내에 이미 우편배달차로 보급 중인 트위지를 근거리 택배나 시티 투어 차량, 경찰 오토바이 대용으로 공공기관과 일반에 확대 보급할 수는 없을까. 프랑스 베르사유궁전에서 업무 차량으로, 두바이에서는 간이 순찰차로 사용되고 있다는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 트위지에 몸을 맡기고 이틀간 서울 시내를 달려봤다.
■2륜차보다 작지만 당당한 4륜차
서울 도심을 활보하는 트위지를 볼 때면 궁금한 게 많았다. 충돌에는 안전할지, 최고속도는 얼마나 나올지, 앞차에서 내뿜는 배기가스가 콧속으로 들어올 땐 어떡할지…. 그래서 꼭 한 번 타보고 싶었다. 실제 만난 트위지는 멀리서 볼 때보다 더 작게 느껴졌다. 전장 2338㎜, 전폭 1237㎜, 전고 1454㎜에 공차중량은 450㎏밖에 되지 않는 초미니카다. 하지만 4바퀴를 가진 당당한 자동차다. 그것도 요즘 ‘대세’라는 친환경 전기차.
병아리처럼 생긴 트위지의 문을 열었다. 덩치는 작지만 람보르기니 ‘카운타크’와 같이 날개처럼 열리는 ‘걸 윙’ 도어를 가졌다. 유압이나 전기모터로 작동하지 않지만 큰 힘 들이지 않고 도어가 하늘로 쑥 올라갔다. 승하차는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편했다. 시승한 트위지는 앞좌석 뒤에 보조 좌석이 있는 2인승이었다. 앞좌석 공간은 꽤나 넓었다.
시트에 앉았다. 엉덩이에 쿠션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잠실야구장 플라스틱 의자 정도는 아니지만 꽤 딱딱하다. 운전대 사이로 보이는 계기판에는 배터리 잔량, 주행 속도와 전진·후진·중립 표시, 회생 제동을 통한 충전 상황 정도만 표시됐다. 키를 꽂고 운전대 아래, 왼발 안쪽에 있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해제했다. 자동변속기는 손가락으로 누르는 방식인데, 주행(D), 중립(N), 후진(R) 딱 세 가지만 있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제법 빠르다. 전기모터의 강한 ‘토크’가 만드는 잽싼 초반 가속이 인상적이었다. 이 가속감은 최고속도인 시속 80㎞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오히려 신호등이 바뀌면 엔진을 단 차량보다 빨리 출발할 때가 많았다. 최고속도를 내보았다. 시속 84~85㎞까지의 속도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트위지 전기모터는 최고출력 12.6㎾로 125㏄ 스쿠터 출력 정도는 된다고 한다.
후륜구동인 트위지는 주행안정성이 놀랄 만큼 높고, 코너링도 아주 안정적이었다. 제법 심한 코너에서 운전대를 과격하게 꺾어도 레이싱 입문 때 배우는 ‘카트’처럼 롤링 없이 땅바닥에 찰싹 붙어 코너를 돌아준다. 주행 능력만큼은 누가 뭐래도 합격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과속방지턱 등을 넘을 때는 충격이 엉덩이에 가감 없이 전해졌다. 속도가 높아지면 바람소리와 전기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옆 차선 차량의 엔진 소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트위지는 도어를 닫아도 차음이 거의 되지 않는다. 하지만 크게 시끄럽다거나 불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서울역~삼각지~동작대교~사당역~남태령으로 이어지는, 서울에서 가장 혼잡한 도로에서 달리고 멈춰서기를 반복했지만 딱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앞차의 배기가스가 코로 들어오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했다.
좀 더 빨리 달리자 플라스틱 창문이 차체를 때리며 ‘달달거리는’ 소리를 냈다. 트위지는 도어는 있지만 창문은 옵션으로 선택해야 한다. 이 때문에 비 오는 날에도 타려면 창문을 갖춰야 하는데, 전기모터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손으로 여닫는 식이다. 주행 때는 문짝 위쪽과 앞쪽에 달린 ‘찍찍이’를 차체에 붙여야 잡소리가 나지 않는다. 정지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돌리기가 힘들었다. 유압이나 전기모터가 아니라 오롯이 팔 힘만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거리 카페에서 220V 콘센트로 충전
트위지를 타면 ‘스타’가 된다. 정지신호에 걸려 멈춰선 트위지 옆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다가왔다. 창문이 열리더니 아이들이 트위지가 귀엽다고 야단이다. ‘친환경 전기차’라고 자랑을 하면서 왠지 모를 뿌듯함이 솟아올랐다. 50대 아주머니 셋이 트위지를 손주 쓰다듬듯 만지며 귀여워했다.
전복이나 충돌에 따른 안전도 꽤 신뢰할 만하다. 트위지에도 안전벨트가 ‘당연히’ 있는데, 일반차보다 더 단단한 4점식이다. 전복 때는 둥그런 천장은 일종의 큰 헬멧 역할을 수행한다. 정면충돌 때를 대비해 에어백도 들어있다.
시승한 트위지를 받을 때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 거리는 50㎞였다. 트위지는 가정용 220V 콘센트로 충전이 가능해 전용충전소를 찾지 않아도 되는 것도 장점이다. 급하면 길거리 카페에서도 연장 케이블을 꽂아 충전이 가능하다. 의외로 트위지의 주행가능 거리 정보는 정확했다. 급가속을 하거나 최고속도로 달리면 주행가능 거리가 빨리 줄었지만,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다시 회생제동 장치로 충전이 되면서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나기도 했다. 다음날 트위지를 반납하기 위해 양재동 르노삼성차로 향했다. 전날 충전을 하지 못해 평소 잘 알던 지인의 가게 앞에 트위지를 주차하고 전원 코드를 콘센트에 꽂았다. 2시간 정도 충전에 주행가능 거리가 17㎞에서 50㎞까지 늘어났다.
유럽에서는 트위지를 일반 가정의 세컨드카뿐 아니라 카셰어링 차량, 도시 투어 차량, 공공업무 차량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당장 전국 파출소에 오토바이 대신 전기차 트위지를 보급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격은 인텐스 트림(2인승) 1500만원, 카고 트림(1인승 및 트렁크) 1550만원으로 만만찮다. 하지만 걱정하긴 이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전기차 보조금 450만∼9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어 2인승 모델은 550만∼105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