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짠 대학 1위 성균관대, 학점 퍼주는 대학 1위는?
10명 중 6명은 A학점 시대
코로나19 이후 학점 인플레 심각
대학들이 A학점을 남발하고 있다. 작년 수업을 들은 학생의 54.7%가 A를 받았다. 2019년 33.7%에서 21%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4월30일 발표한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보면 수업을 듣는 사람 가운데 A학점을 받은 사람 숫자가 3.3명에서 5.4명으로 늘었다. 쉽게 말해 A학점을 받은 사람 숫자가 A학점을 받지 못한 사람보다 많다.
A학점 후한 동국대, 짜다 짜 성균관대
대학 수업은 전공과 교양 과목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교양 과목의 경우 강사들이 상대적으로 점수를 잘 주는 편이다. 반면 전공 과목은 학점 경쟁이 치열하다. 아무래도 전공 성적이 진학이나 취업 등에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알리미’에 올라온 작년 4년제 대학 전공 학점 성적을 분석해봤다.
먼저 수도권 주요 대학의 ‘전공과목 성적 분포’를 보면 지난해 주요 대학 학생 60.8%가 A학점을 받았다. 주요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15곳으로 잡았다(가나다 순).
동국대를 졸업한 소녀시대 윤아(왼쪽 사진)와 동국대 홍보대사 ‘동감’의 캠퍼스 투어 장면. /유튜브 캡처 |
15개 대학 중 A학점을 가장 많이 준 학교는 동국대로 71.4%였다. 10명 중 7명이 전공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다. 중앙대(71.2%), 연세대(70%)가 그 뒤를 이었다. 다음은 이화여대(67.7%)와 서울대(66%), 숙명대(64.3%), 한국외대(62.9%), 건국대(59.9%), 경희대(59.8%), 고려대(59.7%), 서울시립대(58.8), 서강대(57%) 순이었다.
A학점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성균관대(43.7%)였다. 10명 중 4명이 전공수업에서 A학점을 받았다. 한양대(47.2%)와 인하대(51.8%)가 그 다음으로 A학점 비율이 적었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립대 9곳에선 50.5%가 전공수업에서 A학점을 받았다. 국립대 9곳은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다. 국립대 중에선 전북대가 61.6%로 A학점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제주대(56.6%) 경상대(55%) 강원대(54.8%) 전남대(52%) 충남대(50.4%) 경북대(44.1%) 순이었다. A학점을 가장 짜게 준 국립대는 부산대(29.6%)였다.
A학점에 가장 인색한 성균관대 전경과 성균관대를 졸업한 배우 송중기. /성균관대·온라인 커뮤니티 |
코로나 전과 비교해보니
전공과목에서조차 A학점이 쏟아진 건 코로나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수업의 질에 대해 불만이 컸다. 등록금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대학들은 등록금을 내리는 대신 학점을 퍼주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상대평가를 줄이고 절대평가 비율을 높인 학교가 많다. 상대평가는 전체 수강생의 10%까지는 A 30%는 B, 50%까지는 C를 주는 방식이다. 반면 절대평가는 일정 점수 이상을 받으면 A를 준다. A학점이 쏟아질 수도 있는 셈이다.
주요 대학들의 코로나 이전과 이후 전공 학점을 비교해봤다. 이전과 비교해 A학점이 비율이 가장 크게 늘어난 학교는 동국대였다. 2019년 전체의 30.9%였던 A학점 비율이 지난해 71.4%로 늘었다 10명 중 3명에서 7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배우 박신혜와 소녀시대 수영·유리. /중앙대 페이스북 |
한국외대와 중앙대는 지난해 A학점이 2019년에 비해 각각 30.1%p, 30%p 늘었다. 다음은 숙명여대(27.8%p), 서강대(23.5%p), 경희대(23.2%p), 건국대(23.15p), 서울시립대(19.2%p), 연세대(17.3%p), 인하대(13.5%p), 이화여대(12.3%p), 고려대(9%p), 서울대(8.6%p), 한양대(4.1%p) 순이었다. 성균관대는 코로나 이전과 A학점 비율 차이가 가장 적었다. 2019년 40.9%였던 A학점은 지난해 43.7%로 늘었다. 그 차이가 2.9%에 불과하다.
부산대 홍보대사 ‘푸름’. /부산대학교 홈페이지 캡처 |
코로나 이후 지방 거점 국립대 학점도 올랐다. 그러나 수도권 주요대학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적다. 심지어 A 학점 비율이 줄어든 곳도 있다. 지방 거점 국립대 가운데 가장 학점 인플레가 심한 곳은 전북대와 충북대, 제주대였다. A학점 비율이 19.9%p 늘었다. 그 다음은 전남대(17.6%p), 강원대(16.9%p), 경상대(16.8%p), 충남대(13.9%p) 순이었다. 반면 부산대는 코로나 전보다 오히려 A학점 비율이 줄었다. 2019년 33.9%였던 A학점은 지난해 29.6%로 4.3%p 감소했다.
퍼주기식 학점의 미래는
대학이 A학점을 퍼주고 있지만 재학생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학점 인플레는 취업과 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변별력이 사라진 학점 대신 취업을 위한 다른 스펙을 채우려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또 코로나 이후 후한 학점을 받은 학생들 때문에 진학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사람도 생긴다. 학점이 합격의 당락을 가르는 주요변수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렇다. 요즘 로스쿨 수험생들 사이에선 “코로나 학번들에게 로스쿨 입시 ‘꽃길'이 깔렸다”라는 말이 나온다. 당장 내년 입시에 지원하는 대학교 4학년은 작년과 올해 성적이 절대평가여서 기존 졸업생들보다 유리하다. 쉽게 말해 이미 학교를 졸업하고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학점 인플레 현상 때문에 로스쿨 입시에서 학점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점 인플레로 인한 불이익 걱정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한편 학점 인플레로 고학점자 수가 크게 늘자 일부 대학들은 성적 장학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기까지 했다. 인하대와 명지대, 서울여대는 학과 수석에게 지급하는 전액 성적 장학금을 각각 33%, 30%, 50%로 축소했다. 단국대는 지난해 2학기 성적장학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올 A학점을 받고도 성적 장학금 받는 게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코로나가 불러온 학점 인플레의 웃픈 현실이다.
글 CCBB 키코에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