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로 주가 흐름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경제지표
사람들이 경제학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경제학에서 숫자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은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죠. 다만, 경제학은 수학이 아니므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숫자를 이용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사실 숫자로 표현하지 않으면 경제 현실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작년보다 경기가 좋아졌다'라고 표현한다면, 구체적으로 얼마나 좋아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작년에 비해 5%가 좋아졌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보다 정확합니다. 물론 5%가 좋아졌다는 것도 피부로 느끼기에는 여전히 어렵지만 말이지요.
사실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숫자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특히 국가나 기업이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생산량을 조절하고 투자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숫자로 된 경제 자료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경제지표입니다.
경제 활동의 주요 분야인 생산, 소비, 무역, 금융, 등의 분야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시시각각 변합니다. 따라서 이런 흐름을 숫자나 그래프로 나타내면 경제 상황의 변화를 쉽게 파악할 수 있지요.
기상청에서 현재의 기상정보와 예년의 비슷한 시기의 기후변화로 날씨를 예측하고, 의사는 환자의 신체검사 자료와 치료 경험을 활용하여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지표를 보고 경제를 진단하고 정책을 수립합니다.
경제지표는 경제에 대한 통계입니다. 경제는 성장과 발전으로 점점 복잡해지는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거시적인 분석과 논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경제지표는 모든 경제 현상과 변화를 설명할 때 유용하게 쓰이지요.
그리고 경제지표는 생산활동지표, 금융지표, 무역·국제수지지표, 노동관계지수, 주식지표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한편, 몇 가지 경제지표를 합성하여 경기변동을 확인하고, 장래의 경기변동을 예측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경제지표를 경기지표라 부릅니다.
그런데 경제지표들은 대부분 시계열 형태,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시하는데, 이러한 시계열 지표의 움직임을 이용해 경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경제 시계열의 변동 중 경기와 관련성이 높은 변동분만을 추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지표는 경기 요인에 의한 변동뿐만 아니라 날씨의 변화나 명절 등의 계절변동 그리고 천재지변이나 파업 같은 예상하지 못한 사건에 의한 불규칙 변동까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들을 제거하지 않은 원계열의 변동만으로는 경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경기변동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통계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개별 경제지표의 변동성분 중에서 경기와 관련성이 낮은 계절적 변동이나 불규칙한 변동 등을 제거한 추세·순환 변동치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실제로 그렇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경제지표로 주가 흐름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
많은 전문가가 주가나 경기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주식 시장의 흐름은 물론 경기를 예측하기 위해 경제지표를 사용할 때의 문제점은 하나의 지표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여러 가지 지표를 조합해서 사용합니다. 그런데 어떤 지표를 조합할 것인지, 또 어느 지표에 더 많은 가중치를 부여할 것인지에 따라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경제지표에 따라 전망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망을 해놓고 그 전망에 맞는 지표를 얼마든지 갖다 붙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다른 문제점은 어떤 경제지표든 양면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가가 상승하면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기업 실적이 악화되어 주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가가 상승한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생긴다는 것이고, 그것은 자산 가치의 상승을 의미하므로 주가가 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인플레이션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게 하므로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고, 인플레이션이 생기는데도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가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금리가 오른다고 주가가 반드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금리를 내린다고 주가가 반드시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올랐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긴축정책 때문이라고 하고, 금리가 올랐는데 주가가 올라가면 실물투자 증가에 따른 경기 활황의 지속 때문이라고 하며, 금리를 내렸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경기 상황이 나쁘다는 뜻이라 하고, 금리를 내렸는데 주가가 올라가면 유동성 증가와 확장정책의 영향 때문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 분석가들은 자신이 활용하는 경제지표를 통해 주가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지표와 주가지수의 비교 기간과 그래프 축의 값을 적절히 조절하면 어떤 경제지표라도 주가지수와 일정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전혀 관계가 없는 지표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지요.
미국에는 슈퍼볼 지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 프로 미식축구(NFL)의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에서 내셔널리그의 팀이 승리하면 강세장이 오지만 아메리칸리그의 팀이 승리하면 약세장이 온다는 것입니다.
처음 듣는 사람들은 당연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 지표는 웬만한 경제지표보다 훨씬 높은 정확성을 보여줍니다. 풋볼과 주가처럼 완전히 독립적인 두 사건 사이에도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요.
흔히 주가는 경기에 선행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경기가 주가에 후행한다는 뜻이지요. 따라서 주가 예측이 가능하면 경기예측도 가능하고, 경기예측이 가능하면 주가 예측도 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경기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경기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주가 예측도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일부 주식 전문가는 경기예측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주가 예측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경기예측이 불가능하다 보니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등 유명 투자자들은 "기업분석을 통해 자연스럽게 경기예측을 할 수 있으므로 경기예측 대신 기업분석을 하라"고 권합니다.
그런데 기업분석을 통해 경기를 예측하는 것이 정말 가능할까요?
미국의 투자은행 파산으로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이 은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국내 전자부품업체가 채무 만기 연장에 실패해 파산하는 일도 발생하는데, 특정 기업을 정확히 분석한다고 해서 경기예측을 할 수 있을까요?
TV 뉴스 시간의 마지막 부분은 대체로 일기예보 시간입니다. 지금은 거의 보지 않지만, 과거에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내일의 날씨'를 알려주었으므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누군가가 경기의 흐름이나 주가도 이렇게 미리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있는지요?
그런데 만약 뉴스 시간 끝 무렵에 '내일의 주가'를 알려주면 어떨까요? 과연 그것이 맞을까요? 결코 맞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투자자가 함께 방송을 보고 다음날 같이 움직일 것이므로 뉴스의 내용이 맞을 수 없겠지요.
얼마 전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폭이 예상보다 작게 발표되자 미국 증시가 폭등했습니다. 앞으로도 주요 경제지표의 발표 때마다 증시의 변동성은 커질 것입니다. 투자 때 경제지표의 활용은 당연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좋은 투자자는 숲과 나무를 함께 보지만, 훌륭한 투자자는 숲과 나무 외에도 햇살과 바람의 방향도 함께 살핀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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