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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내리는 변기물,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까

[우리가 몰랐던 쓰레記]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오늘 아침에도 우리는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변기에 앉아 정신을 차려봅니다. 버릇처럼 뒤처리를 하고, 일어나 물을 내립니다. 쏴아아, 시원한 소리가 들립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앉는 이곳, 오늘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우리는 매일 200~300리터(L)가량의 물을 버립니다. 샤워를 하고, 이도 닦고,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할 때도 물을 쓰죠. 우리는 이 더러워진 물(오수)을 흘려보낸 뒤 그 뒷일은 생각하려 하지 않지만,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깨끗한 물로 만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듭니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경우 환경오염은 물론 온갖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인체의 혈관과 신장에 비유되는 하수처리, 지금부터 그 과정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도시의 혈관' 하수관로... 하수처리장에선 기다림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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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원촌동에 위치한 하수처리장 전경. 환경부 제공

가정과 공장에서 발생한 모든 하수는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합니다.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요, 오수와 빗물(우수)을 분리해 처리하는 '분류식 하수도'와 두 가지를 함께 흘러가게 하는 '합류식 하수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분류식 오수관 및 우수관로가 73%, 합류식 하수관로는 27%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대부분의 하수도는 적은 예산 때문에 합류식 하수도를 사용했지만, 장마철 빗물과 함께 오수 일부가 하천으로 방류되는 문제가 있어 최근엔 분류식 하수도가 확대 도입되는 추세죠.


분류식 하수도인 경우 건물에서 발생한 오수가 배수관 등을 통해 지하의 오수관로로 이동하고, 여기서 바로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땅 아래 관로가 경사지게 묻혀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맨홀 펌프를 거치면 처리장까지 중력의 힘으로 이동이 가능하죠. 합류식 하수도에서는 오수를 지하 정화조에 모아 우선 처리한 뒤 하수관로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보내는데요, 이 경우 분뇨처리차가 정화조를 비우기 위해 주기적으로 찾아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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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처리공법 중 고도처리 방법인 'A2O' 공법. 질소와 인 제거율이 높다. 환경부 제공

자, 이제 오수가 하수처리장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꽤 지루한 시간을 견뎌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하수처리장은 ①침사지 ②유량조정조 ③생물반응조(혐기조, 무산소조, 호기조) ④이차침전지 ⑤소독조로 구성돼 있고, 이 단계를 모두 통과하면 물고기가 살 수 있는 비교적 깨끗한 물과 찌꺼기로 완전히 분리됩니다.


오수에서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선 단계를 차근차근 밟는 게 중요한데요. 1차로 큰 덩어리들을 걸러내고 가라앉혀 오염물질을 물리적으로 제거하고, 이후 미생물을 활용한 2차처리를 거칩니다. 각종 균이 유기물, 질소(N), 인(P)을 산소와 함께 먹고 뱉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찌꺼기는 가라앉고 물은 깨끗해지는 겁니다. 약품 처리가 쉬운 인과 달리 질소는 미생물이 활발히 움직여야만 공기 중으로 날리는 게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후 추가로 약품을 넣어 여과하는 고도처리 단계를 거친 뒤 소독까지 완료하면 준비 완료. 방류 수질 기준에 맞춘 깨끗해진 물은 인근 하천으로 내보냅니다. 대체로 전체 과정을 통과하는 데는 9~17시간이 걸린다고 하네요.

찌꺼기 에너지까지 알뜰히 재활용... 미래엔 에너지 아끼는 '스마트 하수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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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걸러지고 가라앉은 찌꺼기, 즉 '슬러지'입니다.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슬러지를 그대로 바다에 버렸습니다. 이유는 '저렴하고 편해서'였죠. 그러나 1993년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규정한 런던협약에 가입하면서 상황이 변했습니다. 특히 하수 찌꺼기의 해양 배출을 전면 금지한 '1996의정서' 발효 이후, 우리나라는 슬러지를 전량 육상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슬러지엔 질소와 인이 많이 포함돼 있는데요, 이것들은 화학비료의 주요 원료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슬러지를 탈수, 건조한 뒤 고품질 퇴비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 밭에 '소똥'을 뿌려두던 원리와 같죠.


최근에는 바이오매스로 재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하수 슬러지에 균을 다시 한 번 투입해 일정 온도·시간 동안 두면 유기물질이 분해되면서 양이 반 이하로 줄어드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모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방천희 한국환경공단 하수도처 차장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슬러지 처리 방식을 다방면으로 고민한 결과 중 하나"라며 "앞으로 더욱 효율 높은 재활용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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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덜 오염시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수처리 시스템의 다음 과제는 온실가스 배출 절감입니다. 미생물들은 온도가 낮은 곳에서는 잘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겨울철엔 일정 온도를 유지해줘야 하고, 24시간 산소를 투입해 펌프로 오수를 퍼올리는 과정에 상당한 전력 에너지가 사용됩니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메탄이나 아산화질소가 배출되기도 하죠. 현재 다양한 '스마트 하수처리'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시일이 걸릴 듯합니다.


도시화, 산업화로 하수 속 오염물질은 더 많아졌고, 이에 온실가스 배출도 늘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뻔하지만 '물을 덜 오염시키는 것'이겠죠. 세제를 덜 쓰고,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길거리 하수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등 기본만 지키더라도 버려진 물의 여행이 조금은 빨리, 쉽게 끝나지 않을까요.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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