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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신작 개봉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

배우가 출연을 후회한 영화?

경향신문

미국 영화 감독 우디 앨런의 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앨런이 ‘의붓딸 성추행’ 의혹을 받으면서 해당 영화는 북미에서 개봉이 취소됐다. AP|연합뉴스

미국 영화감독 우디 앨런(85)의 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앨런이 ‘의붓딸 성추행’ 의혹을 받으면서 정작 북미에서는 개봉이 취소됐고, 해당 작품의 출연 배우들마저 개봉을 반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국내 수입·배급을 맡은 그린나래미디어는 당초 4월로 예정됐던 개봉일을 다음달로 연기했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주말을 맞아 뉴욕으로 떠난 캠퍼스 커플 개츠비(티모시 샬라메)와 애슐리(엘르 패닝)가 뜻밖의 만남을 통해 특별한 하루를 만드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샬라메와 패닝 외에도 셀레나 고메즈, 주드 로, 리브 슈라이버, 디에고 루나, 레베카 홀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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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로 개봉이 연기된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포스터. 감독 우디 앨런의 이름 대신 ‘미드나잇 인 파리’ 제작진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2017년 말 촬영을 마친 이 영화는 뉴욕을 배경으로 했지만 뉴욕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앨런의 의붓딸이었던 딜런 패로우가 “7살때부터 아버지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데 따른 여파였다. 딜런 패로우는 2014년 2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러한 주장을 한 바 있는데,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던 2017년 12월 이 사실이 다시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출연 배우들도 감독에게 등을 돌렸다. 홀이 가장 먼저 출연료를 할리우드의 성폭력 공동대응단체 ‘타임즈 업’에 기부했고, 이후 주연 배우 샬라메 역시 “앨런의 영화에 출연한 것을 후회한다”며 뉴욕 성소수자 센터, 성폭력 반대 운동기구 등의 단체에 자신의 수익 전액을 나눠 기부할 의사를 밝혔다. 다른 출연 배우들도 개봉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고,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북미 개봉이 결국 취소됐다.


영화의 국내 개봉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지난 7일 공개한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앨런의 이름이 빠진 것을 두고 ‘우디 앨런 지우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때 세계적 거장으로 칭송받던 앨런의 이름이 홍보물에서 빠진 것은 비난을 의식한 결과란 지적이었다. 홍보물에는 앨런의 이름 대신 ‘<미드나잇 인 파리> 제작진’이란 문구가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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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주연 배우인 티모시 샬라메(왼쪽)와 엘르 패닝. 샬라메는 앨런의 성추문 이후 출연료 전액을 성폭력 반대 단체 등에 기부했으며, 엘르 패닝은 영화 개봉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그린나래미디어 관계자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수입한 건 3년 전으로, 이듬 해인 2018년 우디 앨런 이슈가 터졌다. 내부적으로 여러 고민이 있었고, 해외 세일즈사에도 협의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개봉을 하지 않을 경우, 회사가 감당해야 할 손해가 너무 크며 계약상으로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고심 끝에 개봉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린나래미디어는 지난 1월 개봉한 아델 에넬이 주연을 맡은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수입·배급했다.


한편 지난달 출간된 자신의 회고록 <아프로포스 오브 낫씽(Apropos of Nothing)>에서 의붓딸 성추행 사실을 부인한 앨런은 “티모시 샬라메가 공개적으로 나와 작업한 것을 후회하고, 출연료를 기부한다고 말했는데, 그건 오스카 수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앨런의 회고록은 앞서 프랑스계 출판사 아셰트가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자회사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미국 뉴욕의 독립 출판사 아케이드에서 출간됐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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