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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분노 세월호 비하’는 사과, ‘극우 결집 5·18 폄훼’는 미적

그때 그때 다른 황교안의 당내 ‘망언’ 대처법

경향신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개최된 최고위원·중진회의 연석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연합뉴스

차명진·정진석 징계 시사…김진태·김순례·이종명 ‘뭉개기’

정치적 유불리 따라 엇갈린 행태에 유가족들 ‘진정성’ 의심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62)의 당내 망언 논란에 대처하는 방법이 엇갈리고 있다.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에 대해선 3차례의 사과, 신속한 윤리위원회 소집 등으로 적극 대처하고 있다.


반면 ‘5·18 망언’ 논란에는 두 달 가까이 징계를 지연하며 ‘뭉개기’를 하고 있다. 그때그때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정치적 득실을 고려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이런 대응 자체가 황 대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황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응분의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고, 다시 한번 당 대표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우리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고 있는데 한마디 잘못된 말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황 대표는 전날에도 두 번 사과했다. 그는 전날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부적절한 발언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사과와 함께 발언자 징계를 시사했다. 추모제 직후에는 당 대표 명의 사과문도 냈다. 당 윤리위는 사과문을 낸 지 약 3시간 만에 징계를 위한 회의 소집을 공지했다. 윤리위 회의는 19일로 예정됐다.


이런 대처는 ‘뭉개기’ 비판을 받았던 5·18 망언 대처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황 대표는 선출된 후 약 50일이 지났음에도 망언 당사자인 김순례 최고위원, 김진태·이종명 의원의 징계를 미루고 있다. 김 최고위원과 김 의원을 대상으로 한 윤리위는 아직 소집되지 않았으며,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때 제명 결정을 받은 이 의원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는 절차도 진행되지 않았다.


황 대표의 대처법이 다른 이유는 정치적 득실 때문으로 풀이된다. 5·18 망언 논란 징계를 미루는 것은 ‘태극기세력’ 등 극우세력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4·3 보궐선거를 앞두고 망언 의원들을 징계할 경우 ‘태극기 표심’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선거 이후로 징계를 지연시킨 것이란 말도 나온다.


반면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은 미룰 경우 전 국민적 분노를 불러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신속한 징계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5·18 망언에 대해선) 동조하는 지지자들도 꽤 많았다. 대표 입장에선 단순하게 판단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세월호 문제는 모든 여론이 부정적이다.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대처를 달리하는 태도 자체가 세월호 망언에 대한 황 대표 사과가 진심인지 유가족들이 의문을 품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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