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석의 미국 도전 과정, 정말 문제였나? YES OR NO
YES 문제 있다! : 미리 대표팀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전희철 SK 감독
과정에 대해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혼자 준비한 건 아니었을 것이다. 에이전시를 통해서 준비했을 텐데 “연락이 오면 갈 수 있습니다” 정도는 미리 말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직접 얘기하는 게 어려웠다면 에이전시라도 얘기했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미국에 간다는데 막을 선배는 없다. 대표팀 입장에서 응원하고 도와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하차했을 때 대표팀이 대안을 준비할 시간은 마련해줬어야 한다. 대표팀이 여준석이 빠진 자리에 대비할 시간이 적긴 했다. 여준석의 문제가 아니라 에이전시의 문제였던 것 같다. 갑자기 초대장을 받으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거란 얘기를 듣긴 했다.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김성기 KGC 사무국장
이현중, 양재민, 여준석과 같은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은 바람직하다. 특히 여준석은 플레이 스타일, 외모, 신체조건 등을 봤을 때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더라. 다만 해외 진출의 절차와 방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무국 입장에서 보면 에이전트와 갑자기 이야기가 돼서 미국에 갈 수가 없다. 아마 예전부터 미국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미리 대표팀과 추일승 감독님께 양해를 구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문제다. 필리핀과의 평가전이 끝난 직후 미국에 간 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미 어느 정도 사전에 준비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만약 실제로 준비 중이었다면 대표팀에 합류해서 혼선을 주는 것보다 개인 훈련을 통해 몸을 만든 뒤 출국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분명 스타성은 있는데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이 깔끔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축구로 비유하면 황희찬이 비슷한 사례였다. 포항 유스팀에서 뛰다가 성인팀까지 지명을 받았는데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프로팀)로 이적했다. 포항으로선 어이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포항을 거쳐서 해외리그에 가도 되는 건데 고등학생일 때 절차를 무시하고 해외로 가서 굉장히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어 희석되긴 했지만, 그 당시에 굉장히 큰 문제로 거론됐던 일이다. 여준석도 엄밀히 말하면 다르지만 유사하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유럽 진출이 결정된 축구선수들은 대표팀에 양해를 구하고 간다. 그러면 감독들도 용인해준다. 여준석은 조금 뜬금포처럼 보이긴 했다. 도전에 대한 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과정과 절차가 아쉬웠다. 대표팀 플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었다.
최창환 점프볼 취재팀장
유망주가 미국무대에 도전하는 것은 언제든 응원과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여준석도 반드시 꿈을 이뤘으면 한다. 하지만 과정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취재에 따르면 에이전시의 프로데이 초청 공문을 출국 직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준석은 대표팀 강화훈련에 합류하기 전 이미 미국무대 도전에 대한 구상과 나름대로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상황에 따라 미국에 갈 수도 있다는 걸 대표팀에 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평가전 경기내용을 통해 알 수 있듯, 추일승 감독은 립서비스가 아니라 실제로 여준석을 핵심 전력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젊은 선수이기 때문에 입장 전달에 어려움이 따랐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는 된다. 에이전시에서 선수가 말하기 힘든 부분을 조금만 빨리 정리해줬다면 잡음도, 자극적인 보도도 줄지 않았을까.
조영두 점프볼 기자
여준석의 도전은 박수와 응원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미국 진출 절차에서 남긴 아쉬움 때문에 응원의 여론이 반감되었다고 생각한다. 여준석은 이미 예전부터 해외진출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에 기회만 온다면 언제든지 나갈 의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 타이밍이 필리핀과의 평가전이 끝난 직후였다. 추일승 감독과 대표팀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리 귀띔이라도 했다면 분명 박수받으면서 출국 길에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몇몇 자극적인 기사들이 여준석을 비난하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여준석이 논란을 일으킨 건 사실이지만 과하다 싶을 정도의 추측과 가정이 섞인 내용이 기사의 주를 이뤘다. 이 부분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기자들이 좀 더 여준석 측 상황을 취재한 후에 기사를 작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여준석의 NBA 도전은 응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쉬움을 남겼다고 본다. 여준석은 이현중 에이전트 측의 도움을 받고 G리그 쇼케이스를 위해 떠났다. 구단이 진행하는 쇼케이스가 아닌 현지 에이전트가 주최하는 쇼케이스다. 언제 어디서 열릴지 확실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건 분명했다. 그러나 여준석은 미국 진출을 위해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 대표팀에 뽑힐 당시 추일승 감독과 코치진, 협회 측에 충분히 미리 알렸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 보니 출국 하루 전에 대표팀 하차를 통보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여준석은 필리핀과 두 번의 평가전에서 모두 에이스로 활약했다. 아시아컵에 여준석을 1옵션으로 활용하겠다는 추일승 감독의 생각이 그대로 묻어난 용병술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빠지면서 대표팀 구상에도 어려움이 생긴 건 분명하다. 한국 농구선수가 미국 농구에 도전하는데 막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권장한다. 그러나 ‘도전 과정’ 자체가 깔끔하지 않았기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계속 여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NO 문제 없다! : 과정은 아쉽지만, 꿈을 이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김효범 삼성 코치
상황을 보면 추일승 감독님과 대표팀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전력손실이 크니까 동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의 특정 팀이나 에이전시가 이 친구를 테스트해보고 싶다고 하는데 그걸 미룰 순 없다. 이번 NBA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에 뽑힌 쳇 홈그랜(오클라호마시티), 자바리 스미스(휴스턴), 파올로 반케로(올랜도)가 아닌 이상 절대 불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여준석이 못 온다고 하면 전 세계에 있는 비슷한 다른 선수를 뽑으면 된다. 여준석 입장에서도 그동안 갈망했던 해외 진출의 기회이기 때문에 부름을 받고 바로 간 것이다. 다만 가기 전에 이런 부분들에 대해 설명을 잘해줬다면 본인도 마음고생을 덜 했을 거라 생각한다. 자극적인 기사도 꽤 나왔는데 여준석의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대성(한국가스공사)
절차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본인이 스케줄을 강행해서 필리핀과의 평가전이 끝난 다음날 바로 출국했다. 이 부분은 분명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국가대표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서 갑작스럽게 떠난 건 아니다.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서툰 점이 있을 수 있다. 그 어린 선수가 큰 꿈을 위해서 국가대표라는 큰 영광을 내려놨다. 개인적으로 국가대표를 내려놓을 정도의 결단과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하러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충분히 응원받을 정도로 큰 선택이다. 그리고 분명 가치 있는 도전이다. 물론 공인이기 때문에 질타를 받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응원도 해주셨으면 한다. 이 기회는 인생에 있어서 한 번 올까 말까 할 정도의 기회다. 아무한테나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만큼 영광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에 결단력을 갖고 도전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여준석의 미국 진출은 팬들이 오히려 더 기다려왔던 부분이었다. 대한민국에서 보기 힘든 운동능력과 피지컬을 지닌 선수였기에 여준석이 더 큰 무대에서 부딪쳐보고 성장하고 발전하길 기대했을 것이다. 다만 시기와 절차가 아쉬웠다. 취재결과 에이전시의 프로데이 초청 공문을 받은 것은 국가대표팀의 2번째 평가전이 열리던 날 오후였다. 시기가 애매했다. 사실상 6월과 7월이 지나면 본인을 어필할 기회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2학기가 시작되면 정기전과 플레이오프가 기다리고 있기에 출국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였던 것은 맞다. 여기까지는 전적으로 여준석의 상황이었다.
반대로 대표팀은 이미 평가전까지 여준석을 중심으로 맞춰왔다. ‘경쟁’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겠지만, 여준석은 프로팀의 경쟁자들을 제치고 메인 롤을 따낼 정도로 비중이 컸다. 이 시점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이탈은 혼란을 주었을 것이다. 다만 여준석은 최종엔트리 12인이 결정되기 전에 빠르게 자신이 빠지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 생각했다. 이 부분은 대표팀 입장에서도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가는 국제대회의 경중은 비교해서도 안 될 것이다. 누군가는 평생을 뛰어도 한 번 나설까 말까 한 소중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국가대표팀이 가볍게 여겨진 것은 - 설사 여준석이 그런 생각이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비춰진 점에 대해서는 - 아쉬운 부분이다. 오히려 처음부터 청사진을 공유하며 준비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지난 5월 주희정 감독과 여준석의 국제무대 진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때, 주 감독은 적어도 1년 정도는 학교에서 소화할 것이라 답했다. 정확히 공유가 안 되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추일승 감독도 마찬가지.
물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미국으로) 나가겠다’고 말하는 것도 건방져 보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에이전시의 초청장은 동사무소 주민등록등본처럼 신청한다고 바로 발급되는 것이 아니다. 에이전시와의 교감은 이미 대표팀 소집 이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그 과정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응원을 받으며 진출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국 농구계에 이런 일이 흔치 않다 보니 어설프고 촌스러워 보이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는데, 하나의 좋은 사례로 남길 바란다. 이런 일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여준석의 도전을 응원한다. 부디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고, 앞으로 이뤄질 수많은 선택도 신중히, 그리고 현명히 하길 기대한다.
박세운 CBS노컷뉴스 기자
여준석은 이현중이 속한 에이전시로부터 급하게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기가 애매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내려놓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올해 7월 대표팀이 이미 취소가 확정된 9월 아시안게임의 초석이 되는 것이었다면? 다른 선택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은 자신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에 이해할 여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평가는 앞으로 붙박이 국가대표가 될 여준석의 추후 행동에 달렸다.
# 사진_홍기웅 기자
[점프볼=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