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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타고 먹방 찍고 결혼식 돕는 우리는 승무원입니다”

코로나19로 타격 입은 항공사의 다양한 시도

승무원도 바리스타, 유튜버 등으로 변신


5월2일 서울 홍대 앞에 기내식을 파는 카페가 문을 열었다. 비행기 탑승구처럼 생긴 입구부터 창문, 테이블까지 비행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커피를 내려주고 기내식을 판매하는 직원들은 실제 비행기 승무원들이다. 


서울 홍대 앞에 생긴 기내식 카페, 제주항공 승무원이 바리스타로 변신해 커피를 내려준다. /제주항공

AK& 홍대점 1층에 생긴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라는 이 카페는 제주항공이 만들었다. 현직 승무원들이 바리스타이자 카페 직원이다. 고객들은 승무원들이 제공하는 기내식과 커피를 먹고 마시며 진짜 비행기를 탄 것처럼 여행하는 기분을 느낀다. 비행기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승무원들은 이곳에서 본업 대신 ‘바리스타’라는 ‘부캐’로 활약한다.


실제 비행기를 탄 것처럼 승무원들이 제공하는 기내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 /제주항공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항공업계가 다양한 시도에 나서면서 승무원이 본업 아닌 부캐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때는 하늘을 나는 선망의 직업에서 코로나19 이후 실직과 무급휴직 등으로 위태로운 직업이 된 승무원의 부캐 생활은 위기일까, 기회일까?  

비행기 대신 출근하는 곳

지난해 9월 타이항공은 태국 방콕 본사 카페테리아를 항공사 테마 레스토랑으로 바꿨다. 실제 항공기의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을 가져와 배치하고 보잉 747 항공기 창문과 엔진을 테이블로 만들었다. 비행기를 통째로 옮겨 놓은 느낌이다. 출입문에 항공기를 오르내릴 때 사용하는 계단까지 설치해 고객들이 실제 비행기를 타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지난해 9월 타이항공은 태국 방콕 본사 카페테리아를 항공사 테마 레스토랑으로 바꿨다. 실제 항공기의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석을 가져와 배치하고 보잉 747 항공기 창문과 엔진을 테이블로 만들었다. 비행기를 통째로 옮겨 놓은 느낌이다. 출입문에 항공기를 오르내릴 때 사용하는 계단까지 설치해 고객들이 실제 비행기를 타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 


승무원들이 비행기처럼 유니폼을 입고 기내식으로 즐기던 요리를 제공한다. 실제 비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객실 승무원들이 플라스틱 접시에 음식을 담아준다.


비행기를 테마로 만든 타이항공 레스토랑. /타이항공

타이항공은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경영난에 시달리다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항공사 수익 창출을 위해 레스토랑 운영에 나서면서 승무원들은 비행기 대신 레스토랑으로 출근, 본업 아닌 새로운 업무를 시작했다.


일본 전일본공수(ANA) 승무원들은 결혼식을 진행하고 돕는 웨딩 매니저로 변신할 예정이다. ANA는 5월부터 하네다공항에서 보잉 777-300ER 여객기를 결혼식 공간으로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적자가 커지자 활주로에 멈춰서 있는 국제선 여객기를 결혼식장으로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ANA 승무원들은 기내 방송으로 축하메시지를 낭독하고, 신랑·신부를 위한 악기 연주와 사진 촬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내 결혼식’에는 최대 30명까지 탑승이 가능하며, 하객들은 1등석과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다. 


승무원은 국제선 라운지에서부터 하객들과 동행해 출국 게이트를 안내하고, 전용 셔틀버스를 이용해 여객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객들은 실제 비행을 위해 탑승 수속을 밟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기내에서 결혼식만 올리는 요금은 155만5000엔(약 1600만원)이다. 피로연까지 연다면 요금은 300만엔(약 3100만원)으로 올라간다. 비싼 가격에도 코로나19로 장기간 여행 수요가 억눌린 시국에 이색적인 결혼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ANA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5000억엔 규모의 적자를 냈다. 앞서 2022년까지 신입사원 채용을 전면 중단하고 직원 3500여명을 구조조정한다고 밝혔다. 항공사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멈춰서 있는 비행기를 결혼식장으로 대여하는 것이다. 

먹방·브이로그 유튜버로도 변신

최근 국내 LCC들은 유튜브에 승무원이 출연한 콘텐츠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LCC(Low-Cost Carrier)는 기존 항공사에 비해 저렴한 운임을 제공하는 저비용항공사다. 국내에는 에어부산,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등이 있다. 무착륙 비행이나 화물기 운항 등의 체험기도 있지만 자체 예능이나 브이로그, 먹방까지 선보인다. 


티웨이항공은 최근 자사 승무원이 출연하는 자체 예능을 만들었다. 승무원 4명이 출연하는 ‘애니웨이티웨이’ 시리즈다. 티웨이항공이 운항하는 국내 도시를 승무원들이 직접 여행하고 보여주는 ‘대리 여행’ 콘셉트다. 


티웨이항공의 자체 예능 ‘애니웨이티웨이’의 한 장면. /티웨이항공 유튜브 캡처

진에어는 승무원 추천 선물 소개 콘텐츠를 내놓았다. 기내 면세점 제품을 추천해주고 면세 쇼핑이 가능한 무착륙 관광비행을 알리기 위해서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비행기를 타고 출발해 목적지 없이 상공을 비행하다 돌아오는 관광 상품을 말한다.


지난해 에어버스 A321 LR 항공기 언박싱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에어부산은 최근 기내 서비스와 로고숍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선보였다. 


제주항공은 3월3일 ‘삼겹살데이’를 맞아 자사 승무원이 출연한 ‘제주 오겹살 ASMR 먹방’ 영상을 공개했다. 제주도 여행 코스와 제휴 할인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만들었다. 제주 노선은 코로나 시국에도 국내선 중에서 가장 운항이 활발한 노선인 만큼 영상도 인기다.


LCC가 승무원들에게 유튜버라는 부캐 활동을 하게 하는 건 단순히 향공사 홍보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코로나19로 국제선 여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주요 고객인 젊은 여행객들의 관심을 붙잡아 두고 향후 여행이 재개될 때 폭발하는 수요를 선점하려는 계획 때문이다. 실제로 고객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유튜브로 고객과 소통하려면 고객과 친숙한 승무원이 유튜버로 나서는 게 효과적이다. 


삼겹살데이에 올라온 제주항공 먹방 영상. /제주항공 유튜브

클럽하우스에도 승무원이 등장했다. 클럽하우스는 출시되자마자 일론 머스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유명 셀럽들이 사용해 화제가 된 SNS다. 티웨이항공은 클럽하우스가 음성 기반이라는 특징을 활용해 ‘방구석 기내 방송’을 기획했다. 실제 여행을 하듯 운항 승무원과 객실 승무원이 함께 기내 방송을 들려준다. 항공기의 생생한 현장감을 ASMR처럼 즐길 수 있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쾌락반응)은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소리를 말한다.


코로나 사태에 위기에 처한 항공사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 중이다. 승무원들에게 더 많은 부캐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 CCBB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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