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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짓는 두 개의 우주정거장···'우주경쟁' 2막 올랐다

경향신문

달. 출처:NASA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달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 역시 비슷한 계획을 추진 중인 가운데 1960~70년대 벌어졌던 진영 간 우주 개발 경쟁의 2막이 올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BBC 등 외신은 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와 중국의 국가항천국(CNSA) 측이 달 표면과 궤도 상에 연구시설을 설치하는 양해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양 기관은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축적된 우주과학과 연구 개발, 우주 기술과 장비 활용 경험 등을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로드맵 개발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부터 설계·개발 및 운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우주정거장은 달에 대한 탐사와 달 자원의 활용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과학 실험을 수행하게 될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도 우주정거장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양 기관은 밝혔다. 그러나 건설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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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국가항천국(CNSA)과 러시아의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가 달 우주정거장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모습. 중국 국가항천국 홈페이지

이 발표는 옛 소련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한 지 60주년이 되는 올 4월을 한 달여 앞두고 나왔다. 전통의 우주 강국 러시아는 근래 들어 재정난 등의 이유로 우주개발 분야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에까지 뒤쳐져 왔다. 미국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이 중단된 이후 소유즈 우주선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승무원을 실어나르는 독점권(?)을 누려왔지만 최근 미국의 ‘스페이스X’의 등장으로 이 독점권마저도 깨질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주에서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달에 눈을 돌렸다. 오는 10월 루나25호를 달 남극에 착륙시키는 것을 포함, 향후 5년간 3차례 달 탐사 계획을 이미 수립한 상태다.


그리고 함께할 파트너로 미국 대신 중국을 선택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보다 우주개발에 비교적 늦게 뛰어들었지만 지난 2007년 창어1호를 달에 보낸 이후 2013년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 달착륙에 성공하고,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달의 뒷면을 탐사했다. 또 최근엔 화성 탐사에도 나서는 등 우주굴기를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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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우주정거장(ISS). 출처:NASA

그러나 중국은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미국의 견제로 ISS계획에 참여하지 못해 ‘톈궁 우주정거장’을 독자 개발해야 했고, 미국이 추진 중인 달 탐사 및 거주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도 끼지 못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달 우주정거장 공동 개발 계획은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전통의 우주강국과 ‘왕따’ 신세를 벗어나려는 신흥 우주강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물인 셈이다.


이번 계획은 1960~70년대를 달궜던 진영 간 우주개발 경쟁이 재개되는 신호탄이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미국 역시 2024년까지 남자와 여자 한 쌍의 우주 비행사를 다시 달에 보내고, 2028년부터는 인간을 상주시키는 것을 목표로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아폴로 계획에 쓰였던 새턴Ⅴ 로켓보다 출력이 15%가량 향상된 SLS 로켓을 개발 중이다. 이미 메인 부스터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태로 올해 말 시험 발사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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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S 로켓에 쓰일 두개의 고체연료 부스터. 출처:NASA/ISAAC WATSON

특히 이 계획에는 달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게이트웨이’라는 이름의 이 우주정거장 개발을 위해 미국은 여러나라들을 상대로 ‘아르테미스 협정’을 체결 중이다. 이미 일본과 영국, 호주, 이탈리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이 협정에 참가했다. 멀지 않은 미래, 달 상공에는 양 진영의 우주정거장이 나란히 떠있을지 모른다. 이 정거장들은 협력 중일까 아니면 대치 중일까?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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