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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의 은행 위기 이후에 찾아올 경기 침체에 대해

SUMMARY

- 실버게이트, SVB, CS, 시그니처뱅크 등 잇따른 은행 위기로 불거진 뱅크런

- 은행이 유동성과 준비금 확보 위해 대출 보수적으로 대응할 확률 높아져

- 특히 부동산 대출이 불가하면 기업 자금줄 막혀 연쇄 도산과 경기 침체 우려도 존재

- 2008년 금융 위기 시 일시적 지수 반등을 떠올리며, 다가올 위기를 대비할 필요 있음

 

© istock

 

2023년 3월 실버게이트와 SVB, 시그니처뱅크까지 미국 은행 3개가 1주일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연쇄적으로 파산했다. 이번 은행 위기의 원인과 현재 진행 과정을 점검하고,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경제 위기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금리 인상의 나비효과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연준(Fed)이 실시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인해 통화량이 막대하게 증가하며 40년간 볼 수 없었던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었다. 2021년 상반기까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대응을 늦추던 연준은 그해 하반기부터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 이상으로 고착화되자 뒤늦게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전환했다.

수개월에서 1년까지 진행될 거라 했던 연준의 테이퍼링(tapering)은 2021년 11월 FOMC에서 고지한 이후 한 달 만인 12월 FOMC부터 실시하였고, 2022년 3월 FOMC에서는 마침내 기준금리를 0.25% 인상하며 첫 번째 금리인상을 실행하였다. 이후 2022년 한 해 동안 4번 연속 자이언트스텝(0.75%, 75bp 인상)을 단행했고, 12월 말까지 기준금리를 4.5%까지 유례없는 속도로 인상하며 시중의 유동성을 회수했다.

2022년 미국의 전년 대비 통화량(M2) 증가율은 -0.6%로 6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달러와 초단기 미국채, 그리고 일부 원자재를 제외한 모든 자산이 하락하였다. 특히 채권 시장은 2020년까지 만들어진 거대한 버블이 터지며 2022년에는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미국의 전년 대비 M2 통화량 증가율을 나타낸 그래프(1980~2023) 2022년과 2023년은 지난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M2 통화량이 감소하였다. © Fred

 

줄줄이 이어진 은행 위기 2022년 9월 영국의 파운드화 위기가 일어났다. 영국 연기금이 투자한 영국 장기 국채의 레버리지 파생상품에 문제가 생겼고, 영국의 중앙은행 BOE는 긴급하게 국채를 매입하며 이를 해결했다. 영국 파운드화 위기로 분출된 위험은 곧이어 2023년 미국 은행 위기로 이어진다. 모두 2022년 일어난 전례 없는 금리 인상의 부작용으로 장기국채의 가격이 폭락하여 일어난 일이다.

SVB를 비롯한 찰스 슈왑(Charles Schwab) 등 미국 은행은 구조적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미국채의 비중을 높여서 자산을 구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채 가격이 폭락하며 은행 보유 자산에 거대한 미실현손실을 입혔다. 뱅크런으로 인한 준비금 지급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다가 손실이 실현됐고, 자기자본이 잠식되며 결국 파산하였다. 전 세계 다른 국가들도 미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결국 위기는 유럽으로 번져갔고 크레디트 스위스가 UBS에게 인수합병되기 이른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UBS에 인수합병을 위해 1,000억 스위스 프랑의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미국 은행 위기가 가시지 않자 연준은 1)재할인창구 대출과 2)은행기간대출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BTFP)을 통해 은행에 유동성을 직접 공급함으로써 'Not QE(유사양적완화)'를 시행하였다. 영국 파운드화 위기, 미국과 유럽의 은행 위기 모두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 문제를 빠르게 봉합하였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은 멈추지 않았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은행에만 선택적으로 공급하고 있어 앞으로 기업, 개인 등 경제 주체 별로 상이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은행인데 돈이 없어요... 지난 3월 은행 예금주들이 미국 내 은행에서 3,000억 달러 이상을 인출했다. 사상 최고치다. 동시에 같은 기간 머니마켓펀드(MMF)에는 약 3,600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었다.

 

지난 3월 미국 은행 예금은 4000억 달러 감소해 미국 역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 twitter.com/Spriter99880

 

계속되는 예금 인출은 자기 자본을 유지해야 하는 은행에게 치명적이다. 현재 ​은행들은 자본 요구 사항을 충당하기 위해 준비금을 사용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준비금이 고갈돼 더 많은 미국 은행이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고갈은 은행의 장기 보유 자산(예금, 미국 장기채)을 손실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미 파산한 SVB처럼 예금자의 신뢰를 잃고 뱅크런이 가속화돼 최악의 경우엔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Bank Walk' 가 일어나고 있다. 은행 예금은 4.1%나 감소했고 인출된 예금은 4% 금리의 MMF나 단기 미국채로 흘러가고 있다. © twitter.com/JeffWeniger

 

시중 유동 자금이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곳으로 몰려들면서 은행의 준비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는 현재 약 4.57%, 미국채 2년 물은 4%의 수익률을 내고 있는데 반해 미국 은행 저축 계좌의 예금 금리는 약 0.2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준비금은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을 시작한 이후 급격히 감소하며 4조 2천억 달러(2021년 9월)에서 현재 3조 달러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은행 예금은 지난해 동안 약 8,000억 달러 가까이 감소했고, 올해 들어 은행의 예금인출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뱅크런 남의 일 같나요? 지금까지 국내도 아닌 미국 은행들의 위기를 뉴스로 접하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현재의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해 실제로 체감하긴 힘들었을 것이다. 관련된 은행주를 보유한 투자자들이 주가의 변동성을 경험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번 위기가 던진 파장의 나비 효과는 결국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체감할 수 있는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은행은 유동성과 준비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 태도가 엄격해질 가능성이 높다. 은행은 대출을 일부 회수해야 하고 이는 대출을 이용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은 투자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하고, 개인은 주택 구매나 소비에 필요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경제 활동에 필요한 돈이 돌지 않으면서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SVB 파산 등을 거론하며 “가계와 사업체의 신용 긴축을 초래해 거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글로벌 금융 안정 위험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4월 11일에 발표된 'IMF 금융 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은행의 대출 능력이 내년에 거의 1% 감소하면서 미국 GDP가 44bp(0.44%)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총자산이 2천500억 달러 미만인 은행들이 전체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은행 대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보유 자산 건전성 악화는 수익성과 은행 대출 의지 모두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에 대한 우려가 펀더멘털 악화와 자금 조달 비용 압박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의 신용 공급 축소는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은행들이 임대 아파트, 오피스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에 내준 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5조 6,000억 달러(약 7,324조 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26%인 1조 5,000억 달러가 3년 이내 만기를 앞두고 있다.

최근 경기 둔화로 공실률이 높아진 데다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중소형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부동산 대출을 연장해 주거나 돈을 더 빌려주지 않으면 관련 기업의 자금줄이 막혀 연쇄 도산과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의 집값 하락 추세가 이어지며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고 2020년 전후 호황기에 시작한 부동산 건설 사업 진행이 모두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증권사와 제2금융권에서 취급한 PF 대출 부실 규모가 커지면서 국내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 은행이 대출을 축소하며 벌어지는 '신용 경색(credit crunch)’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SVB도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준수한 회사였다. 뱅크런과 유동성 문제는 바로 미실현손실을 확정하며 파산에 이르게 한다. © investing.com

 

SVB 가 예금인출로 유동성이 말라 파산한 것처럼 기업과 개인도 대출이 회수되면서 투자해둔 자산의 미실현손실을 확정하게 된다면? 결국 순자산이 감소되며 파산할 수 있다. 기업은 흑자도산이 일어날 수 있고, 가계도 마찬가지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열심히 일해서 부채를 줄이고 현명하게 투자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버텨나가야 한다. 지금은 부채를 포함한 총자산이 얼마이든지 간에 유동성이 부족하면 파산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방아쇠가 겨눈 곳 이번 은행 위기를 보면 각국의 중앙은행이 '최후의 대부자'로 나서며 신속하게 대응하였다. 유사 양적완화 효과로 인해 주식과 가상 자산 시장이 반등하고 미국채 수익률이 하락하는 등 자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를 복기해 보면 2007년 초, 미국의 주택 시장이 불안정해지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시작됐고 금융 시장의 리스크가 증가했다.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Bear Stearns)는 자사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고위험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2007년 여름, 베어스턴스의 두 개의 헤지펀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산 평가 절하로 인해 결국 파산하며 베어스턴스의 신용도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2008년 3월, 베어스턴스는 결국 서브프라임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JP모건에 인수되었다. 당시 연준 의장 벤 버냉키(Ben Shalom Bernanke)는 “하반기에 경제성장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위기는 베어스턴스로 끝나지 않았고 패니메이, AIG 들에 위기가 전염됐다. 이후 주식시장은 진정되는가 싶더니 6개월 후인 2008년 9월에 대형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베어스턴스가 무너진 뒤 그해 여름까지 S&P500 지수는 15% 상승했다. 더 큰 위험이 다가오고 있었는데도 시장은 낙관적으로 보고 상승한 것이다. 2008년 3월부터 8월까지의 뉴욕 증시의 랠리를 ‘베어스턴스 반등(The Bear Sterns Bounce)’이라고 한다. 주가가 오르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시기로 대표적인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2023년 3월 미국의 은행 위기 시작은 크레디트 스위스의 파산 위험을 높였고, 결국 크레디트 스위스는 UBS에게 인수합병되었다. 자산 시장은 과거 2008년 3월처럼 안정을 찾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은행 위기도 진행형이다. 다가올 위기가 머지않았음을 알고 현명하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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