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00원으로 하루 여행… ‘남도한바퀴’ 버스를 탔다
11월까지 운행 ‘남도한바퀴’로 화순ㆍ보성 여행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의 비 내리는 날 풍경. 수변관찰데크를 걸으면 저수지 위로 피어 오르는 안개가 신비롭다. |
전남 22개 지자체에서 엄선한 관광지로 떠나는 ‘남도한바퀴’ 버스의 하루 이용료는 단돈 1만1,900원(운행거리 250km 이하는 9,900원), 착한 요금으로 알짜배기 남도 여행을 즐기는 최상의 방법이다. 올해는 11월 30일까지만 운행하고, 내년 상반기에 재개할 예정이다. 남은 기간은 딱 한 달, 서둘러 ‘남도한바퀴’ 버스를 예매했다.
‘남도한바퀴’는 광주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과 광주송정역에서 출발한다. 광주까지 교통비를 절약하려면 일반 또는 우등 고속버스, 좀 더 편안하게 누워 가려면 프리미엄 고속버스(3시간20분 소요)를 이용하면 된다. 시간을 절약하려면 SRT(수서역 오전 7시40분 출발~광주송정역 9시11분 도착)나 KTX(용산역 오전 6시30분 출발~광주송정역 8시21분 도착)를 타면 된다.
전남 여행의 모든 것 ‘남도한바퀴
‘남도한바퀴’ 버스 여행객 목걸이. |
대중교통을 이용해 전라남도의 주요 관광지를 여행한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다. 여수ㆍ순천ㆍ목포 등 지역 거점 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하루 몇 차례밖에 운행하지 않는 농어촌버스나 택시를 타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남도한바퀴’는 최적의 여행 코스를 연결해 이런 불편함을 덜었다. 전라남도와 금호고속이 협력해 2014년 9월 일곱 개 코스로 시작한 뒤, 현재 매일 26개 코스로 운행한다. 전남의 웬만한 관광지는 빠짐없이 가는 셈이다. 모든 일정에 해설사가 동행하며 요금은 9,900원부터 2만2,900원까지 다양하다(운행 거리와 섬 지역 여객선 탑승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1박2일은 6만9000원이며, 식사비와 입장료는 개별 부담이다. 예매는 062-360-8502,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kumhoaround.com)에서 할 수 있다.
화순ㆍ보성 풍경여행(유스퀘어 오전 9시, 광주송정역 9시25분 출발)
금호고속관광의 ‘남도한바퀴’ 버스 이진엽 기사. |
이번에 선택한 ‘남도한바퀴’ 상품은 ‘화순ㆍ보성 풍경여행’이다. 화순 쌍봉사, 보성 녹차골향토시장과 봇재, 제암산자연휴양림으로 떠난다. 녹차골향토시장의 장날(끝자리 2ㆍ7일)에 맞춰 운행한다. 담당 기사는 뛰어난 입담과 문화관광해설사 못지않은 지식을 자랑하는 이진엽씨. 탑승객에게 ‘남도한바퀴’ 목걸이를 나누어주고 출발!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화순 쌍봉사
뒤이어 김점미 보성군 문화관광해설사가 탑승했다. 첫 목적지 화순 쌍봉사로 향하는 동안 열정적인 설명이 이어진다. 쌍봉사의 ‘쌍봉’은 신라시대 철감선사의 도호다. 847년 당나라에서 귀국해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의 기초를 마련하고 후학을 양성했다. 법력과 덕망이 널리 퍼지자 경문왕이 궁중으로 불러 스승으로 삼았다는 인물이다.
화순 쌍봉사 대웅전. |
쌍봉사는 세월이 흐르며 중창을 거듭하다 정유재란과 한국전쟁으로 소실과 재건을 반복했다. 보은의 법주사 팔상전과 함께 한국 목탑의 원형으로 알려진 대웅전이 1984년 화재로 소실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쌍봉사 칠감선사탑비.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귀부 앞발이 포인트. |
쌍봉사 철감선사탑. 세밀한 석재가공 기술이 돋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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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물은 칠감선사탑비(보물 제170호)와 철감선사탑(국보 제57호)이다. 철감선사탑비는 거북의 오른쪽 앞발이 들려 있고 왼쪽 앞발은 땅을 짚고 있어서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철감선사탑은 8각마다 세밀한 석재가공 기술이 돋보인다. 막새기와 안에 새긴 연꽃 무늬는 당시의 석공의 뛰어난 솜씨를 보여 준다.
녹차골보성향토시장에서 녹차떡갈비 맛보기
할머니들의 좌판 노점이 정겨운 녹차골보성향토시장. |
시장 안 ‘다향떡갈비’의 녹차돼지 석쇠갈비. 1인 1만2,000원이다. |
2013년 4월 기존 보성 오일장에 현대식 건물과 아케이드가 설치됐다. 녹돈(녹차 먹은 돼지) 전문식당, 특산물판매장, 공연장을 갖추고 명칭도 ‘녹차골보성향토시장’으로 바꿨다. 변하지 않은 건 2ㆍ7일 장날이다. 직접 키운 채소와 과일을 판매하는 할머니 좌판 행렬도 여전하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자 지역 주민과 보성 관광객의 필수 방문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사람도 바람도 쉬어 가는 봇재
봇재의 ‘그린다향’에서 보성 녹차 맛보기. |
‘그린다향’에서 바라본 녹차밭. |
보성읍과 회천면 사이의 봇재는 예부터 행인들이 무거운 봇짐을 내려두고 잠시 쉬어가는 장소였다. 현재는 보성의 차 산업과 차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1층은 삼국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보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보성역사문화관’, 2층은 녹차의 고장 보성을 체험하는 공간인 ‘그린다향’이다. 따끈한 찻잔엔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창 밖으로 펼쳐지는 녹차밭 풍경에 몸과 마음이 절로 상쾌해진다. ‘그린마켓’에서는 녹차를 비롯한 보성의 농ㆍ특산품을 판매한다.
5.7km 무장애 산책로, 제암산자연휴양림
제암산자연휴양림은 휴양ㆍ치유ㆍ교육ㆍ체험(모험)을 즐기는 산림복합휴양 공간이다. 특히 교통약자를 배려한 무장애 산책로 ‘더늠길’이 돋보인다. 유모차를 밀거나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쉽게 산을 오르고 체험하도록 조성한 5,740m(3~4시간 소요) 트레킹 코스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의 ‘더늠길’. 오른쪽으로 가면 전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
‘남도한바퀴’ 여행객은 시간상 더늠길 전 코스를 완주하기는 어렵고 경치가 빼어난 수변관찰데크(685m)를 왕복한다. 비 내리는 날은 저수지 위로 피어난 안개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마트폰 버튼을 눌렀을 뿐인데 작품이 탄생한다. 길 끝 숲속교육관에 매점이 있어 출출함을 달랠 수 있다.
박준규 기차여행/버스여행 전문가 http://traintri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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