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거비용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일까? #2
Summary
- 해외와 비교할 때 한국의 임대료는 높은 수준이 아님
- 이는 언제든 임대료가 해외 수준으로 현실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 방증
- 주거비용 현실화에 대비할 수 있는 개인별, 정책별 대응 방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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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세계 514개 도시의 임대료 수준 (www.numbeo.com)
주요 도시의 생활 물가, 부동산 가격, 삶의 질 등을 분석하는 numbeo.com 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임대료 수준은 514개 비교 도시들 중 상위 178위에 해당한다. 홍콩, 싱가포르, 동경, 북경 등 아시아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의 주요 도시에 비하면 임대료 수준이 절대적으로 비싼 게 아니다.
한국 임대료 정말 높은 편일까 한국은 세계 10위 권의 경제입니다. 서울은 한국의 정치, 행정, 경제 중심 도시이고요. 위의 표에서 보듯 서울의 임대료 수준이 경제 규모 대비 결코 높은 편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임대료 수준이 아닌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어떨까요?
[그림 9] 주요 도시별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 순위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 3.5% 기준 시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28%. 글로벌 주요 대도시의 임대료가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50%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만일 정부 고시대로 2.5%로 추정한다면 서울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은 20%. 가장 낮은 말레이시아 쿠알라 룸 푸르의 20%와 비슷하다.
이것이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결론입니다. 대다수 시민들의 인식과 달리 그간 우리의 임대료는 저렴했습니다. 집값이 뛰고 임대료가 비례적으로 오른 작년 말에서야 비교 가능한 경쟁 도시의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 기준에서 하단을 넘어선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주택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전월세 보증금이 점점 부담스러운 지경에 달한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집주인들은 자신들의 부담 내지 자신들이 취해야 할 기회 소득을 임대인에게 100% 다 전가하고 있지 않은 것 역시 분명한 현실입니다. 앞으로도 상황에 따라서는 서서히, 어쩌면 급격하게 더 올릴 수 여지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꽤 어렵습니다. 현 정부가 임대차법이 개정하여 지금도 혼란스럽다지만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계약이 갱신될 향후 1~2년간 또 한 번의 혼란이 있을 수도 있고요.
주거비용 현실화 때 벌어지는 일 상정하기조차 싫은 더 무서운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만일 현재와 같은 주택 가격 상승세가 만일 멈추고 정체한다면? 그 상황에서 지금처럼 시중에 유동성이 풀려 있다면? 2009년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유동성은 2천 조 원이 넘었는데요. 금년 하반기에는 무려 4,400조 원대로 폭증하였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언론에서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이 엄청나게 돈을 풀었다고 합니다만 한국도 이에 못지않게 돈을 푼 셈입니다. 이러한 유동성에 저금리가 유지된다면 정부가 2~3년 뒤에 공공 분양, 택지 개발 등으로 주택 공급을 한다고 하더라도 전월세 부담을 낮추기는 쉽지 않을 일입니다. 전월세 부담이 한차례 더 크게 폭등하는 것. 이것이 제가 가장 무서워하는 일입니다. 현재까지는 그럭저럭 그동안 현실화되지 않은 주거비용이 점차 경쟁 도시 수준에 근접해졌으나 아직은 낮은 수준인데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만일 이런 상황에서 자녀 사교육비와 향후 결혼, 분가 비용까지 가정한다면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서울 가구 3분위, 4분위 그룹의 평균 소득이 6,200만 원, 8,400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말 기준으로 3분위 그룹의 가구는 연간 1,200만 원가량 가계 흑자를 기록 중이라고 합니다. 4분위 그룹의 경우는 2,100만 원 정도 흑자를 보이고요. 통계에 잡힌 이자비용은 각각 연간 144만 원, 168만 원에 불과합니다.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3, 4분위 가구들이 평균적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많고 통계적으로는 1억 원이 채 안 되는 부채를 가지고 있기에 이렇게 추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만일 전세보증금이 앙등하여 위에서 가정한 전월세 전환율(임대 수익률)을 실제로 부담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결과는 어떨까요? 3분위 가구의 연간 소비지출 3,420만 원, 이자비용 1,820만 원, 세금과 공과금 732만 원, 가구 간 이전지출(부모님 용돈 등) 204만 원을 차감하면 남는 금액은 연간 24만 원에 불과합니다. 자녀 교육비에 288만 원 정도 지출하는 범위 내에서 말입니다. 사교육을 더 시키려면 이제 평형을 줄이던가 더 싼 임대주택을 찾아가야 합니다. 4분위 가구라면 어떨까요? 현재 흑자 2,100만 원이 782만 원으로 급감합니다. 주거비용이 더 올라가서 상당 부분 현실화되기 시작한다면 3, 4분위 가구들이 향후 주택을 구입할 원금, 노후를 대비할 은퇴 자금을 저축할 여지가 사실상 거의 없어지게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소비가 경제를 선순환시킬 수 있는 기반이 사실상 붕괴될 지경에 이르는 겁니다.
부정적 시나리오에 대처하는 법 저라면 지금처럼 원화 강세일 때마다 달러, 가상화폐, 실물 자산 등 원화보다 해외물 비중을 점차 늘리겠습니다. 언젠가는 원화 가치가 급락하여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일시에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날이 오면 원화로 표시된 아파트가 짧은 기간 동안이라도 조정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나의 부, 내 재산을 보호하려면 해외 익스포저를 늘려야 합니다.
제 주위에 부동산 전문가들이 꽤 있습니다. 지인들에게 묻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네가 정책 입안자라면 답이 있겠냐?'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이젠 심리가 너무 격해져서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라고. 주택은 2~3년 뒤에 공급되는 데 영끌하고자 하는 젊은 세대 등 실수요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래도 무슨 방법이 없겠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안을 얘기해 주더군요. 자신이 정책을 편다면이라는 가정에서.
1. 영끌을 일으키는 수요는 지금, 또는 앞으로도 집을 살 기회가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청약 가점제를 전면 개편하여 실제로 30~40대가 동일한 확률로 청약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이들이 조급한 심정에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서라도 집을 사는 수요를 줄일 것이다.
2. 마찬가지 이유로 로또 청약을 막기 위해 분양가를 현실화한다. 지금처럼 주변 시세 대비 심하게는 50% 이상 저렴하게 공급된다면 누구든 기를 쓰고 청약을 할 것이고 현재의 대출 규제 상황에서는 결국 다주택자, 현금 동원력이 있는 이들이 자신의 실명이던 증여던 실질적인 낮은 경쟁률로 당첨되는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3. 장기 임대 사업자 정책은 17년~19년까지는 유효한 정책이었다. 다만 물량이 일부 잠긴 상황에서 임대차법 개정으로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일으킨 정책 부작용이 예상보다 컸다. 중기적으로 전세난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전세 수요가 있는 지역에 집중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그러나 도심 재개발, 재건축 규제가 유지되는 한 교통, 교육 등 주거 환경이 양호한 지역에서 실제 공급이 많아지기 힘들다. 실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정부가 재건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을 불로 소득으로 간주하여 징벌적 회수를 추진하는 한 민간에서 대규모 공급이 나오기는 어렵다. 재건축 이득을 주택 수급을 개선하는 범위에서 공공과 주택 수요자가 어떻게 분배할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여 서로가 양보하고 윈윈 하는 수준을 찾아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합시다 인간의 욕망은 정책의 예상 효과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작년 8월 정부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지인들은 이제는 서울 아파트가 아니라 다세대, 빌라를 구입하면 된다고 단언했습니다. 4개월 만에 아파트 가격보다 다세대, 빌라 가격이 뛰기 시작한 것은 합리적 예상에서 벌어진 현상입니다.
강남 3구(서초, 강남, 송파) 가구 수가 대략 40만 호가 넘습니다. 강남 3구 아파트 평균 가격을 20억 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서울 지역의 최상위 20% 평균 가격대와 유사합니다. 20억 원 이상 호가하는 아파트의 상당수가 강남 3구에 몰려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서울의 최상위 소득 계층이라도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소득 순위로 상위 40만 번째 소득자의 연 소득이 얼마일까요? 5억 원을 상회합니다. 이들에게는 PIR이 4배 밖에 되지 않는 셈이죠. 비전문가인 제 짧은 소견에서는 지금처럼 강남 아파트와 같은 초고가 아파트를 징벌하고 억제하는 정책을 펴는 한 전국적으로 소득 대비 주거비용이 부담스러운 현실을 타개할 뾰족한 대안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강남은 한국 사회의 욕망이 첨예화된 곳이라고 인정을 해야만 정책다운 정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강남에는 저소득 계층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분양이 그리 현실적이지 못합니다. 정말 공급을 늘릴 의지가 있다면 교육 수요 때문이던 셀프 플렉스 욕구 때문이던 강남에서 소외되지 않을 소득을 가진 계층들이 원하는 퀄리티의 고가 임대 주택이 더 시급하다는 게 너무 억지일까요?
한국 사회는 아직 부채 규모가 심각한 상황이 아닙니다. 가계 자산이 부채를 훨씬 능가하는 흑자 가계이기 때문입니다. 과잉 부채로 가계가 파산하는 부실이 아닌 글로벌 경제 충격이 온다면 일시적으로 자금이 꼬일 수 있는 유동성 위기의 개연성만 조심하면 됩니다. 그러나 지금 소득 수준에서 가계 소득이 크게 성장하지 못하는 데 주거비용이 더 커진다면 점차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제 부족한 글이 이제까지의 집값, 임대료가 오른 원인에 대해서 서로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지고 묻기 전에 앞으로 어떻게 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지에 대해 견실하고 진지한 토론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1년 올 들어 부동산 가격이 또다시 앙등했습니다.
https://brunch.co.kr/@ilichpak/59
2021년 6월 아파트 매매, 전세가격이 업데이트된 '뛰는 집값, 나는 전세값' 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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