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25주년 특집’ Greatest Of All Time 25
[점프볼=편집부] 1997년 2월 24일 한국여자농구의 새로운 장을 펼칠 여자프로농구리그 WKBL이 창립됐다. 1998년 7월 여름리그를 시작으로 역사의 첫 페이지를 넘긴 WKBL은 리그 형태에 변화를 거듭하는 등 25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점프볼은 WKBL 창립 25주년을 맞아 수많은 명장면을 수놓았던 최고의 선수 25명을 선정해봤다. WKBL 감독, 코치, 선수, 구단 및 연맹 관계자, 기자 등 44명의 투표인단의 선택을 받은 위대한 25인은 과연 누구일까?
※본 기사는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투표인단(44명)
임근배, 위성우, 박정은, 김완수, 구나단, 김도완, 전주원, 변연하, 임영희, 정미란, 허윤자, 정진경, 김보미, 배혜윤, 한채진, 박혜진, 양인영, 김한별, 염윤아, 한치영, 정장훈, 정상호, 김병천, 김일구, 임태규, 최기욱, 손대범, 최용석, 허재원, 김기웅, 남정석, 김일두, 안덕수, 김연주, 김은혜, 박상혁, 박진호, 정지욱, 한필상, 이재범, 최창환, 배승열, 서호민, 조영두
점수 산정은?
44명의 투표자가 각 1위~10위까지 10명 선수를 선정. 순위별로 1위 10점, 2위 9점, 3위 8점순으로 점수를 부여해 산정. 1~5위까지는 점수를 공개하며 나머지 20명의 선수는 순위, 점수 공개 없이 무작위로 공개.
1위 정선민(394점)
1974년 10월 12일생/185cm/포워드
신세계-국민은행-신한은행-KB스타즈
정규리그 통산 8140점 3142리바운드 1777어시스트 771스틸 246블록슛
정규리그 MVP 7회, 플레이오프 MVP 1회, 베스트5 14회, 우수수비상 5회, 득점왕 7회
‘바스켓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수식어다. 그만큼 현역 시절 정선민은 범접할 수 없는 기량을 지닌 스타였다. WKBL 역사상 가장 많은 정규리그 MVP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으며, 트리플더블도 13회로 1위에 올라있다.
실업 시절 스카우트 경쟁 끝에 SKC에 입단한 정선민은 농구대잔치 신인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성인무대에 데뷔했다. SK증권이 해체된 이후에는 드래프트를 통해 신세계 쿨캣에 입단, 4차례나 우승을 안겼다. 2003년에는 WNBA 드래프트에서 8순위로 시애틀 스톰에서 지명되며 한국인 최초의 WNBA리거가 되기도 했다.
정선민은 공수 모두 능한 선수였다. 포스트업, 중거리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은 물론 우수수비상도 5차례나 차지했다. WKBL 출범 첫 시즌 스틸 1위도 정선민의 몫이었다. 신한은행이 ‘레알 신한’이라 불리며 왕조를 구축한 것도 정선민의 합류와 함께 생긴 말이다. 신한은행 이적 첫 시즌인 2007 겨울리그를 시작으로 KB스타즈로 트레이드되기 전인 2010~2011시즌까지 매 시즌 신한은행에 우승을 안겼다. 개인 통산 8140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국가대표로도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아시안게임에 4차례 출전했다. 2002 FIBA 여자농구월드컵에서는 리투아니아를 상대로 42점을 퍼부었다. 2022년 FIBA가 선정한 ‘월드컵 역사상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5인’에 포함된 경기였다.
WKBL이 출범 후 처음으로 은퇴 공식 기자회견을 주최한 인물이기도 하다. 은퇴 후에는 인헌고,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코치를 거쳐 여자농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2위 전주원(321점)
1972년 11월 15일생/176cm/가드
현대산업개발-현대건설-신한은행
정규리그 통산 3412점 1303리바운드 2164어시스트(4위), 459스틸
정규리그 MVP 1회, 플레이오프 MVP 2회, 베스트5 10회, 우수수비상 2회, 어시스트왕 10회
WKBL을 넘어 한국여자농구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손꼽히는 레전드 중의 레전드다. 설문자들로부터 정선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받았다. 세계적인 가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모자람 없는 실력에 외모까지 출중해 90~2000년대 여자농구를 본 남자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톱스타였음에도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선·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많은 현역 선수들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온갖 부상에 시달렸음에도 철저한 몸 관리를 하면서 여자 선수로는 드물게 40세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전성기 기량은 말할 것도 없고 선수 말년에는 보조자 역할도 최고 수준으로 해냈다는 점에서 더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여자 선수들의 출산은 곧 은퇴나 다름없다. 2004년 출산으로 은퇴했는데, 1년을 쉬고 2005년 다시 코트로 복귀해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그대로 발휘했다.
신한은행에서 우승 경험이 많다 보니 늘 우승권을 달리던 선수 이미지지만, 전성기를 구가하던 20대~30대 초반까지는 소속팀 전력이 타 구단에 비해 약해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한국여자농구 역대 최고 선수 중 한 명임에도 MVP 수상이 3회(정규리그 1회, 파이널 2회)로 생각보다 많지 않다. 2004년 신한은행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이후 호화 멤버를 구성하면서 비로소 ‘레알신한’의 한 축으로 활약했다. 무려 10차례나 어시스트왕을 차지했다.
전주원은 국제대회에서 더욱 가치가 높은 선수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쿠바와의 경기에서 10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올림픽 여자농구 역사상 첫 트리플더블이었다.
은퇴 후 12년간 우리은행 코치를 역임해오며 후배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2019년에는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어 2020 도쿄올림픽 본선에서 팀을 이끌기도 했다. 선수, 지도자로서도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3위 변연하(252점)
1980년 3월 7일생/180cm/포워드
삼성생명-KB스타즈
정규리그 통산 545경기 7863점(2위) 2282리바운드(12위) 2262어시스트(3위) 843스틸(2위) 3점슛 1014개(1위)
정규리그 MVP 3회, 플레이오프 MVP 1회, 베스트5 10회, 신인선수상 식스우먼상 1회, 3점 야투상 4회, 3득점상 1회, 어시스트상 1회, 자유투상 3회
‘변코비’라는 별명과 영구결번(KB스타즈 10번) 선수라는 사실에서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잘 보여준다. KBL에서 정규리그 통산 3점슛 1위는 문경은이며, 어시스트 3위와 스틸 2위는 양동근이다. 변연하는 WKBL에서 문경은처럼 3점슛을 던지면서 양동근처럼 어시스트와 스틸까지 잘했던 선수였다.
고교 시절부터 대성할 자질을 드러냈다. 고교 무대에 처음 발을 내민 1996년 춘계연맹전에서 평균 20점 이상 득점을 올리며 ‘흠 잡을 데 없는 선수’로 평가를 받았다.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계약을 맺은 마지막 세대인 변연하는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고 1999 겨울리그에서 데뷔했다. 당연하듯이 신인상을 수상했고 데뷔 2년 만인 2001 겨울리그에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며 자신의 시대를 열었다. 2007~2008시즌 국내선수 한 경기 최다인 46점을 올린 변연하는 2008~2009시즌부터는 KB스타즈에서 활약했다.
KB스타즈 시절 변연하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BNK 정상호 사무국장은 “1번(포인트가드)부터 4번(파워포워드)까지 가능했던 변연하는 누가 봐도 여자농구 최고의 득점원이다. 3점슛, 돌파, 중거리슛 등 다방면에서 득점했다. 공격에서는 1대1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개인기술이 뛰어난 선수였다”고 했다. 삼성생명에서 갓 데뷔해 프로에 적응할 때와 KB스타즈에서 명품 슈터로 이름을 날릴 때 변연하와 인연을 맺은 KT 서동철 감독은 “득점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신인 때부터 그런 능력을 보유했지만, 선수생활을 경험하며 전문 슈터 역할까지 하고, 패스까지 잘했다. 패스 능력까지 갖췄다는 건 타고나는 천재성이 있다는 거다. 슛은 부단한 노력으로 만들었다”고 옛 기억을 꺼냈다.
FIBA는 2019년 ‘역대 FIBA 아시아컵을 빛낸 5명’ 중 한 명으로 변연하를 선정했다. 변연하는 국내무대 뿐 아니라 국제대회에서도 본인의 능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4위 박정은(241점)
1977년 1월 14일생/180cm/포워드
삼성생명
정규리그 통산 6540점 3점슛 1000개 2664리바운드 1776어시스트 703스틸
베스트5 9회, 3점슛왕 3회
스코어러 역할부터 보조운영까지. 박정은은 다재다능한 포워드였다. WKBL 출범 초기 이미선이 부상으로 시즌아웃 됐을 때는 포인트가드 역할을 맡기도 했다. 가장 큰 강점은 3점슛이었다. WKBL 출범 초기 흔치 않았던 딥쓰리도 적극적으로 시도했고, 3점슛왕도 3차례 차지하는 등 WKBL 역사상 처음으로 3점슛 1000개 고지를 밟았던 선수다. 2대2 전개에도 능숙했다. 또한 스틸 1위를 2차례 차지하는가 하면, 2005 여름리그에서는 베스트5, 우수수비상을 동시에 따내기도 했다. 박정은이 ‘명품 포워드’라 불린 이유다.
박정은은 실업 시절인 1994년 삼성생명 입단 후 2013년 은퇴할 때까지 삼성생명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다. 등번호 11번도 영구결번됐다. 3점슛 성공 3위, 3점슛 성공률 5위에 오르는 등 은퇴 시즌까지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박정은은 WKBL 출범 후 매 시즌 삼성생명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삼성생명은 박정은 은퇴 후 맞이한 첫 시즌인 2013~2014시즌에 창단 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그만큼 박정은이 삼성생명에 끼치는 영향력은 코트 안팎에서 컸다. 정선민이 현역 시절 꼽은 최고의 스몰포워드이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히 선발됐다. 1995년 만 18세에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현 FIBA 여자아시아컵)를 시작으로 만 33세까지 아시안게임, 세계여자농구선수권대회(현 여자농구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17차례 출전했다.
박정은은 은퇴 후 삼성생명 코치, WKBL 경기운영본부장을 거쳐 BNK 감독을 맡고 있다. 2021~2022시즌에는 여자 감독 최초로 소속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한국농구의 전설로 불리는 박신자의 조카다.
5위 박지수(177점)
1998년 12월 6일생/196cm/센터
KB스타즈
정규리그 통산 2818점 2201리바운드 641어시스트 181스틸 379블록(6위)
정규리그 MVP 3회, 플레이오프 MVP 1회, 베스트5 5회, 우수수비상 4회,
리바운드상 5회, 블록상 4회, 윤덕주상 4회
현존하는 한국 여자농구의 독보적인 지배자다. 196cm라는 축복받은 신체조건으로 상대를 압도한다. 큰 신장 대비 스피드, 센스, 운동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골밑 플레이를 앞세운 득점뿐만 아니라 준수한 중거리 슛도 장점이다. 수비가 몰렸을 때 외곽의 동료를 살려주는 어시스트 능력 또한 뛰어나다. 수비에서는 큰 신장과 긴 윙스팬을 활용한 블록슛이 강점이다.
아직 만 24세에 불과한 어린 나이지만 WKBL 역대 블록슛 6위(379개)에 랭크되어 있다. 여기에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2018~2019시즌에는 KB스타즈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끌며 만장일치, 역대 최연소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했다. 2021~2022시즌에는 득점상, 2점 야투상, 리바운드상, 윤덕주상, 우수수비선수상, 베스트5, 정규리그 MVP를 모두 휩쓸며 전무후무한 7관왕에 등극했다. 해당 시즌 1, 3, 4라운드 MVP를 수상, 신정자(12회)를 제치고 WKBL 역대 최다 라운드 MVP 수상자(13회)로 이름을 올렸다.
박지수의 위력은 국제대회에서 더욱 빛났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의 전패 속에서도 블록슛 1위, 공격 리바운드 2위에 올랐다. 2022 FIBA 여자농구 월드컵 최종예선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20점 13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하기도 했다. 한국 여자농구 역사상 국제대회에서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건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쿠바전 전주원(10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과 박지수 뿐이다. 지난 2018년부터는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소속으로 미국 WNBA에서 활약하며 큰 무대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_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