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버는 돈은 혼자 다 쓰겠다는 남편, 어쩌죠?
평생 벌어서 바쳤으니 은퇴 후부터 버는 돈은 돈 터치를 외치는 남편, 집안의 고정 지출 걱정은 못하는 남편에게 화나는 아내. 이들에게 필요한건 '윈-윈 협력'이다.
K씨는 한 직장을 35년간 다니다 올해 초 퇴직을 했다. 다행스럽게 퇴직 후에도 K씨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업무를 조금씩 맡겨줘서 고정적으로 수입이 있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젊은 시절 열심히 저축해서 모은 돈으로 수익형 건물을 장만한 덕에 월세까지 나와 먹고 사는 데에도 지장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K씨가 월급을 공개하지 않고 혼자 쓰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월급을 둘러싼 부부갈등이 시작되었고, K씨 아내는 경제관념 없는 철없는 남편과의 노후생활이 불안하기만 하다.
Case. 나가는 돈 생각은 왜 못해?
아내: “당신, 무슨 이유로 벌이도 공개하지 않고, 월급을 안 갖고 오는 거예요?”
남편: “내가 당신에게 말했잖아요. 퇴직 전까지 35년간 꼬박꼬박 월급을 다 갖다 바쳤고, 나는 용돈 몇 푼 받아썼잖소. 지금 다니는 곳에서 버는 돈은 단기 채용이라 급여가 많지도 않고, 당분간이라도 내 계획대로 쓰며 살고 싶소.”
아내: “그때, 말했죠? 안된다고요. 아직 아들, 딸이 출가 전이고, 매달 나가는 건물 대출 이자도 만만치 않다고요. 당신은 회사생활만 편안히 하면 그만이지만, 나는 돈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고요. 들어오는 돈만 생각하고 나가는 돈은 생각 안해요? 경제 개념 없는 당신 때문에 속이 터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에요.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으로 혼자 생각만 하냐고요.”
남편: “내가 이기적이라고?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가 있으니 대출 이자 빼고도 아껴 쓰면 생활하는데 지장 없잖소. 자식은 다 컸으니 자기 앞가림은 스스로 할 것이고 애들도 나를 이해하고 있소. 나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신뿐이오.”
아내: “참 기가 막히네요. 지금 경제권의 자유를 선언할 때인가요? 자식들 결혼도 시켜야 하고, 대출도 어느 정도 갚아야 안정권이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수입을 가져오란 말이에요.”
퇴직 이후, 부부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윈-윈 협력’이 필요하다. 위 부부의 윈-윈 협력은 ‘남편은 아내에게 소득액을 공개 후 아내에게 맡기고, 아내는 남편의 월급을 다시 남편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성공적인 윈-윈 협력을 위한 고려사항>
① 각자의 자산, 부채 상태, 현금 흐름을 공유해야 한다.
② 경제권은 두 사람 모두에게 있으나 가정의 재무 관리를 누가 할 것인지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 결혼 35년간 재무관리 역할을 아내가 했다고 해서 계속 하기보다는 남편과 아내 중 누가 주 재무 관리자가 될 것인지 상의 후 결정한다.
역할을 바꾸어 남편이 맡아보는 것도 좋다.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며 심리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③ 매월 말일 ‘가계 대화의 날’을 정해 예산과 지출을 돌아보고 다음달 반영 등 재무 관련 대화를 진행한다.
주의사항은 이 시간에 돈과 관련하여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나누되 상대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거나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위 사항을 고려하여 다시 대화를 시도해 보자.
Solution. 역할 바꾸기 어때요?
아내: “우리집 경제 상황에 대해 대화하고 싶어요. 최근에 당신은 수입도 공개하지 않고 월급도 안가져오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남편: “나도 마음 한편이 찜찜하게 남아있어 당신과 대화하고 싶었소. 나는 퇴직 전까지 당신이 주는 용돈으로 살았소. 알뜰하게 절약하며 살림하는 당신에게 고마운 마음이 많아 말 못했지만 어려운 점도 많았어요. 친구들 만나 술 한잔 살 돈이 없어 민망했던 적도 있었고, 하고 싶은 것도 참으면서 살았고...”
아내: “당신 수고 많았어요. 쉼 없이 성실하게 직장 생활하고 월급은 모두 나를 믿고 맡겨줬고, 적은 용돈에도 말 한마디 없이 따라준 덕에 작은 건물이라도 하나 장만할 수 있었던 거에요.” 남편: “그 동안 당신 덕분에 내가 잘 살아왔구나 싶어 늘 고마운 마음이었소.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 다니는 곳에서 버는 돈은 단기 채용이라 수입이 많지도 않으니, 당분간이라도 내 마음대로 계획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 “그래요. 당신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었겠네요. 당신 이야기 듣기 전에는 아들, 딸 결혼도 시켜야 하고, 매달 나가는 건물 대출 이자도 갚아나가야 하고, 혼자 매일 가계부 들여다보면서 당신이 원망스럽기도 했거든요.”
남편: “그랬겠네요. 음...당신이 원한다면 월급 받는 통장을 다시 맡기리다.”
아내: “아니에요. 이번 기회에 바꿔서 생활해 보는 것은 어때요? 당신이 우리집 경제 관리를 맡아 모든 수입을 당신이 관리하고, 저는 당신이 주는 용돈으로 쓰고요. 대신 저와 매월 말일 대화의 날 만들어서 공유하고요.”
남편: “음... 어려운 결정이긴 한데 장점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 동안 막연했는데 바꿔서 생활해봐야 나도 가정 재무 흐름을 알게 되고, 당신 입장이 더 많이 이해가 될 것 같구려. 당신 말대로 합시다.”
기획 임소연 글 김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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