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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호주·칠레 이어 독일서도 '가톨릭 사제 성폭력'

독일 가톨릭 사제들이 70년 가까이 아동 3600여명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호주, 칠레에 이어 독일에서도 사제들의 조직적 성학대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가톨릭 내 성 학대 의혹이 세계 곳곳으로 확산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내년 2월 각국 주교 대표자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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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왼쪽)이 지난 5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주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슈피겔은 12일(현지시간) 1946년부터 2014년까지 독일 가톨릭 27개 교구에서 발생한 아동 성 학대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를 확보해 “사제 1670명이 아동 3677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미성년 남자였고, 그 중 절반이 13세 이하였다. 그러나 가해 성직자 중 기소된 비율은 38%에 그쳤고, 처벌 역시 경미한 수준이었다.


이번 보고서는 독일주교회가 독일 대학 3곳에 의뢰해 작성됐다. 보고서 작성자들은 총 3만8000건의 자료를 검토했지만, 일부 기록들에 “파손되거나 조작된” 흔적이 있어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테판 에케르만 주교는 “피해자들을 위해 교회의 어두운 면을 비추고, 우리 스스로도 실수를 되돌아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독일주교회는 당초 25일 연례회의에서 이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 학대 의혹은 세계 전역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대배심이 “성직자 300여명이 1940년대부터 70년간 아동 1000여명을 성적으로 학대했으며 교회 차원의 조직적 은폐 시도도 있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칠레에서는 지난 7월부터 성학대 성직자 158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사제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던 아일랜드에서는 지난 8월 교황 방문 당시 교황청의 미온적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열렸다.


성 학대 의혹은 이제 각국 교회를 넘어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에까지 번지고 있다. 호주에서는 교황의 최측근이자 교황청 재무원장을 맡았던 조지 펠 추기경이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돼 지난 3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전 미국 워싱턴 대주교였던 시어도어 매캐릭 추기경도 미성년자를 포함한 신학생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의혹이 거듭 제기되면서 지난 7월 사임했다. 급기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매캐릭 추기경의 성학대 사실을 인지하고도 묵인했다는 폭로까지 나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년 2월21일부터 24일까지 각국 주교회의 대표 100여명을 바티칸으로 소집해 ‘아동 보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특정 주제를 놓고 주교회의 대표들이 소집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바티칸이 30년간의 부인 끝에 사제 성학대 문제를 개별 국가의 실패가 아닌 전세계적 위기로 다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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