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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치정극이 왔다…왓챠플레이 공개 화제 드라마 ‘와이 우먼 킬’

이쯤 되면 ‘부부의 세계’는 순한 맛

경향신문

미드 <와이 우먼 킬> 은 대저택에서 일어난 세 번의 살인사건의 전말을 쫓는 내용으로, 1960년대 전업주부 베스 앤과 1980년대 사교계 유명 인사 시몬, 2010년대 말 변호사 테일러(왼쪽 사진부터)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된다. 왓챠플레이 제공       

각각 다른 시대 사는 3명의 여성

남편과의 불화·살인 사건 다뤄

‘위기의 주부들’ 작가, 빠른 전개

영화 ‘500일의 썸머’ 감독 연출


드라마 <와이 우먼 킬>은 ‘살인이 이혼보다 싸다!’는 파격적인 캐치프레이즈만큼이나 오프닝 애니메이션부터 심상치 않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L.O.V.E.’에 맞춰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다양한 방법이 등장한다. 전기코드가 꽂힌 선풍기를 욕조에 넣어 감전시키고, 윽박지르는 남편을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린다.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자 곧장 차로 돌진하고, 선물 받은 다리미로 머리를 내리치기도 한다. 오, 오프닝은 드라마 내용과 크게 관련없으니 안심하자. 한 가지 질문이 겹칠 뿐이다. ‘여자는 왜 살인을 할까?’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패서디나의 한 대저택에서 1963년, 1984년, 2019년 총 세 번의 살인이 일어난다. 드라마는 사건 중심에 있는 세 여성의 일상을 좇는다. 1960년대 전업주부 베스 앤(지니퍼 굿윈)과 1980년대 사교계 유명 인사 시몬(루시 리우), 2010년대 말 변호사 테일러(커비 하웰-밥티스트)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는 마지막 회에 가서야 드러나지만, 불화의 원인은 명백하다. 바로 여자들의 ‘남편’이다.


베스 앤은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전업주부다. 딸을 잃은 아픔이 있지만, 늘 미소 띤 얼굴로 남편 롭(샘 재거)을 대한다. 롭이 빈 잔을 말없이 두드리면 몇 번이고 달려가 커피를 채우고, 남편 뜻에 따라 피아니스트의 꿈도 접었다. 그렇게 당시 여성의 최고 미덕으로 꼽히던 ‘내조’에 열중하던 베스 앤은 롭이 식당 종업원과 불륜관계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문을 접한다. 베스 앤은 이혼 대신 “더 열심히 노력해” 좋은 아내가 되기를 선택하고, 롭의 불륜 상대인 에이프릴(사디 칼바노)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한편 자선사업가인 시몬은 두 번의 이혼 끝에 만난 세 번째 남편 칼(잭 데븐포트)과 사교계를 주름잡는다. 하지만 ‘쿵’ 하면 ‘짝’ 하고 눈빛만으로 통하던 남편과의 행복한 나날은 오래가지 않았다. 칼이 게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시몬은 그날로 칼과 이혼하기로 결심하지만,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딸 결혼식 이후로 이혼을 잠정 보류한다. 동성애 혐오가 만연하던 시절, 칼이 동성애자란 사실은 그 무엇보다 알려져서는 안 될 비밀이었다. 그사이 시몬은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토미(레오 하워드)와 연애를 시작한다. 여기서 잠깐. 토미는 시몬의 절친인 나오미의 아들이며 나이는 18세다.


2019년을 살아가는 변호사 테일러의 애정관계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양성애자이면서 비독점적 다자연애주의자(폴리아모리)인 테일러는 2년째 백수로 지내는 각본가인 남편 일라이(리드 스콧)의 동의하에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테일러가 자신의 양성애자 애인 제이드(알렉산드라 다다리오)를 집에 들이게 되면서 이 ‘쿨’한 부부에게도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제이드를 두고, 테일러와 일라이 사이엔 이전까지 느끼지 못한 질투와 의심 등 원초적 감정이 깨어난다.


읽기만 해도 두통이 오는 이 모든 일이 첫회에서 벌어진다. 불륜·복수·살인과 같은 소재는 최근 화제가 된 <부부의 세계>를 떠올리게 하지만, 결코 무겁거나 우울하지 않다. 인기 시리즈 <위기의 주부들>을 집필한 작가 마크 체리는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빠른 전개로 보는 이들을 단숨에 패서디나 대저택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불편함과 답답함을 유발하는 ‘고구마’보다는 ‘사이다’에 가까운 유쾌하고 직설적인 대사들이 이어진다. 영화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마크 웹의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한 연출이 청량감마저 준다.


화려한 색감의 시대별 의상과 인테리어를 보는 재미는 물론 각기 다른 시대상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단적인 예가 남편들의 부인에 대한 묘사다. “결혼 첫날밤까지 베스 앤은 순결을 지켰죠. 가정주부가 천직이랬죠.”(롭) “전 시몬의 세 번째 남편이에요. 쇼핑과 파티 여는 걸 좋아해요.”(칼) “여성 행진에서 테일러를 처음 만났어요. 가부장제 해체에 대한 연설을 하고 있었는데 사실 잘 기억은 안 나요.”(일라이) 한국으로 따지면 지상파 아침드라마와 케이블 채널 미니시리즈를 동시에 시청한 듯한 효과가 있다.


숱한 ‘용두사미’ 드라마와 달리 앞선 ‘떡밥’들을 완벽하게 회수해 하나로 묶어내는 시리즈 마지막 20분이 압권이다. 반전에 배신감을 느낄 수도, 희열을 느낄 수도 있다. 과연 ‘그 여자’가 ‘그 남자’를 죽였을까.


지난해 미국 CBS 방송국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CBS 올엑세스’에 공개했으며, 한국에선 왓챠플레이가 지난달 27일 공개를 시작했다. 총 10부작으로, 회당 평균 50분가량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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