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급한 불’ 잡으니…수원·용인 ‘활활’
강남권 아파트 33주 만에 하락
비규제·개발 호재 겹친 경기 일부
4주째 상승폭 확대 등 ‘풍선효과’
경기 남부로 옮겨간 집값 열기
일주일 새 수원 권선 1.23%·영통 0.95%·용인 수지 0.71%·기흥 0.5% ↑
정부 규제 비켜간 데다 개발 호재 겹쳐…전문가들 “집값 거품 유의를”
경기 수원시와 용인시의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 규제가 집중되면서 서울 강남 집값 상승세는 주춤해진 반면 비규제지역이면서 개발호재가 잇따르는 곳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며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3일 조사 기준) 경기 아파트 매매가격은 0.22% 올라 지난주(0.20%)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경기 지역 집값은 4주 연속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 이후 7주 연속 상승세가 둔화하며 이번주에는 0.01% 오르는 데 그친 서울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특히 서울 한강 이남권은 이번주 아파트 매매가격이 0.01% 떨어져 33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경기 집값을 끌어올린 것은 수원시(0.95%)다. 권선구(1.09%→1.23%)와 팔달구(0.84%→0.96%)의 오름폭이 지난주보다 커졌다. 권선구는 신분당선 호매실 연장선(수원 광교~호매실)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집값이 치솟고 있다. 팔달구는 조정대상지역이기는 하나 투기과열지구가 아니어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데다 팔달8구역에서 재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용인시(0.52%)의 집값 상승세도 거세다. 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하는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개발 호재가 있다.
경매시장에서도 수원과 용인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법원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수원과 용인의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각각 18.2명, 12.7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두 지역의 낙찰가율은 12·16대책 이전만 해도 100%를 밑돌았으나 지난달에는 각각 105.4%, 96.4%로 상승했다.
그에 반해 강남3구를 포함한 서울의 낙찰가율은 하락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돈이 워낙 많이 풀려 있는 상황에서 비규제지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처 못 찾는 돈’ 수원·용인으로…집값 한 달 새 1억 ‘껑충’
지난달 초 5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경기 수원시 권선구 ‘호반베르디움 더 센트럴’ 전용면적 84.98㎡형 아파트가 지난 3일에는 6억7700만원에 팔렸다. 집값이 한 달 사이에 1억원 넘게 훌쩍 오른 것이다. 상승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6일 같은 단지의 매물이 7억7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고 한다. 인근 ㄱ공인중개사는 “최근 하루에 많게는 100통까지도 문의전화를 받는다”며 “다짜고짜 ‘괜찮은 매물이 있느냐’고 묻는 외지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일부 지역에서 벌어졌던 집값 급등이 경기 일부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 여파로 서울 강남 집값은 한풀 꺾인 반면 수원시와 용인시 등에서는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수원·용인은 모두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들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이 정부 규제를 비켜난 곳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풍선효과’는 오래 지속될 수 없는 만큼 집값 거품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3일 조사 기준) 수원시 권선구는 일주일 만에 아파트 매매가격이 1.23%나 올랐다. 수원의 팔달구와 영통구도 각각 0.96%, 0.95% 상승했다.
용인시에서는 수지구가 0.71%, 기흥구가 0.50% 올랐다. 그에 반해 서울 서초·강남·송파·강동구 등 강남4구는 0.04% 하락해 지난주(-0.03%)보다 낙폭이 커졌다. 그간 상승폭이 컸던 양천구는 22주 만에 보합으로 전환했다.
서울과 달리 수원과 용인의 집값이 급등하는 것은 규제를 피한 풍선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원래 풍선효과는 부동산 가격의 우상향 기대심리가 큰 상황, 즉 상승에너지가 강할 때 나타난다”며 “다만 이번에는 가격이 장기간 상승하지 않은 곳이나 대출 및 세금 규제가 덜한 곳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은 조정대상지역인 팔달구를 제외하면 권선구와 영통구 모두 비규제지역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분당·과천 등 투기과열지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지만 비규제지역은 70%다. 조정대상지역도 60%로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하다. 용인 수지구와 기흥구도 비규제지역이다.
여기에 지역 개발호재도 투자수요를 자극했다. 수원은 신분당선(광교~호매실) 연장사업이 14년 만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으며, 팔달8구역 재개발 등 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용인도 인덕원선 신설과 수도권광역고속철도(GTX) A노선 개통, SK하이닉스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산업단지 조성 등 개발호재가 많다. 감정원 관계자는 “경기 남부 일부 지역에 개발호재가 많은데 특히 신분당선과 GTX A노선 등 교통호재는 서울 강남과 연결된다는 심리적 요인으로 작용해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서 시작한 집값 급등세가 경기 남부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참여정부 때도 강남에서 집값이 떨어지면 수원을 거쳐 안성까지 투자수요가 몰린 다음 다시 강남이 오르는 구조로 수도권이 움직였다”며 “저금리에다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토지보상금 등으로 돈이 넘치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은) 강남만 막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