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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터넷은행에서 느껴지는 SVB의 내음

SUMMARY

-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SVB)와 닮아있는 국내 인터넷은행들

- 예금 상당 부분을 채권으로 채웠던 SVB

- 뱅크런 가운데 금리인상으로 손실 난 채권을 매도하며 파산

-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대출 자산 상당 부분도 채권으로 비슷한 위험에 노출

 

© istock

 

???? [1편] 우리 인터넷은행에서 느껴지는 SVB의 내음 ????

[2편] 인터넷전문은행, 불안심리가 가장 큰 적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사태가 어떤 귀결로 이어질지 전 세계적인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아직은 ‘금융위기로까지 파급되지 않는다’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한 듯합니다.

그래도 안심은 이릅니다. SVB 파산은 SVB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던 경영 실책이 원인으로 작용했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고금리 상황으로 바뀌면서 나온 ‘구조적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 때문이죠. SVB 파산을 미국 정부가 공을 들여 진화한다고 해도 또 다른 어느 곳에서는 제2의 SVB, 제3의 SVB 사태가 빈발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SVB 사태의 원인을 간단하게 진단해보겠습니다. 왜 SVB가 위험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언급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위험이 발발할 가능성은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SVB 파산, 저금리가 남긴 후유증 SVB는 실리콘밸리 지역 내 기업을 고객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지역 내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예금을 받아 유망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줬죠. 스타트업 전문 은행의 성격이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은행이다 보니, SVB는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담보를 보는 시각도 달랐습니다. 영업권이나 기술, 특허 등의 무형자산을 믿고 대출 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일반은행이면서 벤처캐피털(VC)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었던 것이죠. 초기 투자를 진행하고 상장이나 인수·합병 등에도 자문을 맡았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과 동반성장하는 구조를 갖춰놓고 있었죠.

실리콘밸리 생태계가 성장하면서 SVB의 자산 규모도 불었습니다. 2001년 말 42억 달러에서 2021년 말에는 2,115억 달러까지 커졌습니다. VC로서도 성과가 대단했습니다. 2021년 말까지 스타트업 지분 투자를 841건을 진행했는데, 이중 엑시트에 성공한 비율이 38%나 됩니다. M&A나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스타트업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괜찮은 성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SVB는 예금잔고를 빠르게 늘려갔습니다. 예금 잔액은 2021년 말 기준 1892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VC의 펀딩 규모는 커졌습니다. 기업들이 투자금을 SVB에 예금으로 맡긴 덕분입니다. 2021년 한 해에만 예금 잔고 증가율이 86%에 달합니다. 2020~2021년 저금리 기간 동안 벤처·스타트업 투자 열기가 하늘을 찔렀고 그 투자금이 SVB에 몰렸던 것이죠.

이는 2021년 우리나라에서 진행됐던 IPO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우리나라도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 등이 상장할 때마다 수십조 원의 자금이 몰렸습니다. 비상장 우량주를 찾기 위한 움직임도 많았습니다. 저금리 상황이다 보니,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모험 투자’ 수요가 그만큼 넘쳤던 것입니다.

또 다른 예도 있습니다. 케이뱅크에 몰려든 예금입니다. 코인 투자 열기가 커지면서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수조 원의 돈이 몰렸습니다. 그 돈은 케이뱅크 예금으로 들어갑니다. 업비트의 제휴 은행이었던 케이뱅크는 넘쳐나는 예금으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서둘러 이 돈을 굴릴 곳을 찾았습니다. 일부는 개인 신용대출로 나갔고, 또 일부는 채권 등 유가증권을 매입하는 데 사용됐습니다.

SVB도 비슷했습니다. 돈이 들어오는 원인은 케이뱅크와 달라도 ‘저금리’라는 맥락을 타고 어마어마한 돈이 예금으로 몰려든 것이죠. 이들 은행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요. 여기서 예금은 은행이 이자를 줘 돌려줘야 하는 돈입니다. 저금리 시대 이자율이 바닥이라고 해도 은행 처지에서는 비용입니다. 어떡해서든 굴려서 이윤을 남기고, 이자를 지급해야 합니다. 문제는 받은 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죠. 대출은 갑자기 늘지 않습니다. 무작정 늘렸다가 못 받으면 큰일 납니다. 신중해야죠.

그래서 SVB가 선택했던 게 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입니다. 국채 중에서도 장기채 등 비교적 만기가 긴 채권에 돈을 묵혀 놓고 있으면서, 거기서 나오는 이자 중 일부를 예금 이자로 예금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죠. 저금리 상황은 SVB의 장기 채권 투자를 부추겼습니다. 2018년 이전까지는 충실하게 단기채에 돈을 넣어 놓았는데, 2020~2021년 동안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그 원칙을 어긴 듯합니다. 좀 더 높은 금리를 얻기 위해 SVB도 모험적으로 만기가 긴 채권을 매수했습니다. ‘장단기 만기 불일치’라는 리스크를 감내키로 한 것입니다.

 

부메랑이 된 채권 투자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말은 여기서 통합니다. 길 줄 알았던 저금리 시대가 채 3년을 못 채우고 종료됩니다. 인플레이션 걱정에 2022년 3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를 올립니다.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기존 채권의 가치(가격)는 떨어집니다. 지금 4% 수준의 금리를 주는 채권이 발행되고 있는데 과거 1% 수준의 금리를 주는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만기까지 갖고 버티고 있다면 약속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중간에 매각한다면 떨어진 가격에 따른 손실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원금 1,000만 원에 사 온 채권이 900만 원 가격에 팔리는 셈입니다. 이런 경향은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강합니다. 예컨대 5년 만기 채권이 금리가 1% 변동할 때 가격이 5% 정도 변화한다면, 10년 만기 채권은 10%, 30년 만기 채권은 30% 변화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듀레이션 길이에 따라 금리와 가격에 따른 관계를 시소로 비유한 그림.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에 따른 가격 변동 폭이 커진다 © 김기자의 금융CAST

 

따라서 금리 변동기에는 잔여만기(듀레이션)를 짧게 가져가는 게 중요합니다. 손실 폭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SVB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몰려든 예금을 만기가 긴 채권에 넣어 놓았습니다.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더 많은 금리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선택의 결과가 SVB에게 부메랑으로 온 것입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SVB가 보유한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고 자산 가치가 하락했습니다. 만기가 긴 채권의 가격이 속절없이 떨어졌죠. 장부 평가상 손실을 입게 된 것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VC나 기업 등 예금자들이 인출하기 시작합니다. 벤처투자 붐이 끝나면서 자금 회수에 들어간 것이죠. SVB 예금 잔액은 2022년 3월 1980억 달러였지만 2022년 12월 1730억 달러로 감소합니다. 지난달에는 1650억 달러로 줄어듭니다.

SVB는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팔아야 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어떻게든 만기까지 안고 있으면 원금과 이자 모두 건질 수 있지만, 예금자들의 인출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는 SVB는 ‘눈물의 손절매’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단기채였으면 손실 규모가 작았을 터인데, 여러모로 SVB에게 상황이 불리했습니다.

이런 소식은 실리콘밸리 내 기업에 빠르게 퍼져갔습니다. 불안에 빠진 예금자들은 자신의 예금을 찾으러 몰려들었고 뱅크런상황이 연출됩니다. 이를 막지 못했고 SVB는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됐습니다. SVB 최고 경영자가 “당신들이 어려울 때 우리가 기다렸던 것처럼 이번 위기에 동요하지 말고 기다려달라”라고 읍소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친구이자 동반자 같았던 SVB는 씁쓸하게 무너졌습니다.

 

후발 인터넷은행들, 채권 비율 높아 SVB 사태에서 우리는 두 가지 점에 주목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2022년 이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경험을 했다는 것, 우리도 SVB 사례가 일어날 만한 은행이 있다는 점입니다.

우선 케이뱅크를 보겠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케이뱅크는 2020~2021년 저금리 기간 예금을 많이 받았습니다. 암호화폐 붐에 따른 업비트 거래 자금이 예수금으로 입금된 돈입니다. 케이뱅크 예금 규모는 2020년 말 2조 2957억 원이었다가 2021년 말 10조 3487억 원으로 급증합니다. 한 해 사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예금 증가 비율을 놓고 보면 SVB보다 더 큽니다. 원인은 달라도 저금리 시대 투자 붐을 만끽한 것이죠.

 

© 케이뱅크 사업보고서

 

이중 채권 등 유가증권의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3조 3201억 원으로 약 27%를 차지합니다. 2020년 말(5167억 원)에는 이 비중이 18% 정도였습니다. 양적으로나 비율적으로나 유가증권 비율이 1년 사이 급증했습니다.

이보다 유가증권 비율이 높은 곳이 토스뱅크입니다. 2022년 9월 기준으로 토스뱅크의 대출금 규모는 7조 1292억 원이지만 유가증권 규모는 2배를 웃도는 17조 6040억 원으로 드러났습니다. 예금으로 들어온 돈 23조 1445억 원을 기준으로 봤을 때 유가증권 비율은 76%에 달합니다. 예금을 받아 채권에 투자한 셈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2021년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을 크게 늘리지 못했고, 2022년에는 대출 시장이 (고금리로) 침체에 빠지면서 여신을 늘리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국채 등 채권에 투자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업보고서를 보면 금리 상승에 따라 보유 유가 증권의 가치가 일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2022년 3분기 기준 토스뱅크의 유가증권 취득원가는 17조 7812억 원이었는데, 장부가액이 앞서 언급한 17조 6040억 원이 된 것입니다. 장부상 평가 손실 규모는 2385억 원 달합니다. 토스뱅크의 자기자본 규모가 8425억 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평가 손실 규모일 수 있습니다. 물론 팔지 않고 만기까지 갖고 있다면 물지 않아도 될 ‘장부 상의 손실’이지만요.

 

© 2022년 3분기 기준 토스뱅크 현황 보고서

 

채권 시장 관련 보도에 따르면 토스뱅크가 주로 매수했던 채권 상품 이자율은 2~3%대가 주를 이뤘습니다. 한때 금리가 5~6%까지 올라가면서 평가손실 폭이 커졌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토스뱅크가 보유한 채권이 상당 부분 잔여만기(듀레이션)가 짧은 단기채라고 알려진 점입니다. 토스뱅크가 채권 유통 시장에서 ‘큰 손’으로 불리면서 다양한 상품을 매입했고 만기가 짧은 AA 등급 이상의 우량채를 엄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스뱅크 측도 채권 평가 손실이 일정 부분 희석되고, 보유 채권을 매도하면 관련 손실은 재무제표에서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제발 그래야죠.) 다만 SVB도 파산 직전까지 ‘커버 가능한 리스크’라고 하면서 투자자와 예금자들을 안심시키려고 시도했던 점을 고려하면 ‘신뢰하되 경계는 해야 하는’ 상황인듯합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앞날은? 미국에서는 현재 SVB가 위기의 촉발점이 될까 전전긍긍이지만, 한국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위기 촉발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금융위기 상황에 자금 수급이 경색되면 이곳부터 터질 수 있다는 얘기죠.

더욱이 토스뱅크와 케이뱅크는 대출 자산의 40% 가까이가 중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입니다. 평소라면 더 높은 이자 마진을 은행이 얻을 수 있지만, 위기 상황이라면 쉽게 부실화될 수 있습니다. 만약 예금 인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이들 은행은 SVB와 비슷한 상황에 빠질 수 있습니다. 원래 샀던 가격보다 하락한 가치의 채권을 팔아야 하니까요. 손실을 고스란히 안게 됩니다. 거기다가 대출 회수까지 힘들어진다면...

이런 상황까지 가면 자본금을 댔던 주주들도 이탈할 수 있습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에 사모펀드 자금이 들어와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제2의 카카오뱅크를 기대하고 들어왔던 자금들입니다. 기업의 명운보다 ‘내 돈의 운명’이 중요한 이들이죠. 물론 최악의 사태를 가정한 것입니다. 현실화되기 전에 정부 차원의 대책을 세우겠죠.

그래도 불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인터넷은행 경영진들은 오매불망 지금의 이 사태가 진전되고 하루빨리 금리가 내려가길 목 놓아 기원하고 있을 것입니다. 미국 금리 상황에 울고 웃는 천수답 우리 금융의 현실인 것이죠.

 

????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1편] 우리 인터넷은행에서 느껴지는 SVB의 내음

???? [2편] 인터넷전문은행, 불안심리가 가장 큰 적 ????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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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이데일리 기자 (국제경제/IT/금융 출입) 現) 『금리는 답을 알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챗GPT』, 『금융초보자가 가장알고싶은 질문 TOP80'』 도서 저자 現) 팟캐스트·포스트 '경제유캐스트' 운영자 경제매체에서 10년 넘게 경제기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출입처로는 국제경제, IT, 금융 등이 있습니다. 팟캐스트와 네이버포스트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를 보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kys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