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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부터 발암물질까지··· 가치 창출에 감춰진 3D 프린터의 전말

1996년 다이옥신 파동부터 2011년 그 전말이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 폐암 유발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포함된 침대 매트리스, 144만 명이 복용하는 위장약 라니티딘 발암 물질 검출까지, 유해 물질에 대한 우려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관망하며, 그 요소가 큰 잠재적 가치를 지녔다면 애써 외면하고자 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대표적인 예시가 4차 산업 혁명이다. 4차 산업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가 될 사건이며, 우리나라의 입지와 저변을 더 크게 키워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새로운 산업 환경이 가져올 변화나 위험성에 대해선 우려하지 않는다. 개인이나 교육 기관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응용되고 있는 삼차원프린팅(이하3D 프린팅) 분야에 대한 유해 물질 대처 방안조차 논의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의 밑거름, 3D 프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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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는 3D 프린터. 출처=게티이미지뱅크

3D 프린팅이란, 삼차원 형상을 구현하기 위해 전자적 정보를 자동화한 출력장치를 통하여 입체화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조형이 간편한 플라스틱 재료를 녹여서 쌓아 사용자가 원하는 3차원 형태의 구조물을 만든다. 특수 목적 용도로는 콘크리트, 고무, 식품, 금속을 재료로 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플라스틱을 주재료로 하는 3D 프린트가 대세다.


문제는 재료와 가공 방식이다. 3D 프린트는 조형 원료를 액상으로 분사하거나, 분말을 용융한 상태로 발사해 적층, 분말 재료를 접착제로 적층하는 식으로 조형물을 형성한다. 재료 역시 플라스틱과 금속, 고분자인 ABS,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수지 등이 다양하게 쓰인다. 생분해성 소재인 PLA도 있지만, 내구성이 떨어지고 재순환이 어려워 대체제는 못 된다.


이처럼 3D 프린터는 화학 재료를 복잡한 방식으로 가공하는 기기라서, 동작 중 초미세 입자나 유해물질 발생이 발생하고, 인체 위험성도 그만큼 크다. 3D 프린터가 학교나 문화센터, 공공 시설 등에 교육 용도로 배치되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관한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다.

초미세입자부터 중금속, 발암물질까지 발생··· 안전 대책 시급

한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8년 '3D 프린터 사용자에 대한 초미세입자 노출 평가', 그리고 2019년 '3D 프린터에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 및 유해물 특성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두 보고서 모두 3D 프린터에서 발생하는 초미세 입자나 소재의 종류 및 유해물질 특성 연구에 관한 내용이며, 그간 알려지지 않은 국내 3D 프린터 환경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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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멘트 형태로 된 3D 프린터 재료, 사진 좌측에 재료 규격이 있다. 출처=eSUN

3D 프린터 사용자에 대한 초미세 입자 노출 평가를 요약하면, 3D 프린팅 시 주 입자의 크기는 100나노미터보다 작은 비의도적 나노입자고, 저가형 모델일수록 입자 크기가 작았다고 한다. EDS(에너지분산형 분광분석법)을 통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입자는 탄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원소(산소, 실리카 등)가 서로 다른 비율로 구성돼있고, 미량의 유기화합물(이소프로필알콜,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크실렌) 등) 및 금속(나트륨, 마그네슘, 알루미늄, 칼륨, 칼슘, 크롬, 철)등이 미량으로 검출됐다.


해당 문서는 3D 프린팅 사업장에서 화합물과 금속이 검출됐으나,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는 구체적 성분이 표기되지 않아 향후 프린팅 소재에 대한 분석 연구가 필요함, 그리고 저가형 제품은 예열과 노즐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 초미세입자 농도가 높아지므로 물리적 덮개나 배기 장치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2019년, 3D 프린터 소재와 유해물질 특성 연구가 추가로 진행됐다. 분석대상 소재는 PLA, ABS, PETG(PET수지), eAl-fill(알루미늄), PVA(폴리비닐알코올), eCopper(구리), ePA-CF(카본나일론), ePC(폴리카보네이트), CCU(PLA기반), eSteel(철), eMarble(PLA 기반)이 사용됐고, 2개를 제외한 6개 시료에서 5~7종의 관리대상물질, 20~25종의 고분자물질이 검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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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 사용 시 적절한 환기 시설 및 차폐 시설이 권장된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두 보고서를 종합하면 3D 프린터 구동 환경에 따라 가스상 물질로는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아세트알데히드, 스티렌, 카프로락탐 외 19종, 입자상 물질은 미세 또는 초미세먼지, 중금속은 크롬, 비소, 카드뮴, 구리, 안티몬 등이 검출된다. 작업에 따라 유해 물질의 배출 여부나 농도, 인체 영향이 모두 다르지만, 농도 여하를 떠나 유해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자세한 내용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연구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산업 환경에서는 기계식 환기 시설이나 물리적 차폐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해 대처하고 있지만, 일반용 3D 프린터는 그렇지 못하다. 지금 현재 3D 프린터를 사용하고 있는 환경이라면 유해물질이 상대적으로 적게 배출되는 PLA 수지를 적극 활용하고, 유해물질 발생 원인 3D 프린터와 작업자를 격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밀폐나 차폐, 별도 장소 보관, 환기 등을 통해 유해가스나 증기, 미세 먼지를 배출하고, 정부 차원에서 화학물질의 유해성에 대한 교육과 작업 방법 교육, 방진 마스크 착용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3D 프린터의 유해성, 절대로 덮고 넘어가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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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는 분명 윤택함을 가져다주겠지만, 아닐수도 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2015년 당시 우리 정부는 2020년까지 3D 프린팅 메이커 1,000만 명 양성을 목표로 범부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은 3D 프린터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정부는 ▲ 수요 창출 ▲ 시장 생성 ▲ 기술 개발 ▲ 제도적 걸림돌 제거 네 가지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밝혔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답보 상태긴 해도, 작년부터 3D 프린터 운용 기능사와 개발산업기사가 국가기술자격 종목으로 신설되는 등 느리지만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0년, 3D 프린트는 식품, 전자, 화학, 의료, 항공 등 관련된 거의 모든 산업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시장 전망도 매우 밝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윤택함을 위한 수단일 뿐, 필수 불가결한 희생이 수반 돼선 안된다. 우리나라는 이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아픔을 겪어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3D 프린터로 인한 유해성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정부 차원의 안전 대책 수립이 절실하다.


글 /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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