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사장님들이 쉬쉬하는 비법으로 만들었죠"
강민재 지오벤처스 대표
13년 지마켓 생필품 MD로 근무하다 퇴사
레몬·베이킹소다·식초 배합한 세제 선보여
애플이 아이폰으로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기 전이었다. 새내기 때부터 창업을 꿈꾼 대학생은 언젠가 휴대폰 하나로 물건을 사고파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경영과 정보기술(IT)을 함께 배웠고, 동기들이 배낭여행을 떠나는 방학이 오면 제조·유통사를 찾아가 일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한 것도 창업 전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였다.
13년 동안 회사에서 생활용품·생활필수품 분야 MD(merchandiser·상품기획자)로 근무한 그는 2020년 계획대로 사표를 냈다. 오랜 기간 실무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필품 회사를 창업, 천연유래성분으로 만든 세제를 선보였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창업가로 변신한 강민재(40) 지오벤처스 대표의 창업기를 들어봤다.
강민재 대표. /지오벤처스 제공 |
-지오벤처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생활필수품·식품·화장품 등 반복구매성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회사예요. 2020년 8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니, 아직은 신생 회사입니다. 자체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브랜드 제품을 도맡아 판매하는 총판 역할도 합니다. 이커머스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고요. 대표 제품으로는 생필품 브랜드 지오클린에서 선보인 레몬테라피 주방·세탁세제가 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온라인 기반 제조·유통업에 관심이 있었다고.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어요. 언젠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일상적으로 쇼핑하는 시대가 올 거라 생각했어요. PC로 옥션 같은 곳에서 물건을 살 때였습니다. 대학교에서도 경영학과 경영정보학을 함께 전공해 IT 관련 지식을 쌓았어요. 언젠가 내 회사를 차릴 것이란 꿈이 있었고, 비교적 일찍 준비를 시작한 셈이죠.
방학 때마다 쇼핑몰, 제조사나 유통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실무 경험을 쌓았어요. 대학교 4학년이던 2007년 12월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지마켓에 신입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이때 이미 인생 계획을 다 짜놨어요. 40대에는 나만의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싶었고, 50대 때는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쇼핑몰 사업까지 시작할 계획이었어요. 40대 때 사업을 하려면 30대엔 일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커머스 1등 회사에 들어가 역량을 키우고, 인맥도 넓히기 위해 지마켓 입사를 택했죠.”
-다른 직원과 회사 생활에 임하는 자세가 달랐을 것 같다.
“언젠가 내 사업을 할 것이란 생각 때문인지 다른 직원들과 시선이 조금 달랐던 것 같아요. 사소한 일이라도 깊이 있게 고민하고 관찰했습니다. 어떤 상품을 맡으면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접 제조 공장을 찾아가기도 하고, 상품 개발 원리 등 기술력을 눈여겨 봤습니다. 물건이 팔리기까지 전 과정을 나만의 노하우로 흡수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일이 아니라 내 사업을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다녔습니다. 13년 회사에서 쌓은 노하우로 39살, 40대를 앞두고 독립에 성공했죠.”
전속 모델 오세득 셰프와 강 대표. /지오벤처스 제공 |
-연령별로 인생 계획이 있었다고.
“직장은 원래 30대까지만 다닐 생각이었어요. 40대 때는 제조유통업, 50대엔 플랫폼 비즈니스 사업, 60대에는 노령 인구를 위한 실버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020년 11월 39살 나이에 회사를 나온 거죠. 퇴사 전 육아휴직을 쓰고 6개월 동안 차근차근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연구원, 원료 공급 파트너사 관계자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액체세제를 개발했습니다. 레몬·베이킹소다·식초를 배합해 만든 ‘레베식’ 세제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레베식 세제란 이 세 가지 천연유래성분 원료로 만든 친환경 세제예요. 세탁소 사장님들의 오래된 비법을 상품화한 제품입니다.”
-왜 액체세제였나.
“이베이코리아에서 근무할 때 가장 오래 담당한 분야가 생필품·기저귀·분유·식품 등 반복 구매성 상품이었어요. 그래서 전문성도 있었고, 나름의 통찰력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상품 기획, 소싱이나 판매에 자신 있었죠. 생필품 중에서도 대표적인 상품이 세제인데요. 액체세제는 세제 중에서 시장이 가장 커요. 지오클린이 첫 제품을 세제류로 선택한 이유죠. 또 고객에게 가장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제품이기도 하고요.”
-지오클린 세제를 소개해 달라. 어떤 제품인가.
“레몬,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결합한 레몬테라피 콘셉트로 만든 세제입니다. 레몬테라피는 세탁소 사장님들이 얼룩을 제거할 때 쓰는 비법인데요. 레몬 껍질과 베이킹소다를 섞으면 오염이 훨씬 잘 지워집니다. 예전에는 화학 제품으로 얼룩을 지웠는데, 독한 성분을 쓰면 피부에 발진이 생겨요. 천연 소재를 쓰기 시작한 이유죠. 얼룩은 훨씬 잘 지워지는데, 피부 질환도 일으키지 않으니 일석이조입니다. 직장에 다닐 때 언젠가 사업을 하면 레몬테라피 콘셉트 세제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시장에 레몬,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넣은 세탁 세제는 많지만, 세 가지 성분을 한 데 모아 세탁에 최적화한 제품은 없었습니다. 레베식 세제를 만든 건 우리가 처음이에요. 입소문을 타고 온라인몰(bit.ly/35rmMsE) 매출도 오르고 있어요."
지오클린 레몬테라피 액체세제. /지오벤처스 제공 |
-오랜 기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써온 소비자가 많은데.
“저렴한 가격과 인체 안전성으로 차별화하려고 애썼습니다. 세제는 2.5l 4개들이 제품이 1만5900원이에요. 대기업 브랜드 제품과 비교하면 2~3배 저렴합니다. 가성비도 장점이지만, 천연 성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했어요. 천연 구연산 역할을 하는 레몬은 세정과 살균 기능이 있고, 식초는 기름 제거와 냄새를 없애주는 소취에 탁월해요. 또 베이킹소다는 얼룩을 제거하고요. 베이킹소다를 세탁 세제 대용으로 쓰기도 하니, 이 3가지를 혼합하면 더 큰 세탁 효과를 낼 수 있죠. 일반 세탁기와 드럼세탁기 모두에서 쓸 수 있어 간편하고요.”
-제품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레몬향이라 하면 상큼한 향을 떠올릴 거예요. 그런데 세제에 레몬향만 있으면 냄새가 썩 좋지 않습니다. 덜 마른 빨래에서 나는 꿉꿉한 냄새가 나요. 레몬의 기능성은 살리면서 좋지 않은 냄새는 없애려고 전문 향료회사와 함께 샘플 테스트를 수차례 되풀이했습니다. 꽃 향을 배합해 불쾌한 냄새를 지웠죠. 세탁기를 돌릴 때는 레몬향이 나지만, 세탁물을 건조하고 나면 꽃 향기만 은은하게 납니다.
가성비가 좋은 세제로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세탁소에서만 사용하던 비법을 일반 소비자도 쓸 수 있게 상품화한 건데요. 그렇다고 너무 비싸면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수도 있을 거로 봤어요. 고객이 부담을 느끼면 아무리 제품이 뛰어나도 좋은 제품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제조 공장과 의견을 많이 나눴어요. 용기에서 원가를 최대한 낮췄습니다. 우리 세제는 유명 브랜드 제품보다 용기가 투박해요. 예쁘지도 않고요. 하지만 겉모습이 화려하기보다는 실속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제품을 쓰고 만족도가 높으면 이런 콘셉트를 고객이 이해해줄 거로 생각했고, 그 바람이 통했습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5월 17일 카카오메이커스를 시작으로 지마켓, 옥션 등으로 판매처를 늘렸습니다. 아직 1개월 차라 구체적인 매출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지마켓에서는 세제 카테고리 1위에 오르는 성과도 냈습니다. 온라인몰(bit.ly/35rmMsE)에서도 인기리에 판매 중이에요.”
지오벤처스 유튜브 캡처 |
-애로사항이 있다면.
“자본금 10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예요. 사실상 무자본 창업한 셈이죠. 그래서 사업 확장 계획을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위기가 올 수도 있어요. 아직은 그런 걱정이 없지만, 자본력이 더 컸다면 빠르게 성장해 목표에 더 일찍 가까워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도 합니다. 직원은 저 빼고 다섯 명이 근무하고 있어요.”
-퇴사 결정이 어려웠거나 이를 후회한 적은 없나.
“퇴사를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지금까지는 계획대로 일이 잘 풀리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세운 목표라 퇴사 결정이 크게 어렵지도 않았어요.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대학생 때 그렸던 목표나 계획이 어느 순간 보면 다 이루어져 있더라고요. 물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고민하고, 절박하게 실천하기도 했죠.”
-앞으로 계획은.
“7월까지 제품군을 30여개로, 연말에는 약 100개까지 늘려 지오클린을 가성비 생필품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만들 거예요. 지오벤처스에는 지오클린 말고도 여러 브랜드가 있는데요. 마스크에 묻지 않는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지오비비와 전속 광고모델인 오세득 셰프와 협업한 식품 브랜드 지오이츠 등이 있습니다. 차차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할 생각이에요. 2022년에는 그룹 연 매출 300억원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제조유통 사업이 안정화되면 플랫폼 비즈니스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최종 목표는 독보적인 이커머스 서비스로 소비자한테 인정받는 겁니다.”
글 CCBB 영조대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