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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by 아이러브제주

702번 버스여행

702번 버스여행
702번 버스여행

제주지도를 펼쳐놓고 알작지해변, 이호테우해변, 곽지과물해변, 협재해변, 금능으뜸원해변까지 아름다운 해변이 줄줄이 이어지는 서쪽 해안을 더듬어본다. 올여름, 이 서쪽 해안을 더욱 특별하게 감상하는 방법! 제주시외버스터미널부터 월령선인장마을까지 702번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보자. 

702번 버스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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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번 버스여행

1. 702번 버스는 제주에서 출발해 한림, 고산, 모슬포를 거쳐 서귀포까지 간다. 2. 버스여행에 유용한 ‘제주버스정보’ 애플리케이션 3. 알작지해변으로 가는 길, 대문 위로 포도가 주렁주렁 열렸다. 4. 골목길을 걷다 보면 놀아달라고 보채는 개를 만나기도 한다. 5. 파도에 굴러가는 소리가 곧 음악이 되는 알작지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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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번 버스여행

6. 담쟁이 넝쿨이 주소판을 덮을 만큼 무성하게 자랐다. 7. 애월항 근처 등대의 역할을 했던 도대불이 복원되어 있다. 8. 저 멀리 등대가 보이는 애월 해안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 9. 돌로 만든 그물인 원담이 그대로 남아있는 애월해안 10. 애월해안도로 산책로는 나무덱으로 되어있어 걷기 편하다. 11. 풀숲에 빠져있던 강아지를 구해주곤 그 귀여움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그곳

버스여행을 떠나기 위해 버스여행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제주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다. 주말 아침, 터미널의 풍경은 어디론가 떠나는 설렘으로 가득한 사람들이 채우고 있었다. 낡았지만 튼튼해 보이는 나무의자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순댓국과 국수를 파는 작은 식당에서 허기를 달래는 사람들, 쥐포를 구워 손님에게 내미는 주인. 시간이 더디게 흐르기라도 하는 듯 그리운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바다를 만나러 가는 길

제주시외버스터미널 알작지해변까지 버스를 타고 15분

 

내도동 동 마을 정류장에 내려 300m쯤 걸어간다. 그 길은 담쟁이 넝쿨로 가득한 담벼락, 쪼르륵 놓인 화분, 대문을 지지대 삼아 영글어 가는 포도열매가 메우고 있다. 살며시 들여다본 담 너머에는 낯선 이에 대한 경계 따윈 없이 연신 꼬리를 흔들며 구애를 보내는 개가 미소를 짓게 한다. 작은 골목길을 따라 5분이면 알작지해변에 닿는다. 몽돌이라고 불리는 동글동글한 돌이 가득한데 파도에 밀려났다 다시 굴러가면서 내는 소리는 음악보다 아름답다. 물수제비를 띄워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보면서 인적이 드문 고요한 아침 바다를 만끽한다. 

702번 버스여행
702번 버스여행

1. 드라마 ‘맨도롱또똣’ 배경이 되는 카페 봄날은 날로 인기가 치솟고 있다. 2. 줄을 서서 먹는 놀맨의 해물라면, 문어는 잡은 날에만 들어간다. 3. 한담 해안에서의 카약체험은 아이와 함께 온 여행객들이 주로 즐겼다. 4. 낚싯대를 던지고 곧 물고기가 잡혀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5. 영차영차 서툰 솜씨지만 다들 열심히 노를 젓는다

702번 버스여행

6. 한담산책로에서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 7. 한담산책로를 걷다 보면 작은 해변이 여럿 나타난다. 8. 이름 없는 해변에는 아이들이 모래 장난을 하며 깔깔 웃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9. 버스정류장 앞 ‘몬스터살롱’의 추로스와 봉자주스 10. 곽지과물해변은 아이들과 함께 찾기 좋다.

알작지해변에서 애월까지 버스를 타고 20분

애월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곽지과물해변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 산책로를 걸어볼 참이다. 번잡한 건물로 가득했던 풍경이 점차 사라지고 창 너머로 버스를 쫓아오는 제주 서쪽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내려야 할 때다. 버스에서 내려 물도 사고 신발 끈도 단단히 묶어 산책에 나선다. 언제 봐도 근사한 까만 현무암과 짙푸른 바다의 조화를 감상하며 40분 정도 걸었을까, 맞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더니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창 바로 아래 바다가 있어서 유명세를 탄 카페 봄날과 해물라면으로 유명한 놀맨이 있는 한담마을 까지 온 것이다. 자동차와 사람들로 가게 앞길이 너무나 붐벼 예전의 한가로움은 사라졌지만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의 모습을 보며 ‘이는 이대로 또 가치가 있구나.’고 생각할 뿐이었다.

 

다시 산책로를 따라 느긋하게 걷다 보면 이름 없는 작은 해변과 곽지과물해수욕장이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백사장에서 저마다 놀고 있는 사람들은 다들 근심걱정이 하나도 없는 듯 즐거워 보인다. 한참을 걸어서인지 배가 고파져 정류장 앞에 있는 추로스가게에서 추로스와 주스를 먹었다. 갓 튀긴 추로스는 고소하고 바삭하고 달달했고 주스는 향긋했다. 편하게 여기까지 왔다면 어쩌면 이만큼 달고 맛있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곽지과물해변에서 한수리까지 버스를 타고 8분

이번 여행 중 꼭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 한림항과 가까운 한수리 정류장에서 내렸다. 작은 전복처럼 생겼지만 전복보단 쫄깃하고 양식이 안 되는 탓에 귀한 몸이 되어 버린 오분자기! 그 오분자기뚝배기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한림항에 있다. 오분자기에 딱새우, 소라, 조개 등 해산물이 듬뿍 들어 시원한 국물이 일품인 오분자기뚝배기에, 창밖으로 비양도가 보이는 백 점짜리 뷰(View)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쳤다.

702번 버스여행
702번 버스여행

1. 귀한 몸이 되어버린 오분자기뚝배기를 ‘오소록’에서 맛봤다. 2. 우리의 발이 되어준 702번 버스는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3. 제주 3대 짬뽕 중 하나인 ‘보영반점’의 간짬뽕 4. 금능으뜸원해변에서 바라본 비양도의 모습 5. 협재해변은 캠핑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702번 버스여행

6. 월령으로 가는 길, 풍력발전에 쓰이는 거대한 풍차를 볼 수 있다. 7. 월령 산책로 주변 돌담 너머엔 선인장이 가득하다. 8. 저녁에 먹을 자리를 함께 낚고 있던 노부부 9. 낚싯줄을 던지기만 하면 자리가 몇 마리씩 올라온다. 10. 노랗게 선인장꽃이 폈다. 까만 현무암과 선인장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한수리에서 협재해변까지 버스를 타고 10분

협재해변과 금능으뜸원해변은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여름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단연 협재해변과 금능으뜸원해변이다. 왜 여름노래에서 하나같이 하얗게 부서지는 백사장, 눈이 부신 바다라고 노래하는지 알게 된다. 늘 그런 노래 가사가 식상하다고 생각해왔지만 딱 어울리는 표현임을 깨닫는다. 요즘은 월정해변이 아름답기로 손꼽히지만 예전엔 협재와 금능에 비할 바가 못 됐다. 아름다운 백사장과 비양도가 떠 있는 에메랄드빛 바다는 황홀한 지경이라 지금도 많은 사람이 여가를 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금능으뜸원해변 근처는 할머니가 한가로이 파리를 쫓는, 파는 물건이 새우깡 하나뿐인 작은 슈퍼와 집 사이사이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한 운치가 있는 곳이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마지막 목적지인 월령선인장마을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바다를 가슴에 품고 월령선인장마을에 들어선다. 온 마을이 선인장밭이다. 사막에나 있는 줄 알았던 선인장이 제주의 돌담과 신기하게도 어우러진다. 마침 노랗게 핀 선인장꽃이 신기함을 더한다. 이제 여행을 끝내고 돌아갈 때, 정류장을 찾아 마을을 뒤로하고 버스에 올랐다.

어쩌면 만나지 못했을 것들 

풀숲에 빠진 강아지를 우연히 구해주기도 하고, 길가에 빨갛게 열린 산딸기를 따 먹어 보기도 했다. 더운 날씨에 산딸기는 뜨뜻하고 시큼했지만 오늘을 추억하는 특별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손톱보다도 더 작은 들꽃, 오래전부터 마을을 지켜왔을 커다란 나무, 기분 좋게 자리를 양보하는 청년과 색색 일바지를 맞춰 입은 할머니들의 귀여운 모습도 버스여행이 아니었다면 미처 발견조차 못 했을 것들이다.

 

여정의 끝 무렵, 월령포구에서 바다를 마주하고 앉은 노부부를 만났다. 저녁으로 자리물회가 먹고 싶어 자리를 낚고 있다고 했다. 그곳이 부부만의 명당인 것인지 낚싯대를 던지기가 무섭게 자리가 낚여 올라왔다. 먹고 싶은 음식을 함께 해먹으려고 나선 부부의 낯선 사람과도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며 순박하게 웃는 그 따스한 얼굴도 버스여행이 준 또 다른 선물일 것이다.

 

자동차를 탔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 스치듯 지나가 버렸을 풍경들, 목적지만을 향해 달렸을 시간을 생각하니 이번 버스여행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는지 새삼 느낀다. 

제주 시외버스 정보

– 제주 시외버스 노선 중 해안을 따라 난 일주도로(1132)를 따라 동쪽으로 도는 노선이 701번, 서쪽으로 도는 노선이 702번입니다. 이번에 우리가 탄 버스는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부터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702번 버스입니다.

 

– 제주시외버스는 5구간으로 나눠 1300원부터 3300원까지 요금이 달라집니다. 탑승 전 반드시 기사님께 행선지를 밝히고 요금을 내거나 교통카드를 태그합니다. 행선지를 밝힐 때는 구체적인 버스 정류장 이름보다는 마을 이름으로 말하는 편이 좋습니다.

 

– 702번 버스는 오전 5시 40분부터 오후 9시까지(제주시외버스터미널 기준) 20분 간격으로 운행합니다. 행선지에 따라 경유하는 노선에 주의해야 합니다.

 

– 교통카드를 사용하면 카드를 찍고 1시간 이내 2회까지 환승이 가능하고 내릴 때 한 번 더 태그하면 환승시간이 30분 연장됩니다. 티머니, 선불·후불교통카드 등 대부분의 교통카드가 사용 가능합니다.

 

– 제주버스정보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버스도착시간과 정류장 정보, 노선정보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글 / 김지은

사진 / 강일선

일러스트 / 강지호

캘리그라피 / 윤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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