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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랑 소주처럼 보이지만 마시면 큰일 납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선 넘는 콜라보'가 화제입니다. 수년 전부터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 사이에 태어난 MZ세대 사이에서 업종을 넘나드는 콜라보 제품이 인기인데요. 2020년 5월 편의점 브랜드 CU가 대한제분과 협업해 선보인 곰표 밀맥주가 대표적입니다. 이 제품은 출시 1년 만에 ‘카스·테라’를 누르고편의점 전체 맥주 중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재고가 들어왔다 하면 금방 동이 나는 탓에 실시간 편의점별 재고를 공유하는 누리꾼들까지 나왔습니다. CU 관계자는 “매출 증가세가 놀라움을 넘어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서지혜가 곰표 밀맥주를 찾아 편의점을 헤매고 있다. /MBCentertainment 유튜브 캡처

맥주뿐 아니라 식료품, 생활용품이나 의류 등 다양한 이색 콜라보 제품이 있습니다. 대부분 기업에는 신선한 이미지를 가져다 주고, 소비자에게는 즐거움을 준다는 평을 받는데요. 일부 협업 제품은 부적절할 뿐 아니라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5월12일 엘지생활건강, 서울우유와 협업해 만든 ‘온더바디 서울우유 콜라보 바디워시’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존 서울우유 제품과 유사한 포장에 초록색 펌프를 단 제품인데요. 홈플러스 부산 아시아드점은 이 제품을 우유 판매대 앞에 진열해 놓고 판매했습니다. 이른바 서로 관련이 있는 상품을 한곳에 벌여 놓는 연관 진열을 한 것입니다. 보통 주류 판매대에서 간단한 안주류를 연관 진열해 판매합니다.

우유와 우유를 본떠 만든 바디워시를 연관 진열한 홈플러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우유 제품의 외관을 그대로 본떠 만든 생활화학제품을 식료품과 나란히 배치했다는 이유로 홈플러스는 소비자의 질타를 받았습니다. 매장에 진열된 제품 사진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고, 누리꾼들은 “아무리 콜라보라도 선을 넘었다”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바디워시에는 ‘먹는 우유가 아닙니다. 화장품입니다. 먹지 마세요!’ 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우유를 많이 마시는 만큼, 경고 문구가 있어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소비자들은 우려했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점포 직원이 잘 해보려고 연관 진열을 했다가 바로잡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뉴트로 콘셉트로 선보인 진로이즈백 외관을 본뜬 미니 방향제를 최근 내놨습니다. 실제 소주병 크기와는 차이가 나지만, 디자인만 봐서는 방향제인지 미니어처 소주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습니다. 마트 진열대에는 ‘본 제품은 소주병 모양의 방향제입니다. 절대 마시지 마십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지만, 정작 제품에는 ‘방향제’라는 세 글자만 쓰여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소주병 방향제를 두고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암살 도구”, “나중에는 자동차 부동액을 음료수 페트병에 담아 파는 게 아니냐”라는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식품류 협업 제품은 식품만 만들 수 있게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진로 방향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딱풀형 캔디·말표 초콜릿·로케트 젤리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 자체는 무해하지만, 어린이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딱풀 사탕을 먼저 맛본 뒤, 나중에 실제 딱풀을 식품으로 착각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표는 구두약으로, 로케트는 배터리로 이름을 알린 브랜드입니다. 협업 제품의 인기가 자칫하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소비자들은 우려합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킨 사고는 2017년 1498건에서 2019년 1915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완구(42.7%)를 가장 많이 삼켰습니다. 이색 협업 제품에 대한 어른들의 우려가 기우가 아닌 셈입니다.

딱붙 캔디와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음료는 어린이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들은 “사람 목숨보다 재미가 먼저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지금도 어린이의 정서를 해칠 수 있는 식품이나 도안이 담긴 문구가 들어간 식품은 제조·수입·판매를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색 협업 제품에 대한 규제안은 없는 상황입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생활화학제품을 본뜬 식품 등을 규제하는 식품표시·광고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법을 개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업이 책임감과 경각심을 가지고 제품을 만들 수 있게 제조사 측에 유의를 당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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