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시스템 불안의 본질적인 요인 - MMF와 역레포의 이해
현재 미국 은행시스템 불안의 본질적인 요인은 상업은행의 예금 감소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상업은행의 총 예금은 작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습니다. 작년 동안 상업은행의 예금은 약 5000억달러가 감소했습니다.
미국 상업은행 총 예금 추이
상업은행의 예금이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글에서 다루게 될 MMF와 역레포에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 상업은행 예금, MMF, 역레포의 상호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를 통해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상업은행의 예금이 감소하게 되었는지, 이러한 메커니즘이 어떻게 은행시스템 위험을 가중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더불어, 상업은행 예금, MMF, 역레포의 변화를 해석할 수 있다면 미국 은행시스템의 위험이 해소되고 있는지, 아니면 더 위험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1. MMF와 역레포의 이해
미국 머니마켓펀드 업계의 총자산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자산운용협회(Investment Company Institute, ICI)에 따르면, 3월 22일 기준 MMF 총자산은 약 5조1000억달러로 집계되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MMF에 약 1,200억달러가 추가로 유입되었습니다.
출처 : ICI
참고 : 머니마켓펀드(MMF)란?
머니마케펀드(MMF, Money Market Fund)란 고객의 일시적인 여유자금을 금리위험과 신용위험이 작은 국채, 어음 등에 운용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배당하는 펀드입니다. 즉, 대표적인 단기금융상품입니다.
MMF에 유입되는 자금은 주로 부도 위험이 거의 없는 국채, 우량 CP, CD(양도성예금증서), 예금 등으로 운용하며 만기가 짧습니다.
물론, MMF로의 자금 유입이 은행시스템의 예금 유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은행의 예금이 MMF로 들어간다면 MMF는 이 돈으로 다른 금융기관이 판매하는 재정증권이나 상업 어음 등을 매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상품을 판매한 금융기관은 받은 돈을 자신의 은행 계좌에 입금할 것입니다.
A 은행에서 예금 유출 → MMF에 자금유입 → MMF는 유입된 자금으로 B 기관이 판매하는 단기금융상품 매입 → B 기관은 받은 돈을 B 은행에 예치 → B 은행에서 예금 유출 → MMF에 자금 유입 → ...
따라서, MMF로 자금이 유입된다고 해서 은행시스템의 예금이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여러 금융기관 사이에서 자금이 교환되는 것일 뿐 자금은 은행시스템에 계속 머무르게 됩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메커니즘은 연준이 2013년에 도입한 '역레포'라는 제도 때문에 작동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MMF가 역레포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MMF의 자금이 은행시스템의 예금으로 유입되는 것이 차단되었습니다.
참고 : 역레포(reverse repo)란?
상업은행들은 현금이 부족할 때 국채를 담보로 연준에게 단기자금을 빌릴 수 있습니다. 국채를 담보로 상업은행이 연준에게 단기자금을 빌리는 것을 레포(Repo) 거래라고 합니다. 이 거래에서 적용되는 금리가 레포금리입니다.
반대로, 역레포(Reverse Repo) 거래는 국채를 담보로 연준이 상업은행의 단기자금을 빌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준이 역레포 거래로 단기자금을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가 역레포금리입니다(역레포는 상업은행뿐만 아니라 여타 금융기관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를 정할 때 '목표범위'를 설정합니다. 2023년 3월 기준 미국 기준금리는 4.75~5.00%입니다. 여기서 4.75%는 기준금리 하단, 5.00%는 기준금리 상단이라고 표현합니다.
(연방기금시장은 초과지급준비금을 활용하여 상업은행간에 단기자금 거래가 이루어지는 단기금융시장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적용되는 금리가 연방기금금리입니다.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기준금리로 설정합니다)
역레포금리는 연방기금금리가 연준이 설정한 기준금리 하단을 하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연방기금시장에서 상업은행이 다른 상업은행에게 단기자금을 빌려줄 때 역레포 금리보다 더 낮게 빌려줄 이유가 없습니다.
연준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최소한 역레포금리 만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는 이론상으로는 역레포금리보다 낮게 유지될 수 없게 됩니다.
[참고하면 좋은 글]
연준이 보장하는 가장 안전한 투자처인 역레포는 지난 2021년 3월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현재 약 2조2000억달러가 예치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역레포 사용이 매우 미미했습니다. 무엇이 달라졌기에 역레포가 이렇게까지 급증했을까요?
|2. 역레포가 급증한 원인 - 연준 양적완화와 SLR 규제
역레포가 급증한 원인은 코로나 위기 이후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과 연준의 SLR 규제 완화 철회 조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참고 : SLR(Supplementary Leverage Ratio, 보완적 레버리지 비율)이란?
연준이 상업은행에 부여한 자본규제 중 하나입니다. 총자산이 2500억달러 이상인 미국 대형은행에 적용되는 레버리지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 규제에 따라, 미국 대형은행은 총자산(국채, 대출, 지급준비금, 파생상품 등이 포함) 대비 자기자본을 3%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선정하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글로벌은행(GSIBs)에 선정되었다면, 이 비율을 5% 이상 유지해야 합니다. 현재 미국의 대형은행 8 곳이 이에 포함됩니다.
지난 2020년 3월에 연준은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했습니다. 연준은 유통시장에서 대규모로 국채 및 MBS를 매입했고, 상업은행의 예금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연준이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 2년 동안 상업은행의 예금은 약 4조5000억달러 증가했습니다. 같은 시기 연준의 자산 증가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습니다(상업은행 예금 증가 원인으로 연준의 양적완화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대규모 소득보전정책으로 인한 가계의 초과저축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파란색 선 : 연준 자산 / 빨간색 선 : 상업은행 총 예금
더불어, 연준은 코로나 위기 이후에 상업은행의 자본규제 중 하나인 SLR 규제를 완화해 주었습니다. 즉, SLR의 총자산에 국채와 지급준비금을 제외해 주었습니다(위의 식 참고).
참고 : 지급준비금이란?
상업은행은 고객 예금 인출에 대응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예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합니다. 이를 지급준비금이라고 합니다(지급준비금을 제외한 예금은 대출이나 투자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지급준비금은 법정지급준비금과 초과지급준비금으로 구성됩니다(지급준비금 = 법정지급준비금 + 초과지급준비금).
법정지급준비금은 ‘법적으로’ 중앙은행에 반드시 예치해야 하는 예금입니다. 초과지급준비금은 법정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예금입니다.
연준의 경우, 이러한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해 이자(IORB, Interest On Reserve Balances)를 주고 있습니다. IORB는 현재 연준 기준금리 목표범위 상단보다 10bp 낮은 4.90%입니다.
이러한 완화 조치로 인해 상업은행은 늘어난 지급준비금에 대해 자기자본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없었고, 대규모로 유입되는 예금을 안전하게 보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 3월에 연준이 SLR규제 완화 조치를 철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즉, SLR의 총자산에 다시 국채와 지급준비금이 포함되었습니다(위의 식 참고).
상업은행들은 총자산이 증가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SLR이 낮아진 것을 확인했고, SLR을 조정하기 위해 유입되는 예금을 거부하거나 방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MMF는 상업은행에 현금을 예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가장 안전한 투자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연준의 역레포였습니다.
역레포는 연준이 SLR 규제 완화를 철회한 이후부터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MMF가 상업은행 대신 역레포에 돈을 예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연준 역레포 잔액 추이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기 시작했고 역레포금리도 동일한 폭으로 인상되었습니다(현재 역레포금리는 4.80%입니다).
|3. 미국 은행시스템 악화 메커니즘
MMF는 은행보다 역레포에 돈을 예치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수익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인 연준이 파산하여 돈을 돌려주지 못할 위험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국 은행시스템 불안이 지속된다면 은행시스템에서 예금이 유출될 수 있습니다. 이 예금은 MMF로 흘러가게 되고 MMF는 안전성(연준이 파산할 일은 없음)과 수익성(높은 역레포금리)을 모두 갖춘 역레포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상업은행 예금 유출 → MMF에 자금 유입 → MMF의 역레포 투자 메커니즘이 작동된다면 미국 은행시스템이 지속해서 취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참고 : MMF와 상업은행 지급준비금의 관계
주의하실 것은 MMF에 자금이 유입(MMF 총자산 증가)된다고 해서 상업은행의 예금과 지급준비금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MMF의 자금이 은행시스템에 머무르게 된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MMF가 유입된 자금을 역레포에 투자한다면 상업은행의 예금과 지급준비금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행시스템의 위험을 파악하기 위해선 MMF뿐만 아니라 역레포 잔액이 증가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필요가 있습니다.
[요약]
1. 2020년 3월 코로나 위기 이후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 시행하였고, 상업은행의 예금은 크게 증가.
2. 더불어, 연준은 SLR 규제 완화 조치(총자산에 지급준비금과 국채 등을 제외)를 동시에 시행하여 상업은행이 안전하게 예금을 보유할 수 있도록 만들었음.
3. 문제는 2021년 3월에 연준이 SLR 규제 완화 조치를 철회(총자산에 지급준비금과 국채 등이 다시 포함됨)하면서 나타났음. 상업은행들은 총자산이 증가하면서 SLR이 낮아진 것을 확인했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 유입되는 예금을 거부하거나 방출하기 시작했음.
4. MMF는 상업은행 계좌 대신 역레포에 대규모로 자금을 예치했음.
5. 연준의 기준금리인상이 급격하게 진행됨과 동시에 역레포금리도 급격하게 인상되었음. 이로 인해 역레포는 MMF 입장에서 안전성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갖추게 되었음.
6. SVB 파산 사태 이후 미국 은행시스템 불안 등으로 상업은행, 특히 중소형은행의 예금이 유출될 수 있음. 이 예금은 MMF로 흘러가게 되고 MMF는 안전성과 수익성을 모두 갖춘 역레포에 투자할 수 있음.
7. 결론적으로, 상업은행 예금 유출 → MMF 자금 유입 → MMF의 역레포 투자 메커니즘이 작동된다면 상업은행의 예금이 감소하면서 은행시스템이 지속해서 취약해질 수 있음.
8. 주의 : MMF에 자금이 유입된다고 해서 상업은행의 예금과 지급준비금이 반드시 감소하는 것은 아님. MMF가 역레포에 투자할 때 상업은행의 예금과 지급준비금이 감소할 수 있음. 따라서, MMF뿐만 아니라 역레포 잔액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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