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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힘드시죠 …‘애마’에게도 여름은 힘든 계절입니다

운전자 안전 지켜주는 ‘혹서기 차량관리법’

경향신문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혹서기 차량 내구성 평가를 하고 있다. 실험실 온도를 50도로 유지하고 천장에는 강한 조명으로 태양광을 재현한다. 이럴 경우 실내는 복사열에 의해 섭씨 70도 이상으로 올라간다. 현대차그룹 제공

야외주차 땐 창문 살짝 열고

내부에 선글라스 두면 변형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면 자동차도 운전자만큼 힘들다. 엔진은 공기 밀도가 겨울보다 낮아 제 출력을 내기 어렵지만 에어컨까지 켜 부하가 가중된다. 타이어는 아스팔트가 전달한 열 때문에 변형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운전자와 자동차 모두 안전한 여름을 보낼 수는 없을까. 혹서기에 필요한 차량 관리법을 살펴봤다.

차도 시원한 실내를 좋아한다

자동차도 직사광선 아래 몇시간 동안 주차돼 있으면 도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가급적 실외 주차장보다는 실내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11일 BMW코리아에 따르면 여름 한낮, 야외에 차를 세우면 실내 온도가 최고 90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불가피하게 실외에 주차할 때는 앞유리창을 가림막으로 덮어 놓는 게 좋다. 창문도 앞유리창과 뒷유리창을 대각선 방향으로 1~2㎝ 개폐해 실내 공기가 순환되도록 해준다.


2시간 주행하면 10분간 휴식

냉각수는 눈으로 직접 확인을


여름철엔 엔진이 과열되기 쉽다. 2시간 이상 계속 달렸다면 휴게실에 들러 10분 이상 시동을 끄고 엔진을 식혀줘야 한다. 부품이 개선되고 조립 기술도 발달해 최근에는 엔진룸에서 김이 올라오고 차가 멈춰서는 ‘오버히트’ 현상은 보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냉각수가 없으면 아무리 강한 엔진이라도 오버히트를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가끔은 보닛을 열어 냉각수 상태를 눈으로 직접 점검하는 게 좋다. 냉각수는 보조탱크 위치만 알면 일반인도 쉽게 체크할 수 있다. 적정량은 보조통 측면에 있는 ‘F-L’ 표시선 사이다. ‘L’ 아래로 떨어졌다면 뚜껑을 열고 부동액이나 물로 보충하면 된다. 직접 하기 어려우면 카센터를 찾으면 간단히 해결된다. 운전을 하면서 계기판 속도계에만 시선을 보내는 운전자들이 많은데, 수온계도 수시로 확인해 ‘C(cold)’와 ‘H(hot)’ 사이(중간)에 바늘이 위치해 있는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에어컨도 마구 부리면 탈이 난다. 30분 이상 에어컨을 켰다면 2~3분은 정지시켰다 다시 켜는 것이 좋다. 타이어도 여름철엔 더욱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면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일으키기 때문에 표면이나 내부 온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시속 300㎞로 20분가량 달리면 타이어 내부 온도는 100도까지 올라간다. 일반 주행 때도 70~80도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이 정도로는 안전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아스팔트 온도가 50도 안팎까지 상승해 타이어 내부와 트레드(노면과 닿는 부위), 사이드 월(타이어 옆면)의 온도가 더 올라가고 쉽게 변형되거나 충격에 약한 상태가 될 수 있다. 특히 공기압이 낮으면 타이어에 변형이 생기는 ‘스탠딩웨이브’ 현상이 발생해 타이어 표면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스탠딩웨이브 같은 이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정 공기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적정 공기압은 차량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의 차들이 운전석 뒤편 도어가 맞닿는 위치에 표시해두고 있다. 타이어 공기압과 마모 상태는 운전자가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공기압이 낮으면 지면에 닿는 쪽 사이드 월이 옆으로 불룩 나온다. 카센터에서도 공기압 체크와 공기 보충은 대부분 무료로 해준다.

화재 때 절대 보닛 열지 말 것

에어컨도 잠시 쉬도록 하고

타는 냄새 나면 즉시 정차·피신

보닛 열었다간 되레 불날 수도


지난해 여름철 발생한 BMW자동차 화재로 혹서기 차량 화재를 걱정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자동차는 연구·개발과정에서 열에 대한 내구 성능을 테스트하는 ‘열해(熱害)평가’를 거친다. 그러나 과부하가 걸리거나 배선 결함, 비순정부품 사용 때는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블랙박스 같은 전기장치나 보조 배터리는 가급적 설치하지 않거나 인증업체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선을 잘못 연결하거나 규격에 맞지 않는 배선을 사용하면 합선 등으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블랙박스 배선을 잘못 연결하면 사고 때 커튼 에어백이 안 터질 가능성도 있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 ‘맴핑’ 등 불법으로 엔진 튜닝을 하거나 배기 파이프나 머플러를 임의로 개조하는 것도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다.


수입 중고차를 구입할 때는 차량의 사고 이력을 정밀하게 체크하고 차량 외관이나 도색상태, 부품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현명하다. 대형사고가 발생, 폐차해야 할 차량을 다시 고쳐 판매하는 ‘전손부활 차량’은 특히 사고나 화재에 취약하다. 지난 6월 경기 판교 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화재가 발생한 BMW 7시리즈, 지난해 8월 전북 임실에서 화재가 난 BMW X1도 전손부활 차량이었다.


차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일반인들은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화재가 나기 전 인지는 가능하다. 타는 냄새와 연기가 대표적이다. 이런 징후가 나타나면 바로 차를 안전한 곳에 주차시키고 몸을 피해야 한다. 이후 119나 완성차 업체 콜센터로 연락, 대응 절차를 안내받는 것이 좋다. 특히 화재를 빨리 진입하기 위해 운전자가 직접 후드(보닛)를 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대 금물이다. 휘발유를 포함한 가연성 부품이 엔진룸을 채우고 있어 후드를 열면 대량의 공기가 유입되는 효과가 발생, 불길이 치솟아 자칫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선글라스, 립스틱 차에 두지 마세요

현대차에 따르면 직사광선에 노출된 차량 대시보드는 표면온도가 최고 100도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이런 고온이 지속되면 부탄가스, 스프레이 탈취제, 일회용 라이터는 폭발할 수 있다. 특히 센터 콘솔과 시트 사이에 빠진 라이터는 반드시 찾아야 한다. 노트북, 보조 배터리, 태블릿 PC도 고온에 변형되거나 폭발할 수 있어 반드시 갖고 내려야 한다. 여름엔 다른 계절에 비해 갈증이 많이 나기 때문에 음료수를 많이 찾는다. 하지만 병이나 캔, 페트병은 가급적 하차 때 차에서 꺼내는 것이 좋다. 먹다 남은 음료수는 이산화탄소가 증가해 터질 가능성이 있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훼손되거나 실내 환경을 해치는 물품도 갖고 내려야 한다. 선글라스가 대표적이다. 여름철 고온에 노출되면 안경 다리나 테두리가 휘어질 수 있다. 렌즈가 변질돼 자외선 차단기능이 사라지기도 한다. 의약품도 직사광선,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성분이 변해 효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립스틱 같은 고체 화장품은 녹아내리기도 한다. 신발을 차에 두기도 하는데, 고온의 밀폐된 차 안에 두면 세균과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 운동화의 고무 밑창, 아쿠아 슈즈는 고온으로 변형될 수 있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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