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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통편집했던 ‘미우새’, 성폭력 논란 김건모는 왜 괜찮았을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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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가수 김건모의 프로포즈 장면을 그대로 방송한 SBS 일요예능 <미운 우리 새끼>(미우새)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SBS는 지난 11일 “김건모의 추가 촬영 계획이 없다”며 뒤늦게 ‘사실상 하차’ 방침을 밝혔지만, 과거 이혼 논란에 휘말린 여성 게스트의 출연분은 모두 편집한 이력과 비교해 방송사·제작진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과 시청률 지상주의가 부른 방송 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미우새> 측은 김건모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이후 그와 아내 장지연씨의 출연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방송 이틀을 남겨둔 6일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면서 방송 출연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일었다. 방송 당일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제작진은 8일 방송에서 김건모가 예비신부에게 프러포즈 하는 모습을 편집 없이 내보냈다. 첫만남 이야기부터 김건모가 소주병 뚜껑을 활용해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까지, 김건모와 관련된 분량이 총 105분 방송시간 중 76%를 차지하는 80여분이었다.


성폭행 의혹 이슈까지 더해지며 방송 전후 화제성은 뜨거웠지만, 시청자의 시선은 싸늘했다. 이날 방송 시청률은 전주 1·2·3부 시청률 16.2%, 17.8%, 19.1%보다 하락한 13.8%, 15.1%, 14.8%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동시간대 1위 자리는 고수했으나 “잃은 것이 더 많은 방송”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방송가에선 <미우새>의 대처가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간 각 방송사들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연예인들의 출연분에 있어선 국민 정서를 감안해 편집 과정을 거치곤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건모의 처남인 배우 장희웅이 출연한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는 10일 방송에서 김건모가 언급된 부분을 모두 편집했다. 지난 3월 가수 정준영의 불법촬영·유포 의혹이 불거지자 그가 출연 중이던 tvN <짠내투어>, <현지에서 먹힐까> 등은 정준영 촬영 분량을 통편집 했으며, KBS 2TV <1박2일>은 제작 중단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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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새> 역시 지난 8월 방송에서 스페셜 MC로 출연한 구혜선이 방송 당일 이혼설에 휩싸이자 그가 등장하는 장면을 사실상 ‘통편집’했다. 이 때문에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시청자 김모씨는 “이혼설만으로도 출연진 분량을 모두 편집했던 제작진이 성범죄 의혹에는 방송을 강행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성범죄의 심각성을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청률 우선주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KBS 2TV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슈퍼맨)가 8일부터 동시간대 편성되면서 이를 의식해 무리하게 방송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매주 일요일 오후 6시20분에 방송되던 <슈퍼맨>은 오후 9시15분으로 편성을 이동했다. 시간대를 옮기며 가수 장윤정과 도경완 아나운서 부부를 새로 합류시켰다. 이날 1부·2부 방송은 각각 11.7%, 10.9%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방송 분량의 대부분이 김건모씨 출연 분량이었기 때문에 조치를 취한다면 편집보다는 결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슈퍼맨>과 첫 시청률 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방을 할 경우 주시청층이 이동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미우새> 하면 ‘김건모’를 떠올릴 정도로 대표적인 출연자였기 때문에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방송사들의 편집이나 출연 제재의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국민 정서상 출연 연예인이 물의를 일으킬 경우 프로그램에서 편집하거나 하차시키는 경우가 더 많지만, 의혹만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방의 주장만 제기된 상황에서 해당 연예인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되면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신중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한 케이블 예능 PD는 “특히 성범죄 의혹은 공방도 길고 피해자 증언 외에 뚜렷한 판단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아 난처한 케이스”라며 “최대한 여러 의견을 수렴해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영역 같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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