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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조선시대 모자도 막장도 여기선 새롭다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인기

 

드라마 ‘킹덤’ 해외 시청자들

“멋진 모자” 온라인 쇼핑 화제

한국만의 문화 호기심 자극

 

‘김치 싸대기’ 장면 패러디에

한국 관련 음식·음악·대사

진부함 아닌 ‘신선하다’ 반응

오 마이 ‘갓’…조선시대 모자도 막장

넷플릭스 한국 첫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에서 내금위장이 양옆에 깃털이 달린 갓을 쓰고 있다(왼쪽 사진). 영의정 조학주(류승룡)가 조선시대 양반들이 즐겨 쓰던 갓의 일종인 ‘정자관’을 쓰고 있다(오른쪽 사진). 넷플릭스 제공

“나 지금 넷플릭스로 <킹덤> 보고 있는데 말이야. 누가 이 멋진 조선의 모자들에 대해 설명해줄 사람 없어?”


세계 190개국 1억390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OTT) 업체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는 물론 한국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면서 국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 시청자들은 ‘넷플릭스 속 한국 찾기’에 푹 빠졌고,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문화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는 해외 시청자도 늘고 있다.


한국 최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대표적이다.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건 신을 뜻하는 영어 ‘갓(God)’과 발음이 비슷한 한국 전통 모자 갓이었다. <킹덤>을 두고 ‘모자 전쟁’ ‘모자 왕국’으로 부르는 이들도 생겨났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에도 갓이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 킹덤의 조선 전통 모자’라는 상품명으로 올라온 갓은 40달러(약 4만4000원)에서 120달러(약 13만4000원) 선에 판매됐다.

오 마이 ‘갓’…조선시대 모자도 막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서 관료들이 관모인 ‘사모’를 쓰고 탁자에 둘러앉아 있다.

넷플릭스는 한식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어글리 딜리셔스>에는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인 ‘김치 스팸 볶음밥’이 등장했다. <어글리 딜리셔스>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 중 한 명인 한국계 데이비드 장이 친구들과 세계를 누비며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사회에서 아시안 이민자와 요리가 겪는 차별을 다룬 7화 ‘차별의 볶음밥’ 편에서 데이비드 장은 “좋아하지만 티 낼 수 없는 음식들이 있었다. 그런 역겨운 걸 먹다니 열등한 문화라고 할까봐”라고 말하며 김치 스팸 볶음밥을 소개했다. 한국에선 명절 선물로 인기이지만 미국에서 저급한 식재료로 취급되는 스팸에 대한 얘기였다.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인 김현주씨(23)는 “얼마 전 미국인 친구가 <어글리 딜리셔스>를 보고 김치 스팸 볶음밥을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방송이 인식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셰프의 테이블 시즌3>에는 백양사 천진암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이 등장했다. <셰프의 테이블>은 다양한 셰프들의 삶과 철학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셰프 중 한 명으로 소개된 정관 스님은 연근조림, 나물반찬, 김치 등 다양한 사찰음식을 선보였다. 백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에 소개된 이후 사찰음식 체험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외국인 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마이 ‘갓’…조선시대 모자도 막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 시즌3'에는 백양사 천진암 정관 스님의 사찰음식이 등장했다.

한국 드라마 자체를 주요 소재로 다루는 작품도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한 한·미·중 합작 드라마 <드라마 월드>다. 2016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드라마 월드>는 한국 드라마의 열성팬인 여자 주인공이 마법에 걸려 드라마 속 세계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지상파 아침드라마에 등장했던 일명 ‘김치 싸대기’ 장면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첫 키스신’ ‘고깃집 취중진담’ 등 한국 드라마 클리셰를 재현해 보이기도 했다. 한달 전 드라마를 ‘정주행’했다는 임모씨는 “우리에겐 진부한 한국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작품에서 한국과 관련된 대사나 음악이 등장하기도 한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시리즈물 <타임리스 시즌2> 11화에는 한국전쟁 흥남부두 철수작전 장면이 등장했다. 여기서 한 남성이 “배에 탄 사람 중 중요한 인물이 있나”라고 묻자 옆에 있던 여성은 “미래의 한국 문재인 대통령 부모가 타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흥남 철수 작전으로 거제로 피란한 부모님 사연을 여러 번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바 있다. DC코믹스 만화를 원작으로 한 시리즈물 <루시퍼 시즌3>에서는 배경음악으로 한국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루시퍼’가 흘러나와 화제가 됐다.


과거 해외 콘텐츠 속 한국은 중국과 일본 문화가 혼용된 오리엔탈리즘으로 왜곡된 경우가 많았다. 6.25전쟁 당시 한국에 있던 미군 야전병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매시>(1971) 속 한국 여성들은 기모노를 입고 등장했고, 남성들은 중국식 복장을 하고 다녔다. 영화 <아웃 브레이크>(1995)는 에볼라보다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미국에 퍼뜨린 숙주를 한국 선박 ‘태극호’에 타고 있던 원숭이로 설정했다. 비교적 최근 개봉한 영화 <월드워Z>(2013)도 좀비 바이러스가 한국의 평택 미군기지에서 시작됐다고 암시했다. 관객들은 한국 같지 않은 한국의 모습에 반가움보다는 불쾌감을 느껴야 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현지 전문가들과 협업해 각 문화권에 대한 고증에 힘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문화권 구독자를 상대로 하는 만큼 문화 왜곡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서면 답변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해당 콘텐츠가 제작되는 배경을 잘 이해하는 콘텐츠팀이 제작 과정에 협력하고 주도한다”며 “제작진과 함께 다양한 문화권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킹덤>에서 화제가 된 갓을 비롯해서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에 등장한 한국 요구르트가 품절되는 사태까지, 의도하지 않았지만 넷플릭스를 통해 새롭게 발굴되고 사랑받는 각국의 콘텐츠와 그에 담긴 다양한 소재가 함께 화제가 되는 현상을 저희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전까지 한국 문화 콘텐츠 특히 드라마나 영화는 아시아권 위주로 소비되고 서구권에선 마니아들이 향유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동안 한국 콘텐츠를 접해보지 못한 해외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고 놀라워 하는 것”이라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 역시 “한국과 일본, 중국의 문화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 문화만의 이국적인 모습에 흥미를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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