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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경력만 8년 체대생이 만든 000 없는 세상

설거지 없는 세상의 시작, 뽀득

구내 식당·어린이집 식기 세척 서비스

자체 개발한 화학성분없는 세제로 세척해


집안일 3대장 청소·빨래·설거지. 청소와 빨래 대행업체는 많았지만, 설거지만을 해주는 업체는 없었다. 뽀득은 이런 세상을 바꿨다. “You just cook, We do the rest.” 국내 최초 식기 세척, 렌탈 서비스 업체 ‘뽀득'을 창업한 박노준(33)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해 주세요.


"주식회사 '뽀득' 대표 박노준입니다. 교육기관과 구내식당에 식기를 대여·세척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고려대 10학번인 박노준 대표는 자취경력만 8년이 넘는다. 대학 자취생이던 박 대표에게 설거지는 늘 고민거리였다.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고 아침 일찍 나가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설거지는 쌓여만 갔고 하기 싫은 마음도 덩달아 커졌다.


“학회를 늦게까지 하고 온 날이었어요. 자취방에 쌓인 설거지를 도저히 못 하겠더라고요. 그날만큼은 돈 주고 설거지를 맡겨야겠다고 생각했죠”

뽀득 박노준 대표. /뽀득 제공

그러나 아무리 검색해도 설거지 업체는 나오지 않았다. 집 전체를 청소하면 설거지도 함께 해주는 업체만 있을 뿐. 고등학교때부터 창업을 생각했던 박 대표는 설거지 업체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다음날 학교에서 본 파쇄기에서 식기 운반방식 아이디어를 얻었다. 파쇄기는 새벽에 파쇄작업을 하고 사라진다. 이처럼 ‘밤에 오피스텔 1층에서 설거지거리를 받고 새벽에 설거지해 다음 날 오전에 배송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교내 학생 시범사업으로 시작

아이디어만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 사업의 경제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했다. 그러나 설거지 사업은 유사 산업군이 없어서 비즈니스 분석 자체를 할 수 없었다. 박 대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학교 커뮤니티에 선착순 10가정만 2주 동안 공짜로 설거지를 해준다고 글을 올렸어요. 밤 11시까지 식기를 내놓으면 새벽에 설거지하고 다음 날 오전까지 집으로 배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학교 근처 선배 식당을 빌려 새벽에 설거지했어요. 보통 새벽 4, 5시까지 했던 거 같아요. 식기 수거와 배달은 쏘카를 빌려서 했어요.”


학생들 만족도는 높았다. 그러나 문제는 요금이었다. 무료라고 생각했던 설거지에 학생들이 내고자 하는 금액은 낮았다.

비즈, 키즈 분야로 확장

"2016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구독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았어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한 달 요금이 8000원인데 설거지에 그보다 많은 돈을 쓰기는 싫어했죠. 쏘카 이용요금·설거지비·임대료 등을 계산해서 저희는 월 10만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내고자 하는 금액이 훨씬 적었어요. 설거지는 내가 해 공짜였으니까요."


박 대표는 2017년 청년창업임대주택 도전숙에서 2016년 고려대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을 구체화했다. 이 시기에 타깃 대상을 변경했다. 설거지가 무료라고 생각해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원래 설거지에 돈을 내는 대상을 찾으면 해결되는 문제였다.


"설거지에 돈을 내는 사람이 누구일까 고민했죠. 식당이 생각났어요. 식당은 설거지하는데 인력·설비·세제·공과금 등을 내고 있으니까 수요가 있으리라 생각했죠.


처음에는 아무 식당에 가서 설거지해준다고 했어요. 베트남 음식점, 국밥집 등 식당이란 식당은 모두 찾아갔죠. 그런데 각종 식당의 식기가 모이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어요. 식기를 이동할 상자 크기·차량·세척 방법 등 모든 부분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아졌어요. 식기 통일의 필요성을 느꼈죠.”


식기가 동일한 업체가 어디 있을지 고민하던 중, 구내식당이 떠올렸다. 문래동 비즈니스센터 구내식당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교육기관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어떻게 어린이집 식판을 씻을 생각을 했나요


“비즈사업을 하면서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 이익을 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현재 공장을 유지하면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설거지만 해주는 것으로 부족했죠. 어떻게 뽀득의 가치를 높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당시 세척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에 위생, 청결에는 자신이 있었던 만큼 위생과 청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대상을 찾았죠.

뽀득 키즈용 식판과 수저. /뽀득 제공

고민 끝에 교육기관이 떠올랐어요. 당시 어린이집과 유치원 급식구조는 비정상적이었어요. 점심을 먹은 후 식판을 어린이집에서 세척해주지 않고 뚜껑을 닫은 채 집으로 가져갔어요. 집에서 씻고 다음 날 다시 유치원으로 가져가는 식이었죠. 점심 먹고 하원까지 5시간 이상 식판이 그대로 인거죠. 뚜껑을 닫은 채 그대로 있으니 식판에서 냄새가 많이 났어요. 식판뿐 아니라 가정통신문·가방·책 등 다른 곳에서도 냄새가 났죠. 식판에 눌어붙은 음식물을 씻는 것도 어려웠고요. 저희 비즈니스모델을 적용하면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식기 배달·수거·세척의 과정을 학부모 대신 저희가 하는 거죠. 매일 오전 유치원에 식판을 배달하고 사용한 식판을 수거, 세척한 후 다시 원으로 가져다주는 거죠. 학부모들은 식판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거죠.”


교육기관이 뽀득을 사용하게 하려고 박 대표와 직원들은 무작정 발로 뛰었다. 한 달에 600곳이 넘는 어린이집을 돌아다녔다. 그 결과 1월·2월·3월·4월 이용 교육기관은 점차 늘어났다. 뽀득은 2019년 키즈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100여곳 교육기관의 식기 세척을 맡고 있다. 2020년 10월 기준 키즈분야 고객사는 250개 기관이 넘는다.

공장·세제·식기까지 뽀득은 모두 자체 제작

-뽀득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세척하나요


"6단계로 나눠서 세척해요. 먼저 고객사에서 사용한 박스를 수거한 후 식기별(식판/수저/포크/젓가락 등) 분류해요. 식판은 80도, 수저와 포크는 100도로 자체 제작한 온도유지 불림통에서 불려요. 이때, 고려대학교와 공동연구한 세제를 사용해요. 이후 자동화 세척 라인을 통한 고온,고압수와 브러쉬로 세척하죠.

애벌 세척 과정(왼쪽. /뽀득 유튜브 캡처) 고온 소득을 마친 식기를 UV 자외선 살균고에 넣는 장면(오른쪽. /뽀득 유튜브 캡처)

네번째로 자동화 세척 라인에서 에어커튼과 100도 이상의 건조 구간을 활용해 건조해요. 이후 전체 식기류를 검수한 후 고객사별로 밀봉 포장해서 운반해요. 숙련 작업자의 육안과 비전 카메라 기술 활용해 식기를 검수해요."


"식기는 자동 설비를 이용해서 세척해요. 기존 식기세척기는 '세척'만 자동으로 진행되고 세척력이 낮아 불량이 10% 이상 발생했어요. 자사에서 자체 개발한 설비는 세척기에 식기가 투입되는 것 부터 세척 후 건조까지 all-in-one으로 진행해요. human error를 최소화해 불량률을 1% 미만으로 줄였죠. 또 인력 투입을 최소화해 제조 원가를 지속적으로 낮춰 고객들에게 더욱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드리는 것에 투자하고 있어요”


-어떻게 설거지 공장을 세우게 됐나요


“처음에는 주상복합 건물에 있는 식당을 빌려서 저녁에 설거지할 계획이었어요. 이 방법은 한계가 명확했어요. 여러 군데 업체가 있으면 그만큼 파견해야 할 인력이 늘었죠. 설거지하는 사람, 감독하는 사람들이 업체마다 있어야 하니까요. 게다가 저녁에 설거지하다 보니 야간 수당이 붙어 인건비는 더 높았죠. 식기를 배달해야 하니 물류비도 추가로 발생했고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조건 설거지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공장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뽀득 설거지 공장에서 식기를 검수하는 모습. /뽀득 제공

"공장을 짓기 위해서 정부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은 모든 지원했던 거 같아요. 중소벤처기업부·신용보증기금 등에 지원해서 7억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았어요. 그 돈으로 2018년 문래동에 30평 공장을 지었죠. 문래동 공장에는 라인형으로 된 식기 세척기가 1대 있었어요. 2019년 키즈 사업을 런칭하고 고객사가 늘면서 7월에 10억원을 투자 받았고 2020년에 광명에 있는 200평 공장으로 확장 이전했죠. 공장을 이전하면서 LS산전과 협력해 자동화 세척 설비를 공동으로 연구개발했어요. 올해는 광명 공장은 1000평으로 확장했어요. 처음에는 한 동만 빌려서 했는데 지금은 5동까지 넓어졌죠”


-세제는 어떻게 개발하시게 됐나요.


“투자를 받고 제일 먼저 세제를 개발했어요.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다 보니 세제에 신경 쓸 수밖에 없었어요. 아이들이 쓰는 식기니까 학부모님들도 예민했고요. 화학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세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먹을 수 있는 정도면서 세척력이 우수한 세제를요. 마침 학교에서 산학협력 사업을 실시했어요. 세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생명과학대 이민석 교수님을 찾아갔죠. 처음에는 거절하시다가 계속 찾아가니까 교수님이 개발해주시기로 했어요. 2019년 고려대학교 연구실과 함께 천연 유래 물질을 활용한 무화학 효소 복합 세제를 개발했어요.


식기도 비슷한 관점에서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엄청난 양의 식기를 세척하다보니 기존의 식기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어요. 직원들과 회의 끝에 식기도 자체 제작해야겠다고 결론을 냈죠. 올해부터는 자제 제작 식기를 사용하고 있어요”

인천시청, 고척돔과 제휴

-인천시청과는 어떻게 협력하게 됐나요


“인천시청이 일회용품 없는 청사를 만들기를 계획 중이었어요. 다회용품을 세척할 업체를 찾다가 저희를 알게 된 거죠. 인천시청에서 서비스를 진행한 후 다른 유관기관에서도 연락이 왔어요”

고척돔 1회용컵 퇴출 시범사업 포스터(왼쪽.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캡처) 뽀득 재활용 컵(오른쪽. /뽀득 제공)

뽀득은 고척 스카이돔에서 다회용 컵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의 일환이다. 보증금 1000원을 받고 고객들에게 다회용 컵을 대여해준다.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은 환급해준다. 다회용 컵 시범 서비스는 5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식을 건강하게 담아내고 싶어요. 식기 렌탈·세척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렌탈 기술력과 세척 기술이 필요한 곳에 기술을 제공하는 게 목표입니다.”


글 CCBB 백지희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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